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썰.ssul

편입 취소 될뻔한 이야기.ssul

스타(star) 2014. 10. 23. 05:42

1.

K팀장에게 연락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예전에 회사 생활할 때, 이 사람 때문에 상당히 애를 먹었었다. 워낙 그 과정들이 나에게는 끔찍한 시간과 기억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한 동안은 그간 쌓인 감정을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2.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안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나의 일을 열심이 했을 뿐이고, 그도 그의 일을 열심이 했을 뿐이다. 애초에 우리가 근무태만이나 일에대한 욕심이 없었다면 별로 마찰조차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이미 회사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던 상황이었고, 새로이 지휘봉을 잡은 K팀장은 뭔가 실력한번 보여줘야하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다. 내 입장에서는 새로운 팀장을 인정하기 싫었고, 그도 역시 자기 일을 사사건건 걸고 넘어지는 내가 눈에가시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도 한번 눈밖에 나면 정말 정신 나갈 때까지 혹독하고 이성적으로 논리를 펴는 사람이다. 견제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모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길을 막는다. 반대로 목표가 있으면 어떻게든 쟁취하려고 하는 사람이고, 타협같은건 애초에 안하는 성격이라서 다분히 보스기질이 있다고 하겠다. 또한, 몇 가지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존재하기도 했다. 나의 열등의식을 자극했던 것일 수도 있고.

한 때는 어떻게든 공존하는 방법도 찾아보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입장으로 서서 보기도 했는데 결국에는 결정적인 사건들이 터졌다. 나로써는 죽어도 할 수 없는일이 있고, 그로써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다보니 결국 서로 충돌하고야 말았다. 사실 나도 이미 상당히 감정이 상해 있었고, 그도 자신을 인정안하는 내 모습이 싫었겠지. 직장인이 절대 하지 말하야하는 것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인데, 나도 그도 서로에게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던 것 같다. 일이 아니라 사람을 미워하게 된 것이다. 


3.

나는 K팀장이 뭔가 실수 했을 만한 것들을 다 조사하고, 상황을 엎어버릴 수 있는 카드들을 준비했다. 새로 판을 짜야했다. 말그대로 정치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밤새 엎어버릴 자료를 준비하면서, 어느 순간 내가 지금 하는 짓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순간,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 

수 많은 지표와 로그들을 뒤지면서 K팀장들의 실수들을 찾아냈다. 그의 판단, 그의 행동들이 현재 지표에 미친 영향과 미미한 효과에 대해서 연관관계를 찾아내려고했다. 하지만, 자료에 접근하면 접근할수록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거 이 사람도 지금 후달리구나. 사실, 그 과정에서 몇 번이나 극적으로 화해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지만, 결국에는 자존심을 굽히지는 못했다. 난 프라이드가 정말 강했다. 솔직히 멘탈도 그 당시에 많이 떨어져 있었고. 최종적으로는 나는 떠밀려가듯이 퇴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다.


4.

회사를 나가기로 결정한 뒤로 이제는 인사팀과 나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당시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던 나는 매일 편입취소의 압박에 시달렸다. 사실 나는 다른 부서로 발령받거나 여유로운 팀으로 이동해서 대충 일 년 정도 시간 때우다가 복무만료 해버릴 생각이었는데 쉽지 않았다. 어떻게 손을 쓴건지 뭔지 몰라도 수 많은 팀들이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회사에서는 그만 회사 조직 들쑤시고 퇴사하라는 눈치를 줬다. 그 과정에서 인사팀과 내가 겪은 과정을 보자면 진흙탕도 이런 진흙탕이 따로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극단적으로 가면 이 정도까지 상황이 흘러갈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인사 담당자가 뭔 죄가 있겠냐만은 중간에서 그 사람도 고생했겠지. 나도 완고하고, 회사도 완고했다.

그 때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사실, 이 정도면 가만히 있을 나도 아니라서, 노무사와 변호사들을 동원해서 나 역시 부당해고와 구제신청으로 항소하려는 했었는데 차마 거기까진 가지 못했다. 

이 모든 원인은 K팀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계략 때문에 내가 여기까지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들었다. 정말 어떻게 저 인간만큼은 좀 크게 한번 실패 겪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들었다. 감정이 상해 있었다. 



5.

그 뒤로 한동안 K팀장의 소식은 모른다. 나도 새로운 회사에 가서 적응하고, 그곳은 그곳대로의 희노애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 많은 시간들이 지났는데 여전히 그 때의 상처들은 쉽게 치유가 안되고 있다. 직장생활이란 것이 물론 좋은 기억도 많겠지만, 워낙 마지막에 기억들이 안 좋은 것만 있다 보니 쉽게 떠올려지지도 않고,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보게 된 것도 삼년만에 처음이다. 얼마나 내가 이 문제에 있어서 민감해했는지를 알 수 있다. 

K팀장은 그 뒤로 사업을 시작했고, 간접적으로나마 흥행성적들을 전해듣게 되었다. 사실, 근 삼년간 회사 경영하면서 아마 적지 않게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봐야 했을 것이다. 솔직히 나도 망한 사업들과 프로젝트들을 뒤로하고 회사라고 할만한 조직 하나 운영하는데 이제 겨우 일년 남짓 되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수도 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데, 그도 역시 필연적으로 자아성찰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람의 행동에는 반드시 그 댓가가 따른다. 만약 그도 옳고 나도 옳았다면 우리 모두 지금쯤 성공해 있었어야 했다. 그렇다면 둘다 틀렸을까? 그것도 아직은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그것을 증명해나가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거짓말을 평생하면 그건 진실이 되는데, 어쩌면 그런 것 처럼 우린 평생 성공을 증명해나가야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6.

주변 상황이 많이 변했다. 어느날 후배가 K팀장과 이제 그만 안부 한번은 물을 때도 되지 않았냐고 물어온다. 솔직히 나는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긴 하는데, 어찌되었든 이건 나 스스로도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들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애정 없이는 서로 비판을 할 수가 없다. 완벽한 사람은 없듯이 완벽한 팀장도 없고, 완벽한 사장도 있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는 저 사람을 밀어내고 나쁜 단면을 보는데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생각을 바꿔 볼 수 있는 내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 전에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용기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먼저 용기 내서 다가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쿨한 사람은 세상에 없다. 쿨한 척 하는 것 뿐이지. 나도 쿨한 척 하는 것 뿐이다. 전화 통화 한번 하면 되는 걸 뭘 이리 고민을 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