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연구소/나의 엘오엘 승급기 시즌3

나의 엘오엘 승급기(5) - 지옥에서 구해낸 대리의 눈부신 역투

스타(star) 2013. 10. 29. 16:11

저번주는 LOL을 접한 이래로 최악중에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8연패가 안겨다준 충격은 리그오브레전드의 로그인 조차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수 많은 트롤들과 정신싸움에서 승리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무기력해졌고 실의에 빠져있었다. 

마치 긴 슬럼프에 빠져있는 이승엽같다고나 할까.



실의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다못한 의정부 형에게 연락이 왔다. 

틈틈히 시간 날 때마다 게임을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형은 악명높은 실론즈 유저인데 믿을 수 있으려나, 어찌보면 나보다 더 심각한 트롤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뭐 실버5급만큼 세상에 재미 없는 등급은 아마 없을 듯하다.




그리고 나서 그날 오후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연패의 늪에 빠져있는 내 아이디가 5연승을 거두고 있던 것이었다.



1경기

진지하게 게임에 임하려는 형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캐릭터인 카서스를 골라주었다. 

정글마이의 캐리이긴 했지만, 적재적소에 터진 진혼곡 궁이 일품이었다.

브론즈들의 이해력으로는 카서스의 플레이를 따라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 브론즈는 브론즈였다.

아마 시간이 더 흐를수록 카서스가 더 강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급한 불이 꺼졌다. 강등을 막았던 것이다. 




2경기

한번 승리를 거두자마자 상승세를 막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레오나를 골랐다. 내가봤을 때 의정부 형은 카서스보다 레오나가 더 안정적이다. 

플레이는 카서스를 더 많이 했을 줄 몰라도 레오나의 플레이 만큼은 일품이었다. 

그 동안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와딩플레이도 완벽하게 바껴있었다.

한타때마다 맹활약을 펼치고 시야싸움까지 승리. 

아니 이게 내가 알던 형의 모습인가 생각될 정도였다.

이즈리얼을 업어다 키우는 동안 우리편 케일이 엄청 커졌다. 결국 후반 케일의 강제 캐리.

진짜. 이 기세라면 브론즈 1도 금방 탈출할 것 같았다.




3경기

게임이 풀릴 때는 어떤 캐릭터를 하더라도 잘 풀린다.

정글 볼리베어가 딱 그랬다. 의정부형의 최대약점은 정글플레이가 안된다는 것이다. 

몹의 젠 시간이나 타이밍은 제대로 알까 싶을 정도로 정글을 돌아본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승세라면 그런것 따위는 문제되지 않는다.

미친듯한 상대 봇라인의 패망으로 인해 우리편 베인이 신이 되었다.

결국 베인 강제캐리. 볼베를 골라도 망하지만 않는 플레이로 살아났다.

특히 자신없는 캐릭터이기 떄문에 현돌까지 가면서 버티는 모습에선 감탄사가 나왔다. 




4경기

다시 카서스. 이번판 역시 장기전이 되었다. 

역시 후반에 강한 상대가 이긴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카서스+자르반 조합은 최강이었다. 가두고 장판 깐다.

고통스럽게 상대들은 장판위에서 죽어나갔다. 

더 충격적인 것은 형이 미드를 뺏겨서 탑으로 카서스를 들고 갔다는 것이다.

상대는 트린이었는데 브론즈 트린은 무섭지 않다. 역시 게임은 입으로 터는 것이 아니다.

내부분열을 일으킨 상대편은 결국 폭풍 패배.




5경기

5경기도 분위기가 좋았다. 다시 한번 레오나를 픽하는 여유를 보였다. 

최근 의정부형의 픽은 레오나or카서스or노틸러스.

레오나를 제외하면 많이 픽하는 캐릭들은 아니지만 브론즈에서 충분히 위력을 발휘했다.

역시 브론즈에서 오래 굴러본 사람들은 브론즈 스타일의 플레이를 잘 펼칠 줄 안다.

징크스 역시 씹사기라는 것을 알았고.

아직까지 정글 최강은 리신인 것 같다.

리신이 게임을 다 만들어놨다. 우린 그냥 숟가락만 올렸다.



의정부 형이 대신 뛰어준 경기를 복기해보니 내가 브론즈에 맞지 않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론즈는 전형적인 진흙탕리그이다. 

그래서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다.

서로 똥 묻혀가면서 이기는 건데, 여기서 관건은 누가 더 잘하냐가 아니었다.

누가 더 못하냐의 싸움인 것이다.

내가 트롤들을 상대로 너무 젠틀한 플레이를 펼치려고 했나보다.


아래 LG두산과 같은 팽팽한 리그가 아니다.




오히려 천하무적 야구단에 더 가깝다.



암튼, 많은 깨달음을 얻은 5경기였다. 

당분간 의정부형에게 브론즈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는데 잘 적용해봐야겠다. 인생이란게 다 그런 것 같다. 바닥부터 시작해야 제맛이지.

브라질의 전 대통령 룰라 대통령도 초등학교 졸업에 구두닦이 출신에 공장에서 일하고 선반에 새끼손가락도 잃었던 분인데 대통령까지 올라간 사람이다. 멘탈 떨어질 때마다 그 분의 말씀을 다시 한번 되뇌여본다.



"가난한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게 모든 정책의 최우선이다"

"브론즈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모든 업데이트의 최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