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연구소/나의 엘오엘 승급기 시즌3

나의 엘오엘 승급기(8) - 무간지옥을 벗어나라.

스타(star) 2013. 11. 8. 02:56

"우리의 인생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흘러가는가."

"우리는 왜 이 참혹한 시대에 LOL을 접속하고 있는가."

"왜 우리는 다른 라이너들 때문에 고통받아야 하는 것인가."

나는 지금까지 700게임 정도의 일반/랭크 LOL을 하면서 숱한 번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어쩔 때는 나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어쩔 때는 나에게 끝없는 나락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트롤을 만날 때마다, 대역전패를 당할 때마다 언제나 "때려쳐야지" "아 ㅅㅂ 접어야지" 말은 내뱉지만, 하루도 지나지않아 어김없이 로그인을 하고 다시 게임을 시작한다. 

한국의 LOL 게이머들은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모두 수행자이기도 하다. 특히나 브론즈 리그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다. 현실보다도 더한 고통의 무간지옥(無間地獄)을 걷는 것 같다. 




"난 이미 배치고사부터 망한 거야." 

"그래서 브론즈 리그에 떨어졌다."

"난 잘하는데 같은편이 전부 트롤이야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다."

이렇게 좌절하고 있던 순간, 갑자기 불현듯 생각이 들었다. 마치 원효대사의 해골물 이벤트처럼 불현듯이 생각난 것이다. LOL은 일반적인 게이머의 멘탈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이 게임은 우리에게 정신수양을 하게 만든다. 이것은 일종의 시험이며 관문이다. 나는 더욱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쯤 게임을 멈추고 웹서핑을 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에 우리 시대의 멘토, 힐링캠프에도 출연했던 법륜스님의 한마디는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지켜보아도 화가 계속 난다면, 그 때에는 상대편 입장에 서서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내야합니다. 화를 내 버렸거나 화를 계속 참고 있다면 참회의 기도를 해야합니다."


나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힐러이신 법륜 스님이야 말로 진정한 서포터라고 생각한다. 그에 반해 내 소나와 알리스타, 블리츠크랭크는 아직 한참 멀었다.



법륜 스님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글을 읽고 나 자신을 다스리고 조용한 힐링음악을 들으니 잠시나마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법륜스님의 희망이야기

http://pomnyun.tistory.com/


"화 다스리는 방법?" 법륜스님의 답변

http://pomnyun.tistory.com/36


그리고 나서 중대한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다. 

"플레티넘 친구가 브론즈 계정이 필요한데 몇 판 할 수 있어?"

이럴수가. 드디어 브론즈를 벗어날지도 모르겠다.

한 두판 정도 캐리를 받고 결정적인 순간에 내 평온한 멘탈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면 나도 실버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이미 나의 엘오엘 승급기 6탄에서 잠시 등장했던 의정부형에게는 더 이상 대리를 받을 수 없다. 이미 형은 실버5.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실론즈다. 이런 시기에 등장한 플레티넘 도우미는 나를 흥분의 도가니와 부푼 기대를 가지게 만들었다. 


1경기

잠시 친구가 레오나로 시작한다. 이럴 수가. 플레티넘의 클라스를 보게 되다니. 역시 잘한다. 

우리 봇은 대승을 거두며 흥하기 시작했다. 베인도 잘 주워 먹었지만 무엇보다 레오나의 플레이가 일품이었다. 의정부 형도 레오나 서폿에는 일가견이 있는데 이 친구는 또 다른 스타일의 레오나였다. 

그것 뿐이 아니었다. 또한, 오늘의 주인공인 미드 케일이 대박이었다. 이것이 바로 성역의 플레티넘1의 플레이란 말인가. 수 만든 골론즈들을 발라버리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게임을 끝내버렸다. 저 막대한 파밍력과 와딩 플레이.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기게 해주었다. 마치 8골을 넣으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던 박지성의 10-11 시즌을 보는 것 같았다.

