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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엘오엘 승급기(4) - 추락에는 날개가 없다. 하루 동안 8연패 겪으면서 겪은 심리적인 변화

스타(star) 2013. 10. 22. 18:12

어제 마지막으로 바이로 승리를 거두면서 일단 브론즈2의 80점까지 올라갔었다.

하지만, 그것은 더 높은 곳에서 떨어지려는 움직임에 불과했다. 

거짓말 하지 않고, 그 마지막 승리 이후에 8연패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김재박 前감독의 명언이 생각났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강등에 강등을 거쳐서 브론즈 3까지 떨어졌다. 

나는 2013년 10월 20일을 '블랙썬데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1경기

이럴수가 또 5픽이다. 소나가 걸렸다. 아직 소나를 어떻게 플레이 해야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적은 말파/미포 조합이고 우리는 이즈/소나 조합이었다. 결국 처음부터 내가 삽질을 하고 대패를 했다. 

특히나 관건은 모두가 믿었던 내 크레센도.

오늘 크레센도를 처음 써봤다. 어렵더라.

탑에 선 펜타리즘이 오늘 내 듀오인데 진짜 열심이 분전했다.

하지만, 넘치는 미드와 봇의 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나게 진흙탕에서 욕설이 오고가며 칼서렌 치고 종료.




2경기

야호! 드디어 정글을 잡았다. 이번판은 캐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다. 

이번엔 우리 미드랑 원딜이 완전 초보였던 것이다.

사건은 봇 갱킹에서 일어났다. 역갱을 당해서 봇에서 상대가 3킬을 먹은 것.

나도 물론 잘한건 아닌데 이건 진짜 심했다.

곧이어 이어지는 미드와 탑에서의 패배소식.

시작하자마자 스코어가 0 vs 7.

그냥 말아먹고 신나게 키보드 배틀 붙고나서 칼서렌을 쳤다. 경기시간 20분 23초.



3경기

아 또다시 펜타리즘과 4, 5픽이 걸려버렸다. 어쩔 수 없이 또 내가 서폿이다.

펜타리즘이 다시 한번 탑 리븐을 갔다.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었지만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한타를 잘못 싸웠다. 

그리고 게임은 그대로 끝났다. 43분중에 40분을 이기고 3분 졌는데 그게 곧바로 패배로 이어졌다. 

억울하다.



4경기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펜타리즘과 4, 5픽이 걸려버렸다.

"절대 원딜만은 주지 마세여"

여기까진 흔한 일이었다. 

근데 문제가 발생했다. 아무도 원딜을 하지 않았다.

4픽과 5픽 중에서 원딜을 해야 하는 상황이 결국 와버렸다.

결국에는 고민 끝에 쓰레쉬 블리츠 조합으로 가기로 했다. 

우린 트롤이 됐다.

그런데 아마 이게 우리가 원딜 하는 것보다 더 나을 것이다.

경기 결과는 더 황당했다. 중반까지 비슷하게 가긴 했는데, 결국 힘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



5경기

펜타리즘과 함께 밥을 먹고 헤어진 후 집에 도착했다. 

게임을 켜보니 이번에는 실버2급을 달리고 있는 내 친구 '하늘대로'가 내 캐리를 해주겠다고 선언.

하늘대로는 원딜을 하고 현재 6연승 중이라면서 캐리를 해주겠다고 장담을 했다.

나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기분좋게 랭겜을 돌렸다.

그런데 듀오로 돌린 하늘대로의 첫 픽은 루시안이었다. OTL.

내가 루시안의 스타일을 전혀 몰라서 맞춰주기가 참 힘들었다.

여기서 내 소나는 포텐이 터졌다 심지어 평타로 나서스 킬딸까지도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줌.

근데 문제는 오더였다.

정글 스카너가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바론 핑을 찍기 시작했다. 

내 맵리딩 상으로는 뭔가 좀 아닌 것 같았지만 바론 사냥에 참여했다. 

바론 피가 1/4쯤 남았는데 적의 급습을 받았다. 순식간에 우리편 3데스, 거기에다가 바론도 스틸당했다. 

정글이 강타가 없었던 것이다. 나만 살아남았다. 서폿 혼자 본진을 지킬 수는 없었다.

"아 ㅅㅂ 판단 오지네" 이 한마디와 함게 넥서스가 날아갔다.

45분간의 혈투는 이렇게 패배를 했다.

브론즈2의 마지노선인 0점이 되었다. 한번 더 지면 강등이다.



6경기

설마 강등은 없겠지. 생각하면서 차분하게 6경기를 돌렸다.

오늘 진짜 엘오엘만 했다. 단 한번도 이긴적이 없다.

설마 6연패를 하겠어 하는 생각이었다.

이번에 느낌이 좋았다. 하늘대로는 원딜을 잡았고, 나 또한 정글을 잡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상대의 코르키가 대박이었다. 

나 또한 분전했지만, 아군 라이너의 성장을 크게 돕지 못했고 상대 탑이 너무 잘했다.

워윅의 데미지 흡수량이 장난 아니었다. 엄청난 흡혈량을 보여주면서 경기 후반에 존재감을 과시했다.

또 한가지 오리아나가 개 트롤. 미드가 딜이 안나오고 소심하니 한타마다 딜이 안나왔다. 

망했다. 강등 당했다.



7경기

이미 승패의 문제는 떠났다. 지금의 목표는 브론즈2로 되돌아 가는 것.

어제까지만 해도 브론즈1을 넘어 실버로 갈 생각이었는데 브론즈3이라니.

"내가 고자라니"가 아마 이 기분이었을 듯. 하늘대로도 이제 피곤하다고 자러 갔다. 

나 혼자 남았다.



이번에도 꼴픽이다. 소나를 골랐다. 

하지만, 나에게 이미 멘탈은 없었다. 이번에도 코르키한테 당했다.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케이틀린의 말뚝딜 무빙을 보고나서 직감했다. 패배를 막을 수 없었다.

신나게 키보드 배틀만 하고 게임이 끝났다.


8경기

이미 더 잃을 것이 없었다.

마지막 경기였다.

픽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결국 피들스틱이 트롤링을 하기 시작했다. 상대 탑인 자크에게 킬을 주기 시작했다.

'아 망했다'라고 생각한 순간. 이게 왠일

"님 혼자 관심 받을려고? 나도 던진다"

그러더니 상대편 제드 역시 우리 탑 말파에게 킬을 주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무슨 병림픽이지. 

갑자기 현대인의 모두가 다 정신병을 가지고 있다는 어떤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게임의 양상은 피들스틱vs제드의 대결이 되어버렸다. 

누가 더 잘 던지느냐의 싸움이 되어버린 것이다.

결과는 반사 이익을 챙인 아무무의 하드 캐리로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둘다 리폿 하게 결국 8연패를 기록했다.



블랙 썬데이를 겪으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대체 왜 이런 말도 안되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정말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지. 

내 실력은 고작 이것밖에 안되는 지.

그리고 혹시 정작 내가 트롤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

세상은 참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이 암울한 심해를 헤맬지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캐리를 못하면 못올라간다는 것이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