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울릉도, 독도

내가 만난 울릉도,독도 - 스토리텔링 여행(4) 패기의 성인봉 등산, 그리고 이제 귀환.

스타(star) 2013. 9. 12. 04:18

올해 다닌 여행 이야기들을 책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 내용들은 책에는 없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입니다. 

만남, 인연, 대화 속에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진 컨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3~4월에 타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내리고 블로그에 옮겨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스타입니다. 방금 새벽 4시에 집에 도착했고요. 씻고 잠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제가 없어도 서울은 잘 굴러 가는 것 같네요. 어쨌든 이걸로 여행이 끝이 나는 군요.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도 기대 됩니다.

오늘은 하루가 엄청난 강행군이었습니다. 어제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울릉도 최고 정상인 성인봉(984m)에 등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무런 장비도 없이 성인봉에 겁도 없이 덤벼든건 무슨 패기였을까요. 아침에 그냥 운동화에 야상 하나 걸치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일찍 일어나려해도 못 일어나는데 어떤 목표가 있으니 저절로 눈이 떠지더군요.


성인봉 등산은 장장 오전 8시 30분 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반에 걸쳐 끝났습니다. 올라가면서 사회적 지능을 발휘하여 등산객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상에 올라가서 쵸코바를 3개나 얻어먹고 육포에 소주도 한잔 걸치고 내려왔네요. 이번 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들이 변했죠. 그 중에 하나는 붙임성이죠. 낯선사람들과의 대화가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그것이 설령 아름다운 여성이거나, 지긋하신 어르신들이거나, 말이 안통하는 외국인이거나 전혀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제가 체력이 좋다는 것도 알았네요. 알고보니 꽤나 난이도가 높은 산인데 그걸 그냥 등산복도 없고, 운동화를 신고 무사히 갔다왔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겁니다. 여러분, 남자는 운동도 잘해야 됩니다. 체력이 뒷받침 되면 자신감도 더불어 증가하고 그러한 모습이 알파메일alphamale의 캐릭터를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한창 군대다녀온 직후의 남자가 패기가 쩌는 겁니다. 근데 문제는 당신의 체력이 떨어지면 자신감도 같이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항상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하세요.


그리고, 섬에 여행가면 어김없이 등장해주는 필수요소가 하나 있죠. 

선박 결항.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강릉, 동해쪽으로 나오는 배는 모두 결항 되어서 섬에 묶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하루 더 묵을까하는 생각도 했는데, 이게 기상이 한번 나빠지면 장기화 될 수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일주일 넘게 나가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서, 가급적이면 빠져나갈 수 있을 때 나가는 것이 좋겠더군요. 여기저기 해운사에 전화하고 각방으로 알아본 끝에 오후에 포항으로 나가는 큰 배를 타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표까지 다 마련해 놓고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안면이 있는 여성분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첫날 울릉도에 놀러 왔을 때 관광지도 가져다 준 터미널 근무 직원입니다. 아마도 울릉도에서 제일 젊은 층에 속하는 분이 아닐까 싶네요. 제가 기억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울릉도에서 제 또래의 여성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거든요. 워낙 인구도 1만 명 밖에 안되는데다가 대부분 고령이고, 젊은 사람들이 흔치 않아요.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죠. 덕분에 재미있게 관광하고 돌아간다고 가볍게 인사를 했습니다. 까페 가서 글 쓰고 사진 정리하다 보니 배가 도착할 시간입니다. 어쨌든 이제 육지로 나가는 배를 탑니다. 



배 타러 가는 동안 공공장소에서 담배 피는 아저씨와 시비붙었습니다. 사람들이 배를 탑승하기 위해 부두쪽에서 길게 줄이 늘어서있는데, 거기서 담배를 피는 겁니다. 한명이 뻐끔뻐끔 피기 시작하나 옆에서 눈치보던 다른 흡연자들도 죄다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고 피우기 시작하는 거에요. 너무 보기 좋지 않은 광경이고, 아이들도 많았구요. 주변사람들 누구도 그 상황에 대해서 한마디를 안하고 있길래 담배좀 꺼주세요.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저씨가 제가 지적하는 모습이 기분이 나빴는지 맞받아 치는거에요. 휴. 저도 흡연자였던 때가 있었는데, 저 같이 젊은사람들에게 망신당하고도 담배가 피우고 싶은지 모르겠네요. 기분 나빴다면 어쩔 수 없어요. 저도 기분나쁘라고 이야기 한거라서요. 그만 피우는게 나을 거 같네요. 



배에 탑승해서는 옆자리에 한 커플들과 대화가 또 되네요. 둘이 커플 여행을 왔나 보네요. 아마 남자분이 고생 좀 하셨을 듯. 다시 말하지만, 여기는 그렇게 쉬운 난이도의 관광지는 아니거든요. 다들 울릉도와 독도 여행에 관해 수다도 떨고 그러면서 왔습니다. 참. 저도 지금와서 생각해 보는데 오지랖이 진짜 넓긴 하네요. 좋은 추억과 인연을 만들고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갑니다.



세 시간만에 포항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포항은 매우 큰 도시군요. 지방이지만 여성들도 나름 세련되 보이고요. 다들 괜찮아 보였습니다. 시간이나 기회되면 포항도 조금 돌아보고 싶었는데. 시간도 부족하고 너무 피곤하네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시외버스 터미널에 갑니다. 바로 출발하는 표도 없네요. 어렵사리 서울 가는 표를 끊었습니다. 밤 11시 출발입니다. 덕분에 근처에 사우나 가서 4시간 정도 휴식을 취했구요.



오늘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네요. 종일 등산하고, 배타고, 걸어다니고 했더니 피곤하긴 했나 봅니다. 배에서 3시간, 버스에서 4시간을 잤는데도 피곤하네요. 어쨌든 이제 포항에서 달리기 시작하여 서울에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재미있는 여행들이었고요. 다녀오고나니 그 동안 신경끄고 있었던 것들이 하나 둘 터져나오기 시작하네요. 뭐 인생이란게 다 그렇습니다. 하루하루 수습해가면서 사는거죠 뭐.




많은 분들이 저에게 쪽지나 메세지로 배낭 여행에 대해서 문의 주시기도 하고, 계획도 묻고 그러셨는데. 뭐든 좋습니다. 혼자 떠나면 혼자만의 매력이 있고, 여럿이 가면 여럿의 매력이 있는겁니다. 뭐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과연 여러분들이 어떤 상황에서 과연 그 선택을 할 수 있느냐. 엔터키를 칠 수 있느냐 하는 거죠. 제가 평소에 품고 다니는 이 문구가 생각나네요.


"그래도 해보는 것이, 안 해보는 것 보다 낫다."



이로써 울릉도&독도 여행기 컬럼을 마칩니다. 그 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울릉도를 돌아다니면서 조금 더 내면의 탐구와 인생의 목적에 대한 에세이를 책으로 담고 있습니다. 주제는 제가 컬럼에서도 계속 보여주었던 도전, 그리고 변화, 그리고 사람에 대한 생각, 주인공인 제가 느끼는 세상에 대한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