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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뽑기

스타(star) 2016. 6. 15. 02:43

뽑기같다고 생각해

뽑기가 다 인생같다. 한번 두번 간보다가 기회를 봐서 확 몸통을 물어채는 것이다. 어떤 것은 머리를 노려야 할 수도 있고 어떤 것은 목과 다리 사이를 공략해야하기도 한다. 많이 먹으려면 입구에 탑처럼 쌓아서 설계를 잘해야 한다. 처음에는 어떻게 집어야 할지도 잘 모르다가 이제는 3~4번에 하나는 뽑는 거 같다. 너무 많이 인형을 뽑아가니 사장들은 기계를 조작한다. 잡자마자 놓치기도 하고, 기계 힘을 너무 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또 사람들은 다른 기계의 약점을 찾아낸다. 꾼이 꾼을 만드는 법이다. 꾼들이 있으니 세상이 점점 팍팍해 진다. 

새로 건진 이 취미는 나름 인기가 좋다. 놀이공원, 오락실에서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는다. 뽑는 것도 이젠 인형 따위가 꼭 필요해서라기보다는 그냥 뭔지 모를 승부근성이 투영되는 것 같다. 이것 역시 확률 게임이고 사행성 느낌이다. 인형을 들어서 떨어트릴때의 그 느낌이 너무 좋다. 옆에 지켜보던 꼬맹이나 여자들에게 선물이라도 하면 뛸듯이 기뻐한다.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다. 어짜피 그래봐야 나에게는 평범한 인형일 뿐이기 때문에 부담도 없다. 재주로 관심을 산다. 

 


​둘리

요즘 인형 뽑기에 빠졌더니 열게임에 하나는 뽑는 거 같다. 무게중심 맞추는 법이랑 탑쌓기를 익히면서 거의 매일 뽑기 시작했다. 원리를 알았다고 해야하나. 얼마전에는 둘리를 뽑았다. 머리를 잡았는데 솔직히 무거워서 힘들거라 생각했다. 사실 이때 부터 감을 잡기 시작한 것 같다. 밤새 이만원을 쓰고 뽑았는데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고 테스트를 해본 셈이었다.




헬로키티

분당에서는 만오천원에 헬로키티를 4개나 뽑았다. 지켜보던 윤하가 처음에 하나를 뽑았을때는 너무 놀라서 기뻐하다가 세개 네개를 연속으로 뽑으니 이상한 사람처럼 보기 시작했다. 뭐든지 과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기 마련이다. 하나만 내가 기념으로 갖고 나머지는 전부 다 선물했다. 남자들에게는 잡동사니나 다름 없지만 여자들에게 인형은 의미가 다르다. 귀엽다라는 것으로 많은 것들이 용서된다. 

어머니도 그랬다. 처음에는 집에서도 인형을 가져오길래 신기해 하더니 하두 많이 가져오니까 허구헌날 인형을 왜 들고오냐고 타박받기 시작한다. 뭐든지 과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기 마련이다.




스티치, 보노보노, 마시마로

밤마다 기계에서 인형들을 죄다 뽑아가니 편의점앞에 구경하던 사람들이 몰려든다. 어떤 아저씨랑 여자는 와서 2000원 주면서 뽑아보라고 시키기도 했다. 잘 뽑는 사람 보면 멋있다고 칭찬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뽑고 뽑고 또 뽑다 보니까 가방에 하나가득 인형이 차버렸다. 밤에 인형을 잔뜩 안고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가면 사람들이 으례 이상한 사람으로 보기 마련이다. 아 저걸 진짜로 뽑아가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반응이다. 




몰랑이

오늘 처음 뽑은 이 인형은 몰랑이라고 부른다. 나도 처음 보는 캐릭터인형이었다. 이게 돼지인가 봤더니 토끼에 가까운 것 같다. 가끔은 너무 애매해서 애를 먹는다.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지나가다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걸리는 것들도 있는 셈이다. 가끔은 필요 이상으로 너무 원하던 것이 있지는 않았나.




과잉투자, 멈추기 힘든 유혹

결국 이런 취미가 생겼다. 취미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런 의미 없는 인형을 계속 뽑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납득 하기가 어렵다. 저렴한 돈을 들여서 더 좋은 인생을 뽑아보려는 시도를 자꾸 한다. 하지만 점점 시도가 늘어날수록 결국 인형을 사는 비용과 비슷해지고 있다. 기대값이론에 의해서 평균에 수렴해가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어도 멈출 수가 없다. 인생에 이것 보다 더 즐거운 일도 딱히 없기 때문이다. 기계속에서 살아가는 인형을 구출 해주는 것이 때론 더 즐거울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게임속 캐릭터를 키우는 것도, 아바타에 열심이 투자를 하는 것도, 어항 속의 붕어를 키우는 것도, 연인에게 투자를 하는 것도 다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뭐든지 적당해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 넘치게 가고 있다. 가득 차고 넘쳐서 흘러내린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인형을 뽑는다. 또 달래고 뽑고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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