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그래 맞아.

스타(star) 2016. 11. 8. 04:38

1. 

넌 분명 나를 만나기 그 이전 까지 너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겠지. 나의 등장이 항상 너의 집에 평화를 깨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그래서 더 차갑게 말할 수 밖에 없고, 냉정하게 말할 수 밖에 없었지. 마음을 쓸 수가 없었지. 한참을 부모와 다투고 엄청나게 많은 상처를 받고 온 너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뭘까. 그런 상황이 오기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 모습을 보면 난 한 없이 작아져 갔지. 

나란 존재 자체가 고통을 주는 것 같아서 미안 하긴 했지. 대체 왜일까. 왜 한국 사회는 이상한 색안경을 끼게 되었을까. 왜 그런 주홍글씨를 남겨두었나.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갈 순 없나. 조금 더 용기 내줄 수는 없나. 조금 더 잘해보라고 토닥여 줄수는 없나.



2.

일구이무. 공하나에 다음은 없다. 전력 투구를 했어야했어. 오늘 공을 던지는 투수는 내일의 경기를 생각하면 안되. 나는 다음 경기, 또 그 다음 경기 까지 생각하다 무심코 던진 실투 하나가 경기를 결정짓는다. 나는 오늘 이 승부처에서 큼지막한 안타를 얻어맞는다.

점점 커지는 사랑이라는 종이를 반으로 접고 또 접어보네. 한번, 두번, 세번, 네번, 접으면 접을수록 더욱 두꺼워지는 종이의 두께만큼. 접는다고 해서 접어지나. 처음 접기 전의 두배만큼 사랑은 더욱 두꺼워질뿐. 할말이 없어. 부모 탓, 사회탓을 해보지만 결국에 내가 모자란 탓.


3.

우리들 중 누구도 몰랐겠지. 이 겨울을 이렇게 맞이할 줄은. 이글을 살펴보는 사람 누구든지. 지켜보는 이도,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아닐수도. 그래 맞아. 나 잘살아. 할 것 다 하면서 지내. 그런데 이제서야 더더욱 잘 살게 되니까 갑자기 마음이 아프긴해. 


4.

애초에 니가 뭔가 하면 잘 되는 사람이냐. 살면서 제대로 이뤄본 것이 뭐가 있냐. 그 잘난 부모말 듣고 잘 된게 있냐. 지금까지 이룬것들 니가 만들어 온거 아냐. 내가 다 만들어서 선물해준거지. 니가 힘들다고 징징대는 것들은 솔직히 말하자면 힘든 측에도 못 들어. 생이 그렇게 힘들고 벅차다면 그만 편한 길 찾는게 맞다. 딱 그 만큼이 맞아. 내가 그렇게 모질게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건, 그 나약함이 꼴보기 싫어서였어. 넌 내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하는 외곬수로 바라보겠지. 바보야. 그게 아냐. 그냥, 이 세상에 쉽고 빠른 편법은 없다는걸 말해주고 싶은거였어. 

주변의 동정에 취하지마. 관심은 받겠지만, 그런 관심을 받는 걸로는 넌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한 때는 어린애처럼 세상의 관심이 그리운 적이 있었어. 하지만, 그거 뿐이다. 온실에서만 살아가다 보면 정글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겠지. 애초에 그 편한 그늘 밑에서 컸으면 그냥 계속 그렇게 사는게 좋을 것 같아. 결국에는 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게 세상이치거든. 그러니까 나는 나의 자리로, 너는 너의 자리로. 그는 그의 자리로, 그녀는 그녀의 자리로. 

이야기 지어내고, 믿고 싶은대로 믿음을 바꾼다고 팩트가 달라지겠니. 세상에 제일 피해야 하는 건 말야.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믿는거야. 심지어 그 생각을 하는 나 자신 조차도 믿으면 안되. 지금의 질서는 영원한게 아니거든. 난 그래서 결국 원수랑도 대화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봐. 화해를 할줄 모르는 사람은 결국 아무 것도 얻는 것이 없어. 자신의 세계가 점점 더 좁아질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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