홍콩의 역사에 대하여

2014.12.19 18:55해외여행/2014 홍콩의 나이트라이프와 마카오 여행

홍콩역사박물관

홍콩에 갔을 때 홍콩역사박물관에 다녀왔는데, 내가 다닌 감명 깊은 여행지 중에 하나였다. 홍콩의 탄생과 역사, 그리고 현재 특별행정구가 되기까지 그들의 역사를 담담하고 자세히 표현해 두었다. 


사진과 영상, 유물과 자료들을 통해서 그들의 고난과 영광의 역사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홍콩의 비극은 탄생부터 어느정도 예고되어 있었다. 영국과 청나라의 아편 전쟁의 부산물로 시작된 홍콩의 역사는 그야말로 드라마다. 역사상 가장 추악한 전쟁이자 제국주의의 산물이었던 홍콩은 이미 몇 차례나 극심한 위기를 겪었다. 


2차 대전 때는 일본에 점령당하기도 했고, 49년에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영국군이 급파되는 등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1997년에는 반환 문제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리홍장

처음에 영국과 청나라가 홍콩 조차에 대해 협상을 하면서 원래 영국은 영구 할양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당시 청나라의 관리인 리홍장이 "중국에서 100년은 영원을 말한다." 라고 말하면서 100년으로 썼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계약서에는 100년이 아닌 99년을 적어 두었는데, 항의하는 영국에게 리홍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영국은 99년 뒤에도 세계 제일의 대국으로 존재할 테니 그 때가서 100년으로 조차하든, 영구 할양을 하든 마음대로 해라. 이대로 100년으로 기입하면 나는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로 기록된다." 


물론, 공식 문건이 아니라 야사로 기록된 내용이긴 하지만, 리홍장의 기지 덕분에 중국은 홍콩을 반환받을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 둔 것이다. 뭔가 불안한 출발이었지만, 당시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었던 영국의 손에 의해 홍콩은 새롭게 디자인된다. 영국의 선진화된 제도와 문물을 받아들여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한 국제도시가 된다. 


참 희안한 일이다. 리홍장과 청나라도 홍콩을 사랑했고, 영국도 홍콩을 사랑했다. 잠시 멀리 떠나보내는 연인의 느낌이었을까. 그렇게 99년이 지났고, 홍콩은 변했다.



문화의 중심

내가 한창 어렸을 때, 홍콩은 동경의 도시였다. TV에는 장국영의 투유 광고를 매일 봐왔고, 류더화, 성룡, 왕조현 등의 배우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은 유행이었다. 천녀유혼을 몇번이나 돌려봤을까. 홍콩의 화려한 밤거리들을 배경으로 하는 느와르 영화들을 보면서 자랐다. 




천장지구의 오토바이 질주 씬은 훗날 내 로망으로 남아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홍콩하면 가장 세련되고 부유한 그런 환상적인 도시라는 인식이 들었다. 어렸을 때 재미있게 읽었던 먼나라 이웃나라 덕분인지 난 홍콩 반환에 관심이 많았다. 


중경삼림이나 화양연화 같은 영화들은 스무살이 넘어서 보긴 했었는데, 당시의 홍콩의 심란한 상황들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유난히 90년대 홍콩 영화들은 유통기한에 대해서 언급이 많았다. 


홍콩의 수 많은 감독들과 제작자, 배우들이 헐리우드로 귀화하고 진출해버렸다. 홍콩 영화는 이제 예전 같지 않다. 아시아의 문화 강국 중에 한 축이었던 홍콩의 빈자리는 K-POP과 드라마로 대표되는 한류에게 상당 부분을 떼어주게 된다.




1997. 홍콩반환

어느 날 TV에서 영국 국가가 마지막으로 연주되면서 홍콩의 마지막 총독이었던 크리스 패튼이 영국 국기를 들고 홍콩을 퇴장할 때 그의 비장한 표정과, 오성홍기가 게양되면서 얼굴에 웃음이 만연해 있던 장쩌민 주석의 상반된 표정은 아직도 뇌리에 잊혀지지가 않는다. 


어린 시절 시장통에서 잃어버린 아이가 떠돌다가 부유한 양부모를 만나서 훌륭하게 밑에서 컸다. 성인이 된 뒤에 자식을 되찾아 호적에 다시 올리는 친부모의 심정일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능력과 재산을 가진 처녀로 자라서 와주었으니 기쁨은 더할 나위 없었겠지. 





어렸을 때 재미있게 읽었던 먼나라 이웃나라 덕분인지 난 어린 시절에도  책에서 읽었던 것과 달리 해가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이 저물어 가는 모습을 이제와 보는 것 같았다. 이제는 사업이 망해서 더 이상 수양딸을 데리고 있을 수 없는 양부모 영국과 하던 장사가 잘 되서 딸을 찾으러 다니던 중국의 모습은 참 흥미로운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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