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부메랑.

스타(star) 2016. 9. 6. 19:37

1.

가끔씩 터져나오는 감정을 애써 가방에 구겨넣는다. 아직은 아니야. 하면서 애써 태연한척 한다. 초조해지지만 괜찮다. 왜냐면.


2. 

몇 일간 몸저 누웠다. 주초에 에어컨을 켜놓고 깜빡 잠들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하루종일 정신을 못차리다가 예비군에 갔다. 체온조절이 안되는 상황에서 피곤함까지 더해지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3.

처음엔 준비해간 말들이 많았는데 생각해보니 당신의 생각이 진심이고, 그 태도 또한 당당하다면 그 모습이 어떻게든 전달될 것이다. 부담스러워 할 것 없더라. 나 스스로가 당당하게 살아가는데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무엇인가. 지금 당장은 죽을 것 같이 이해가지 않는 시간이더라도 결국 그 오해가 해결 되는 것도 있지 않나. 깊게 생각하면 할수록 논리는 단순했다.




4.

Y와의 추억. 

Y가 유학을 떠났을 때 마지막 전화를 받고 버스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몇 년을 못본다고 생각하니 감정이 폭발했다. 어려운 시절 많이 의지했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멀어져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애써 쿨해지려고 했지만 잘 다녀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자마자 그 즉시 견디기 힘들정도였다. 당시의 나는 정말이지 세상 풍파에 이리저리 치여 현실을 견디기 힘들 지경이었다. 누구와 만나서 이야기를 하더라도 남탓과 세상 탓이 먼저 나올 때였으니 말이다. 애써 어려운 티를 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게 뭔가 세상에 지는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몇 년 뒤에 까맣게 잊고 있을 때쯤 Y가 잠시 한국에 왔다. 우리는 꽤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었다. 대화의 코드를 어디에서 맞춰야 할지 모르겠더라. 반갑기는 했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았다. 각자 이렇게 살아야지 하면서 서로의 방식을 고수 하고 있었다. 결국 술자리에서 우리는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싸웠다. 정말 정나미 떨어지게 싸웠다. 우리는 끝내 일어났다. 이번엔 다시 유학을 떠난다 하더라도 눈물 흘리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의 방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나는 어렴풋이 인생의 방향을 찾은 듯 했다. 이 길로 걸어가면, 행복해질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모두가 나는 우러러 볼 것이라 생각했다. 아주 작은 성공을 뒷받침으로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양 과대 해석하던 시절이었다.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내 인생도 중대한 변화를 겪었다. 그 동안 믿고 있던 것들을 많이 바꾸려고 했다. 옆에 지켜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내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첫번째 과정들은 바로 잃어버린 친구들을 찾기 시작했을 때였다. Y가 한국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걸었다. 이틀이나 욕설을 주고 받으면서 싸웠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어쩐지 자신이 있었다. 나 스스로가 변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를 이해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어떤 욕을 먹더라도 이번엔 곁에 있어 주었다. 확실하게 인정되고 이해 되는 것은 완벽히 다른 태도와 한단계 높은 관계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만큼이나 화해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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