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K의 소식

스타(star) 2016. 9. 15. 02:21

첫사랑

원래, 학교 다니면서 다음 학년에 같은 반이 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런 인연을 세번이나 갔던 친구가 있었는데, 참 서로 친할 수가 없었다. 너무 인기 좋은 그 친구를 조금 좋아했다는 정도. 하지만, 워낙 많은 친구들이 좋아하던 친구라서 나 역시 상처 받기 싫어서 적당히 거리를 유지했던 것 같다. 그래서 친해지기 어려웠을지도. 



3년에 한번은

졸업한 뒤에 계속 우연히 만나긴 만나게 되더라. 3년에 한번은 길거리에서 마주치곤 했다. 스무살 때, 스물 세살 때, 그리고 인사를 하곤 했지. 참 우습게도 어떻게 서로 연락처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고, 금세 또 잊혀졌다.

서른살, 그녀를 만났다. 너무 매력적인. 나는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상태였고, 그녀는 이제 막 새로운 직업을 찾던 시기였지. 어려운 시절이었고,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여유로운 시간들을 보냈다. 이번에도 역시 나는 거리 조절을 못했다. 너무 빠져들었어. 더 큰 상처가 될 까봐 그만 하자고 말해버렸다. 나에게는 너무 소중한 친구였는데 잃어버리기가 너무 아쉬웠다.



결혼소식

결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제 조금 편해질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나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이 친구에게 만큼은 열등감을 느낄 정도로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너무 행복해 보였다. 그녀의 이야기대로  소개팅도 나가고, 선도 보고 정말 잴거 다 재봤는데도 오 년 이나 한 자리를 지켜준 그녀의 남자친구가 대단했다.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청첩장은 못받을 것 같지만, 그래도 내가 친구로써 해 줄 수 있는 메세지는 보냈다. 

한 이십년에서 삼십년 정도가 지난 뒤에 동창회가 열릴지도 모르겠다. 

그 때는 그랬어라고 하면서 그녀의 우쿨렐레를 들으며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 때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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