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가치에 대하여

스타(star) 2016. 9. 27. 01:50

1.

9월말이 되고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야 이제야 입을 꺼낼 수 있게 된 것들이 좀 있다. 그 동안 하고 싶어도 잠시 억누르고 있느라 힘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의도대로 풀린 것들이 좀 생겼다. 처음에는 그것이 손해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조금씩 이득으로 바꿔나가는데 성공했다고 해야하나. 뭐든지 발생한 일들의 반대편을 봐야 하는 것 같다. 


2. 

이번 블라디보스톡 여행을 다니면서 여행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떠올리게 되었다. 여행이란 것이 새로운 곳을 다니면서 경치를 구경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닌다는 것에 한정 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조금 달랐다. 나를 그 낯선 장소에 데려다 두고, 다양한 감각을 받아들이게 한 뒤에 나란 존재가 그런 장소에서 어떤 감정을 가지 는지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사람이 떠나는 여행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3.

혼자 떠나는 여행이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라면, 함께 떠나는 여행은 그 사람들간의 조합과 관계를 바라보게 만든다. 보통 그 사람들이 낯선 곳에 가면 어떻게 행동 하고 문제를 해결 하는지를 살펴보면 미래가 예상 가능했다. C와는 방콕에서, L과는 오사카에서 헤어졌다. 시암스퀘어와 신세카이에서의 이별은 놀랍게도 닮았다. 공통점은 그녀들이 내 기준을 쫓아오기 참 벅차 했다는 것이다. 또한, 막상 달리고 뛰고 있는 나와 대화하기를 참 어려워 했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그런 내 모습을 어떻게 제어해야할지 모르다 보니 누군가는 화를 내기도 했고, 누군가는 포기해버리기도 했다. 

어쨌든지간에 이게 일반적인 여자들의 모습이긴 했었다. 괜찮은 여자가 완벽한 남자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널리 사실이다. 결혼시장에는 A급 여자와 D급 남자만 남는다고 한다. 남자는 칭찬을 먹고 산다. 그런데 정작 괜찮은 여자는 어렸을 때 부터, 누군가가 자신을 칭찬해주는 것에 익숙해져있다. 정작 본인은 남성들에게 칭찬을 해줘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들이 완벽한 남자에게 꼭 필요한 타이밍에 효과적인 칭찬을 할줄 모르는 셈이다.

괜찮은 여자는 여성미와 자신의 프레임을 높일 수 있는 방법, 또는 자신이 가진 여성미로 상대를 맺고 끊는 방법을 가지고 알고 있을 수 있겠지만, 사실 그녀들이 가진 것은 그게 전부일 뿐이었다. 그런 여자들은 그냥 흔한 여자일 뿐이었다. 정작 그런 여자들이 인간적인 매력으로는 그다지 별 볼일이 없었다. 뭐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없기 때문이다. 여성으로써의 매력이 아니라 인간으로써의 매력을 못갖추니 장기적인 관계로의 발전이 이루어지질 못한다.

이런 여자들이 흔하지 않다보니 같이 성장해 나가보자 생각을 가지곤 했다. 그녀들의 사회적 가치를 높여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주곤 했다. 취업을 도와주거나, 공부를 함께 하거나 하면서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 했고, 대부분은 그런 노력들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곤 했는데, 아쉽게도 그녀들은 그런 한계를 돌파하는 것에 굉장히 힘들어 하거나 지쳐버리곤 했다. 참 재미가 없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가진 여성성에 그런 인간적인 매력을 더하면 정말 누구도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대부분은 버티질 못했다. 그냥, 소소하게 살아가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4.

지난 세월 내가 남들 걱정하면 해줬지, 내 사는 모습에 대해 걱정 받을 만큼 한심하게 살아본적 없었다. 자퇴, 졸업, 취업, 이직, 창업은 이미 5년도 더 전에 겪어본 경험 들이며, 이미 그런 문제들은 나에게 문제 측에도 끼지 못하게 되었다. 어디에서 본적 없는 모습이다보니 오히려 더 별종으로 보이고, 남들이 보기엔 위태로워 보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으로 벌써 15년 째. 남들이 겪어본 실패보다 다섯배는 더 많이 실패해봤지. 그것보다 열 다섯배는 더 시도해봤고. 수도 없이 쓰러지기야 많이 쓰러졌을걸. 이제는 그게 남들이 봤을 때는 한강까지 찾아가야할 큰 실패가 나에게는 잠깐 쉬었다 가라는 정도로 느껴지는 것일 뿐이다. 

자신들의 기준으로 따지고 보자면 나를 이해 못하는 점이 더 당연했다. 한국은 애초에 이런 자조적인 삶보다 남들의 눈치와 허세가 더 우선인 사회니까. 정작 나는 한국에 살면서 외국인처럼 느껴지는, 그런 가정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살았다. 누군가는 그게 미국식이야라고 말하기도 하는 그런 생소한 분위기와 문화 속에서 살았지. 누군가는 저런 삶도 맞는 것 같은데. 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결국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은 영락없는 한국인의 모습이더라. 힘들면 본성대로 돌아가는 셈이지. 편하게 사는 것에 익숙한거야. 그래서 그냥 이민을 가라는 이야기도 수도 없이 들었지. 정말 심각히 고민중이고, 내 자식은 절대 대한민국에서 키우면 안되겠다는 생각가지 이어진 거지 뭐.

하지만, 어쩌겠어. 가히 비포장도로에 아스팔트를 깔면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삶. 대한민국에서 나처럼 이렇게 살아도 충분히 잘 살수 있더라. 이런 모습 아주 조금만 보고 배워도 남들 어렵게 생각하는 일들은 훨씬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니까.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적도 없고, 편함 보다는 불편하더라도 나의 길을 걸었다. 내가 인정받아야 할 사람은 딱 한명, 바로 나자신 뿐이었을 뿐이다. 그 생각 하나로 살아왔더니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더라.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 그냥 여기까진 괜찮더라라는 내 이야기를 해주고 싶을 뿐이야.

제발 부모든, 친구들, 애인이든, 길가는 사람들이든 남눈치 보지 말고 너 하고 싶은거 좀 하고 살아. 가끔 좀 막살아버려 좀. 

'에세이 > 오늘의 항해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많은 시간  (1) 2016.10.08
근황정리  (0) 2016.10.05
EMS 국제 우편으로 미국에 택배 보내기  (0) 2016.09.23
변덕  (0) 2016.09.22
방어기제  (0) 2016.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