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집착

스타(star) 2016. 9. 16. 20:55

집착

한번만 더 집착하면 신고해버리겠다는 문자까지 받았다. 휴우. 정말 신고 당할 까봐 무서웠다. 이게 그렇게 되나. 그렇게 느낀다면 그런 것이겠지. 너무 불편해 하길래 최소한의 친구들과의 관계는 남겨주고 싶었는데 그럴 필요는 없었나. 모든 사람의 눈에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이기 마련이지. 나는 이미 불편하지 않아서 그런가. 

그게 그렇게 보였다면 할 수 없지만, 충분히 이해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너도 이래저래 승부수를 던졌고, 그걸로 여러가지로 손해볼지도 모르겠지만 감수할 수 있겠지. 그냥, 내 바램은 그 선택이 너에게 좋은 결과였으면 좋겠고, 그래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것 뿐이야.




집착과 사랑의 차이

나 역시 정말 집착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가 있었지. 대학교 때는 집착을 좀 했지. 그게 나는 사랑이라고 믿었는데 대단한 집착이었어. 그 때는 의지할 곳도 없고 내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었던 때였지. 그래서 그 때 집착과 사랑의 차이가 뭘까에 대해서 정말 많이 고민 해봤는데 한가지로 갈릴 수 있더라. 배려하면 사랑이고, 이기적이면 집착이다.

집착은 상대가 고통스럽든, 슬프던간에 자기만 행복하면 그만이다. 상대를 소유하는 것으로써 행복하면 그만이다. 그 사람이 자신의 소유물 쯤으로 생각하는 거지 뭐. 대학교 때의 난 정말로 내 여자친구가 소유물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했을 때, 정말로 왜 내 여자친구를 다른 사람이 만나지?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사랑은 어떻게 하면 상대가 더 행복해질까에 대해서 고민한다. 자신을 희생하고, 노력한다. 지금은. 어느날 만나던 여자친구가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이야기 하면, 그래. 잘 됐네. 라는 생각이 앞서. 내게서 행복하지 못했다면 그게 최선 이었을테지. 어른이라면 자기가 잘 판단했을테니까. 내 마음은 조금 아플지 몰라도, 내게서 멀어지는것이 행복이라면 그거 정말 축하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해. 심지어 다른 사람과 더욱 더 잘되면 잘될 수록 속으로 내심 더 기쁘기 까지 해. 아 정말 다행이다. 하마터면 너의 행복을 내가 뺏을 뻔 했네 하면서. 


적어도 지금의 난 너의 과거속에 있는 그 악몽같은 사람은 아니야. 나도 이젠 행복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알 수 있는 사람이 됐어. 고맙다는 이 말을 전달 못했으면 계속 너에게 잡혀 있었을텐데. 고맙다. 나도 이제 조금은 남 생각하면서 살게 됐어. 철들었데.



문자

이글을 쓰는 중에 생각치도 못하게 너에게 문자가 왔네. 긴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애초에 정상적인 대화는 너무 어렵더라. 

그래서 이제 좀 홀가분해 졌니. 나는 많이 편해 졌는데. 넌 아직도 불편하니. 잘 사는거 아니었나. 죄책감은 내가 많이 가져갔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연락한 것도 나였고, 내가 더 잘못한 게 많지 않냐. 

잘못한 것이 없는 니가 왜 불편해하니. 난 그 끔찍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 없어. 날 볼 때마다 그 시절이 생각난다면 떨쳐내야겠지. 마치 넌 내가 옛날에 그 악몽같은 사람으로 남아있기를 원하는 것 같더라. 

너도, 내 친구들도, 지인들도 모두 나 보고 좋은 사람 만나라고 했지. 난 정말 싫었는데, 떠밀려가다시피 사람들을 만나게 되더라. 처음에는 그게 너무 싫었는데, 그래도 나에게 잘해주고 존중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나타나긴 하더라. 이정도면 너도 이제 마음 좀 편해지지 않았니?

너가 받는 행복 그 이상을 제공해 줄 생각이야. 배운게 있으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내 연락이 부담스러웠다면 이제 걱정 안 해도 되. 그게 집착으로 느껴진다면 너도 피해의식 빨리 극복하길 바래. 너에게 연락할 일도 없고, 너에게 매달릴 일도 없을거야. 

처음에는 보고 싶어서 너의 홈페이지 자주 들어갔는데, 새로운 친구에 대한 소식 올라오는 뒤로는 거기 들어가면 기분이 너무 우울해 지더라. 안들어가본지도 몇 주 됐어. 앞으로도 강도는 더 심해질테고, 들어가봐야 상처만 받을텐데 뭐하러 가겠어. 정말 이제는 부담 없었으면 해. 너도 혹시 이글 보면 오늘 이후로는 다신 들어오지마. 너도 상처만 받잖아.  


내가 너에게 주고 싶은 것은 집착이 아니라 사랑이었어. 

너는 선택 잘했어. 부디 꼭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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