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백현동 카페거리 part.2

스타(star) 2016. 9. 4. 20:02

재즈바

조용한 재즈바가 있었다. 재즈인뉴욕. 분당에서 유일한 라이브재즈바이다. 이대원 쿼텟의 공연이 오후 7시 반 예정되어 있었다. 저녁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향했다.



연애상담

재즈바에서 단 한테이블. 노래를 듣는다. 

선생님 그 분은 얼마나 만나셨어요. 어 한 일년 정도 됐지. 너는 얼마나 됐었냐. 아 한 5개월 정도요. 왜 헤어지신거에요? 내가 워낙 잘못한 것이 많아서. 이제 그 친구에 연락은 평생 안올거야. 마지막에 내가 너무 혼란을 줬어. 실수를 많이 했지. 내가 원칙도 없이 흔들렸지. 사랑해서 그랬어라고 하기에는 내가 너무 감정에 따라 행동했거든. 그것 참 슬픈 이야기네요. 그래, 처음에는 안타까웠는데, 나를 객관적으로 보니 당연하겠더라.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면 안될 거 같아. 원래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너무 사랑에 빠져버렸지. 적당히 사랑했으면 적당히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을 텐데. 덕분에 많은걸 깨달았다. 선생님이랑 이런 이야기 하니 좀 이상하네요. 

나 좀 변한거 같지 않냐. 나는 걔를 은인이라고 불러. 안타깝네요. 선생님 전혀 안그러실 거 같은데. 그게 바로 나에 대한 착각이지 난 인간적이지 못할거라는.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인간으로써 내 모습, 그리고 변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는 해. 



저는 헤어짐 통보받고 그날은 회사도 못나갔어요. 그날은 아무 것도 못하더겠더라구요. 음. 아마도 그 친구가 원하는 모습이 있었던 것 같은데 너에게는 그게 안보였나 보네. 원래는 오래 알던 친구에요. 친구로 지냈다가 발전했었죠. 음. 여전히 넌 친구로 지내고 싶었던것 아닐까. 생각해본적은 있어? 그 친구가 너에게 원하는 모습이 뭐였는지. 음 글쎄요. 생각좀 해보고 싶은데 제가 제 앞가림도 바빴던 것 같네요. 나중에 한번 생각 해볼게요. 그래. 그걸 찾으면 한번 다시 연락해봐. 그래도 너는 나보다 낫네.

밝은 노래가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우울한 노래 한 곡을 부탁했다. 공연 내내 박수 잘 쳐준다고 칭찬을 들었다. 오랜만에 이런 공연들을 보러 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내가 겪을 앞으로의 주말 들이 너무 기대가 되곤 했다.




발전

앞으로 더 잘 부탁한다고 전했다. 제자들 하나하나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었는지 알고 나니까 그래도 마음이 차라리 편안해졌다.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 친구들을 보니 참 대단하다라는 생각들도 들었고, 어쨌든 어떤 형태로든 직장인, 사회인으로써의 행복을 찾아와서 다행이라 생각들었다.

선생님 그래도 진짜 끝까지 포기 안하시고 그렇게라도 해서 취업 하신 분들은 아마 다 고맙게 생각하실 거에요. 그래서 내가 슬픈거야. 나와 일적인 이야기나 취업과 성과에 대해서만 연락을 해. 나도 이 직업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이 많았어. 학생들이 졸업하면 제일 먼저 누구에게 전화하는 지 아냐. 내가 아니라 파트너였어. 그게 너무 서운해서 나도 진짜 그만둘까 생각도 많이 했고, 의욕도 떨어졌는데 그 때마다 그래도 마음 다잡고 너희들 이해하려고 했었어. 

이제부터는 너희들이랑 앞으로 어떤 관계들 이어나갈 수 있게 전혀 다른 관계로 만들어 나가고 싶어. 그러니까 우리 이제 과거는 모두 청산하고 새롭게 시작하자.


오늘 너무 즐거운 하루네요. 나도 너무 즐거웠다. 앞으로도 종종 연락하고 준비하는 인디게임 이야기도 많이 해줘. 또 보자. 하루하루 만남이 나에게는 힐링이고 선물이다. 또 누군가의 행복으로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나 역시 행복해 진다. 선생님은 취미가 뭐에요. 저도 하나 가져야 할 것 같은데 뭐가 좋을까요. 나는 지금 취미를 하고 있잖아. 여기 놀러온 것 자체가 여행이고, 이게 나의 취미야. 맞다. 나는 원래 이렇게 가치쟁탈자가 아닌 가치전달자였다. 어때 나랑 너도 이제 취미를 공유하게 된거야. 아 이거 그렇게 생각해보니 너무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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