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2014 홍콩의 나이트라이프와 마카오 여행

"몇 일째 홍콩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 홍콩민주화운동(1)

스타(star) 2014. 10. 4. 04:12

시위 격화

홍콩에서 몇 일째 민주화 시위가 계속 되고 있다는 뉴스를 본다. 처음에는 별 것 아니겠지 하면서 신경 끄려고 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악화되는 상황에 집중한다. 



방콕에 다녀왔을 때는 몇 일뒤에 쿠데타가 일어나더니 홍콩에 다녀왔을 때는 민주화 시위가 벌어진다. 우스개 소리로 "아 조금만 타이밍 잘 못 맞췄으면 여행가서 곤란할뻔 했다"는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소년탐정 김전일 만화를 보면 김전일이 다니는 곳에는 항상 살인 사건이 일어나곤 했는데, 내가 다니는 곳은 항상 정치 불안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들기도 한다. 





홍콩대에 가본 적이 있다. 학생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학생들이랑 잠깐 얘기도 해보고 캠퍼스를 돌아다니면서 어떻게 공부하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때마침 학교에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그게 방학 때문이었는지 휴일이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참 열심이 공부하고 착하다는 인상이 들었다. 적어도, 학교에 핸드백 하나 달랑 들고 풀메이크업으로 돌아다니는 학생들은 없었다. 그런 친구들이 시위대를 조직하고 데모를 하는 모습은 솔직히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몇일 째 홍콩에 대한 뉴스를 주의깊게 보고 있다. 자유를 원하는 그들의 시위 현장을 보니 염려는 되지만 아직 큰 일은 발생하지 않고 있었다. 적어도 화염병이 날아다니고, 쇠파이프로 싸우고, 사망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놀랄만큼 정돈되고 일사불란한 시위였다. 


솔직히 내 생각으로는 과연 저런 평화적인 시위로 제대로 그들의 생각을 전달할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도련님이 양복 빼입고 시장통에서 점잖게 흥정하는 느낌이다. 이번 시위의 주동자들도 굉장히 나이 어린 친구들이고, 조직화도 잘 되어 있지 않다. 이상을 추구하긴 하더라도, 결과는 현실적이어야한다. 홍콩의 이상은 너무 높고 고상하다.




상황이 격화되지 않길

더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길 바라는 한편, 나는 조용히 천안문 사건을 검색해보곤 했다. 사람들은 천안문 사건에 대해서 잘 모른다. 아는 사람들도 모른척한다. 침묵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 날은 악몽처럼 떠오른다. 


나도 내심 혹시나 수가 틀리면 상황이 묘하게 흘러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뉴스에 뭔가 충돌이 나면 문득문득 놀라곤 하는 것이다. 이미 수 천명을 죽음으로 내몰면서 강경진압한 사례가 있는 정부이다. 굉장히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부모라서 자칫 인내심이 약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 



내 위시리스트에는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곳에서 혁명군으로 참전하기"라는 위시리스트가 계속 반짝거리고 있었다.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해라, 내정간섭하지 말고 니 할일이나 제대로 하라는 이야기들도 많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신념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지 않나. 


혹시나 더 큰일이 벌어지면, 나는 비행기를 타고 홍콩으로 향할 것이다. 참상을 취재하고 많은 목소리를 담기 위해서라도 방문해야 할 것 같다. 


글을 쓴다는 재주는 이럴 때 쓰라고 내려준 재주이다. 할아버지가 그랬고, 아버지가 그랬듯이 나도 마찬가지의 선택을 할 것 같다. 



한국의 청년들

난 한국의 젊은 청년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자신들의 미래를 누가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다. 당장 개개인들의 빚이 얼마이고, 자신들의 미래가 얼마나 저당잡혀 있는지 알게 되면 소스라치게 놀랄거다. 


기존의 복잡하게 만든 허들과 틀에 대해서 격파할 엄두는 못낼 것 같다. 시위 조차도 깨시민 코스프레가 되어버린 한국은 이제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한국의 청년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 해야하는데, 이제는 도저히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이미 너무 많이 실망해버려서 마음을 정리하는 것 같다. 


여행 다니면서 그런 얘기들을 하곤 한다. "한국에 돈벌러 다녀올게. 내 고향은 오히려 여기인 것 같아." 오히려 홍콩의 청년들과 함께 홍콩의 미래를 만드는 편이 낫겠다. 문득 세상에, 나는 한국 국적을 가진 외국인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참 슬픈 일이다. 


난 이렇게 내 나라를 이렇게 사랑하는데, 혹시나 내가 지쳐서 이 나라를 포기할까봐 걱정된다. 정말 오래 사귄 여자친구처럼 오만 정도 들고 사랑하긴 하는데, 도저히 그녀와 함께 자연스러운 미래를 그릴 수 없게 되는 그런 느낌이 들까봐 걱정이다. 정의롭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이어야하는데, 갈수록 정의롭지 못한 것 같고, 어렵게 주어진 자유마저 스스로 포기하는 것 같다.


이 나라에서 일말의 희망이라도 찾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어떻게 보면 마지막으로 내가 이 나라에서 세금내면서 벌이는 사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과의 나와의 관계가 돈 때문에 라는 명분으로 살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어쩔 때는 과도한 스펙경쟁을 하고, 안정적인 직장과 공무원직에 몰리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잘 됬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똑똑한 녀석들이 소모적인 경쟁을해주고 있으니까 다행이라고 느껴지더라. 


우리의 자식들에게 암울한 미래를 넘겨주고 싶지 않다고 시위 현장에 참여한 홍콩의 대학생들과 참 비교되는 모습이다. 어떤 나라에서 17살은 리더가 되고, 어떤 나라에서 17살은 아무 생각이 없다.





봄은 올 수 있을까?

아무래도 걱정이 되서 샤리스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놀란 눈치였는데, 뉴스 봤냐면서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 


"걱정마, 난 살아있어" 밤에는 친구들과 대화하러 까페에 간 모양이다. 이번에 장바구니에 담아둔 물건을 보여주면서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뉴스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실상은 꽤 온도차가 있었다. 심지어 홍콩 내부에서는 친중파도 많기 때문에 이번 시위가 서방세력이 지원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시선도 있긴하더라. 


샤리스가 말했다. "니가보기에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과연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 한국도 그렇게 힘든적이 있었어. 앞으로 어떤 상황이 되든지, 너는 행복했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니가 생각했을 때, 뭔가 이건 아니다 싶으면 반드시 표현을 해. 사실, 나도 뭐가 옳고 그른지는 몰라. 난 그냥 너의 편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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