경기는 칼서렌으로 끝났다. 경기시간 22분55초.





2경기

픽이 좀 꼬였다. 아무래도 트롤을 만난 것 같다. 리븐과 아트록스를 보면 둘이 2탑을 갔는지 시원하게 경기를 말아먹었다. 뭐 가끔은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왜냐면 여긴 브론즈니까.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이다. 

이런 경기는 그냥 우물에 주차시켜놓고 웹툰이나 보는 것이 좋다. 요새 네이버에 수요웹튼 닥터프로스트(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293523) 보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그냥 시원하게 욕배틀을 하고 둘다 리폿. 칼서렌 경기시간 20분 42초.




3경기

다시 레오나를 잡았다. 이젠 뭐 우습지도 않다. 정상적인 경기라면 이기는 것이 당연함. 이번판에도 시원하게 털었다. 탑, 미드, 봇 전부 흥했다. 이것이 바로 승리의 라이너들.

다시 한번 시원하게 칼서렌. 

오늘 따라 경기가 시원시원하게 풀린다. 전원공격-전원수비와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대승 아니면 대패.




4경기

좋다. 또 칼서렌이다. 방금전 경기의 복사-붙여넣기라고 해야하나. 

상대편 봇을 보면 알겠지만, 이미 멘탈은 삭제되어 있었다. 

둘이 초반에 킬 내주더니 옥신각신 서로 니가 못했네 니가 잘했네 옥신각신 내분이 일어났다. 

케이틀린이 와딩을 11개나 사는 기행까지 보여줌. 상대 봇라인 캐리로 20분 16초 칼서렌.




5경기

탑과 미드를 보라. 지고 싶어도 지기가 힘들다. 

우리 봇이 상대 징크스 덕분에 조금 고전하긴 했지만, 대세를 바꿀 수는 없다. 아 징크스 너무 씹사기다. 이건 진짜 주최측의 농간이다. 루시안 망테크의 전철을 전철을 밟지 않고 싶어서인지 개사기로 만들어 놨다. 

하지만, 그래봐야 케일이 더 쎔. 케일은 후반에 갈 수록 점점 더 쎄진다. 내가 봐도 진짜 답도 없더라. 

이렇게만 계속 하면 브론즈2 탈출도 곧 시간 문제가 아닐까. 하긴 몇 일 전까지만 해도 실버를 가네 마네 하던 사람이 브론즈2를 벗어나네마네 하니까 좀 우습기는 하다. 




6경기

오늘의 마지막 경기도 뭐 뻔하지. 이번판은 그냥 베인, 나 케일 셋이서 끝내버렸다. 

우리편 베인 진짜 잘 주워 먹더라. 여기저기 골고루 다니면서 킬을 다 먹었다. 상대팀 미드는 베이가였는데 역시 한방이 무섭긴 하더라. 하지만 그걸로는 어림도 없었다. 아 진짜. 우리편 베인이 잘하면 너무 기분 좋은데 상대편 베인이 잘하면 미쳐버리겠다. 



진짜 의도치 않게 6경기 5승 1패를 거두면서 브론즈2를 탈출할 기세였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관성의 법칙 처럼 승리를 하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이기기 시작하는 것이 LOL인 것 같다. 아무래도 법륜 스님의 버프가 작용한 것일까.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나는 여기를 탈출 해야겠다. 


오늘의 승리를 지켜보면서 야구의 신 김성근 스크 전 감독이 떠올랐다. 2010시즌이었나. 22연승을 거두고 있을 때는 그야말로 기세가 ㅎㄷㄷ 했다. 난 비록 칠쥐팬이지만 스크만 만나면 하기스로 갈아입기 바빴다. 이렇게 매일 이기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저때만 해도 스크팬들이 진짜 부러웠다. 니넨 맨날 이기다가 가끔 지면 빡치겠지만 우리는 맨날 지다가 가끔 이기면 그날 소 잡는 날이여.

'일구이무.'

공하나에 다음은 없다. 오늘 따라 결론이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