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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의 허상, 아홉수의 부산 여행(2) - 2012년 부산 지스타 여행 20121108~09

스타(star) 2014. 7. 23. 01:34

다시 원점으로

별 소득도 없는 지스타 행사장을 튀어 나왔다. 복잡한 생각만 맴돌았다. 내가 왜 여기에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사람들에게 인사 한번 더 다닌다고 내 인생이 뭐가 달라질까. 누군가에게 아는척 하는 것도 참 지겹고도 고달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일이 찾아다니기 힘드니 모두가 찾아오게 만들자.


나는 다시 원점에서 부터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는지부터 다시 점검해 봐야했다. 그 누구보다도 나와의 대화가 필요했던 것 같다. 정작 이 모든 행동에 대해서 적어도 나는 스스로에게 충분한 동의를 받고 하는 행동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차를 몰아 해운대로 향했다. 원점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우리는 뭐가 잘못돼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었다. 부산에 온 이유뿐만 아니라, 스물아홉살 살아오면서 점검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인간관계, 돈, 연애, 직업, 해왔던 것과 하지 못한것들에 대하여 깊은 생각과 상념에 빠질 필요가 있었다.



그 동안 운이 좋았다

부산까지 왔는데 부산 특산물을 좀 먹어야 하지 않나. 부산 밀면을 찾았다. 

솔직히 어디가 음식을 잘하는지 몰라서 인터넷 검색해서 찾아갔다. 맛집한번 검색해 보면 인터넷에서는 여기가 유명하다 저기가 좋다 말이 많다. 하두 이집저집이 다 맛있다고 자랑하다보니 이젠 뭐가 진실인지도 모르겠다. 직접 다녀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모르겠더라.

한참 검색하다가 일단 뭐든 먹어보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잘 모르면 그 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해봐야 하는 것 아냐? 그 동안, 인터넷 검색도 하고 소문도 듣고 남의 생각 물어물어서 용케도 운 좋게 잘 지내왔던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간접 경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주의 사건들이 아닌 것 같다. 직접 몸으로 뛰고 달려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먹어보니 맛은 모르겠다. 밀면이란걸 뭐 언제는 먹어봤나. 앞으로 두 세번은 더 먹어봐야 맛을 알 것 같다.

밥먹고 다시 드라이브를 떠난다. 광안리로, 해운대로, 정처없이 부산을 떠돌았다. 언제 또 이렇게 차를 가지고 부산에 올지도 모르는데. 이왕 온김에 갈 수 있는 곳 많이 다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밤이 찾아온 부산은 화려하지만 쓸쓸했다. 서울과 비슷하지만, 여긴 내 고향이 아니다. 낯설기 떄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새로운 나를 찾는 것.

그 동안 난 참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스물아홉 살면서 어찌어찌 잘 버텨왔던 것 같다.




다시 광안대교로 향한다.

몇 번째 왔다갔다 하는지 모르겠다. 뭐할까 하다가 회나 한 사라 사다먹을 생각으로 다시 광안리로 향했다.



저 멀리 보이는 광안리의 야경.



활어직판장

광안리에 가면 다른 곳은 회사 비싼데, 그나마 회센타쪽을 추천해 준다. 특히나 활어 직판장 쪽에서 포장해서 가는 것이 제일 저렴했던 것 같다. 어쩌다 한번 찾은 곳인데 솔직히 정말 얼마나 저렴한지는 모르겠는데, 한번 두번 세번 오다보니 이제는 여기가 제일 익숙한 곳 같다. 그냥 자연스럽게 발이 향한다.



골치 아픈 생각들 좀 접어두고 회나 한마리 일단 먹으러 가야겠다.

가격도 저렴하고 잘 포장해서 광안리 해변에 가면 그냥 노상에 자리 펴고 먹을 만한 곳이 많다. 벤치든 돗자리든 깔고 앉아서 해변을 배경으로 소주 한잔하면 좋다. 바닷바람 안주 삼아 본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자 회 한사라에 소주는 됬고, 청하나 한잔 하기로 했다.

기분이 좀 좋아져야 할텐데.



사실 이렇게 본다고 해서 횟감이 뭐가 더 좋은지 모른다.

뭔가 아는척 하면서도 사실 알고보면 아는 것 하나도 없는 초보나 다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