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기업가정신

가끔은 시원한 맥주한잔 하고 집에가자 -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대처하는 자세

스타(star) 2014. 9. 24. 03:32

기업의 전략의 무게감

동대문 테라스에 들렀다. 원래는 까페였는데 어느새 가보니 바베큐도 구울 수 있게 시설을 해놓았더라. 

까페 말고 고기도 굽고 할 수 있는 운치 있는 장소로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지나가다가 맥주 한잔도 하면서 이야기좀 할 겸 파트너와 함께 다녀갔다. 


삼개월안에 이력서를 들고 회사들을 기웃거릴 것이라는 주변의 평가와 전망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자기 직장 만들어서 일한지도 일년이 훨씬 넘었다. 적지 않은 풍파와 기회들이 있었고, 어려움속에서 기어올라오고 생존하느라 이래저래 힘들어 했던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아 이거 안되면 농약먹고 뒤져야겠다' 할 정도의 위기 또한 없었던 것 같다. 


스타트업 초기에 여기저기 고만고만한 스타트업 회사들과 네트워킹하던 시절에 자기는 목숨을 걸고 창업을 했다고 말하던 CEO들도 있었다. 그 분의 표정이 너무 비장해 보여서 그 때는 참 뭐라고 말 해주기가 참 어려웠다. 기업가 정신도 당연히 필요하고, 성공해내겠다는 의지도 당연히 필요하긴 한데, 목숨과 바꿀 정도일까. 의지는 참 좋은데 그 정도로 힘든 일이라면 도박을 하겠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기업의 전략이라는 것이 저글링 4드론 러쉬를 할 것이냐, 벙커링 테란으로 갈 것이냐 하는 스타크래프트 전략을 세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물론, 배틀넷에서 한 게임 패하는 것과 수 억원을 날려먹는 것과 당연히 무게감이야 차원이 다르겠지만, 어쨌든 사고가 돌아가는 과정은 비슷한 것 같다. 어떤 자원을 가지고 어떤 테크트리를 탄다. 그게 전부아닌가. 

어렵고 복잡한 문제일 수록 쉽게 풀어야 하는 것 같다.



정작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실 생각해야 할 것들이 요새 많아졌다. 이것저것 경영, 업무, 협력과 제휴들이 쏟아지고 있다 보니 좋은 판단이란 뭘까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게 된다. 자꾸만 단순하게 생각하자, 쉽게 생각하자고 하는 것이 아무래도 현재 상황이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반증인 것 같다. 

우리의 판단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뀌어 갈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스스로의 판단과 클라스를 좀 믿을 필요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가져야 하는 것은 뭔가 했더니 오히려 자신감인 것 같다. 뭔가 항상 쫓기듯이 살다보니 더 멀리 보지를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경영자들은 조금 여유로움이 필요할 때도 있는 것 같다. 망중한이라고 하지 않았나. 바쁜 와중에 잠시 짬을 내야 하는 이유는 숨을 고르고 더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더 바빠지고, 더 할일이 많아질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해질 수도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서비스와 혜택을 누리게 될 지도 모른다. 여러가지 꿈들이 교차하고 있고, 멀어져가는 것과 가까워져가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원하는 것이 뭔가

대부분 사장은 직장인이던 시절을 거친다. 나는 회사를 떠날 때 정말로 복잡했던 것 같다. 이것저것 미래에 대한 생각, 당장 줄어들 수입도 걱정이었다. 또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때론 나약한 자신의 모습도 교차되어 떠오르곤 했다. 방학만 되면 나는 항상 늦잠자고 낮밤이 바뀌기 일수였으니까. 그리고 내가 과연 회사를 떠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고, 내 그릇에 대한 불안감도 들곤 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많이 망설였고, 자신감도 떨어졌다가, 현재의 현실을 다시 냉정하게 바라봤다가, 할 수 있을 거라는 힘을 내보기도 했다가, 혼자 만들어지지도 않은 미래를 상상하기도 했다가의 반복이었다.

매일 밤 고민하면서 뒤척이곤 했다. 

결국, 그 시간이 점점 지나가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한가지만 물어봤다. 

그래서 지금 그 선택과 판단과 결정을 내리면 나는 행복해 지는가? 

모든 판단을 행복이라는 지표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야 지금의 번민과 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 때는 통계와 숫자보다도 직관이 필요했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그 다음 날, 나는 즉시 사표를 냈다.

당신은 행복해져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지금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지 않나.

나와 파트너는 오랜만에 맥주 한잔 걸치면서 생각했다.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려면 조금 더 열심이 살아가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