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주말 보냄.

스타(star) 2013. 8. 12. 05:26

1. 

주말에 동생들과 함께 DC에 다녀왔다. 서해는 처음인데, 게다가 어린애들 많기로 악명높은 DC라니. 애초에 헌팅이니 뭐니 의욕도 별로 없는데 그냥 놀자 하면서 나가 놀았다. 오토바이도 타고, 타투도 하고, 술도 마시고 모처럼 해안도시를 누비고 다니면서 휴가아닌 휴가를 즐긴다. 여기저기 뭐가 있나 파악하다 보니 하루가 다 가버렸다. 

썰렁했던 금요일. 이게 DC인가 하는 생각에 주말에도 걱정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생각만큼은 아니다. 언론 플레이에 당한 것 같다. 신문기사는 역시 믿을것이 못된다. 

토요일에는 풀 그루밍을 하고 달려 나갔다. 여섯 시간의 헌팅. 재미있었지만, 많은 여성들이 술 마시다가 사라졌다. 아니, 갈 땐 가더라도 이야기하고 가면 되는데 왜 도망치지. 우리가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간다면 정중하게 인사하고 보내줄 텐데. 왜 상대의 마지막 기억에는 도망치는 모습을 남기는 걸까. 내가 그 모습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건가. 나 역시 그 모든 것이 환상이자 신기루라는 것을 아는데. 뭐 어떤가. 

어짜피 우리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당연히 이런 것이 바닷가의 로맨스라는 것을 알고 있다. 시뮬라크르의 만남이라는 것이 진면목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즐기기로 했다. 광장 쪽에서 DJ들이 일렉 음악을 틀어놨길래. 동생과 함께 스테이지 앞에서 춤을 췄다. 수 개월간 달리면서 늘어난건 춤실력과 체력, 화장법 뭐 이런 것들인가. 아무도 나서지도 않고, 우리가 노는 것을 구경하는 동안 우리는 정말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벤치쪽에 자리를 잡고 폭죽도 터트리고, 지나가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술한잔씩 따라주곤 했다. 한번은 헌팅하고 있는 남성들에게 가서, 그거 되지도 않는 헌팅하지 말고 우리랑 술이나 먹자고해서 남자를 데려오기도 하고. 참 나. 바닷가의 알파메일(alpha male)이라니. 뭐 잘은 모르겠는데 암튼 우리가 제일 재미있게 놀았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요일에 술에 체했는지 서울 올라오는 동안 신나게 멀미하면서 오바이트 하다가. 휴가 끝.




2. 

도통 연애가 안된다. 아니, 안된다는 것이 어떤 뜻이냐면 도저히 기준이 낮춰지지 않는다고 해야하나. 아니, 얼마전까지는 그랬는데 지금은 그 문제도 아닌 것 같다. 사실 나도 이 경계를 알고 있다.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기 때문에 나도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참 매력적이지만, 마음을 얻기 힘든 남자가 되어가는 것 같다. 기준이 까다롭다는 것은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 이 것이 되려 여성들에게 value defence 를 가져오게 만든다. 뭐하러 굽신거리면서 연애할 필요가 뭐 있나. 사랑은 동등한건데. 아쉬워하지 않는 이 마음가짐 덕분에 많은 오해를 남기고 만다. 여전히 당신에게 내 입은 진심이라고 하지만, 내 눈이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여성들을 쳐다보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최근에 알게된 좋은 친구들이 많은데, 이번에는 꼭 좋은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 Y군의 이야기로도 나보고 꼭 좀 연애좀 하라고 하는데, 글쎄. 이게 참 노력해서 해야하는 문제라니.



3. 

요새 강의 하면서 그 동안 피부로만 알던 것들을 남에게 설명을 해주려니까 듬성듬성 비어있는 것들이 보이더라. 급하게 공부하면서 채워넣어가보는데 그 과정이 참 흥미롭네. 어떤 것을 공부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것은 남을 가르쳐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번에 과정 잘 마치고 바로 집필에 들어갈 생각이다. 



4. 


나도 요새는 파티니 모임이니 요새는 잘 안나가는데, 어짜피 내가 가진게 50인데 어디 나가서 인맥같은 것으로 커버해서 80, 100으로 보일 수 있는게 아니거든. 그 시간에 제품 개발이나 더 해야지 뭐. 글 한자 더 쓰고, 코딩 한줄 더해야하는 시기가 있는 거지. 

요새 정작 작품도 그렇고 프로듀싱도 작업도 그렇고, 뭐하나 딱 부러지게 진행이 안되고 있으니 지지부진하네. 말이야 매일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자신과 비교해라." 뭐 이런 아름다운 문장들 쏟아내고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본인이 다 그렇게 되지 못해서 그런 말을 하는 것. 무언가를 이미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난 할 수 있어" 이런 말을 내뱉지 않는다.



5.

나는 남자 답지 못한 것이 제일 싫다. 실수할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고,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 있어서 비겁하게 도망가고 자기할 말만 하고 귀를 닫아 버리는 행위는 비겁하다고 생각된다. 분명 본인에게도 그 문제를 알 것이고, 그 것을 넘어서면 또 다른 자신의 한계를 넘게 될 것인데. 쉽사리 건너지 못한다. 사람은 현재의 관계와 상황에 머물러 있으려 한다. 내가 제일 어려웠던 것 중에 하나가 Y군과 다시 연락 하는 것이었는데. 다시 연락을 하기 까지 몇달이나 자신을 되돌아 보면서 그 가치와 자아성찰의 계기를 삼았다. 싸우는 것은 상관 없다. 하지만, 난 그것이 어떤 것이든 도망 치지는 않는다. 

최근 또 A군과 한바탕 할 것 같았는데 올것이 오고야 말았다. 작은 일로 다투었을지 몰라도, 어찌보면 서로 가지고 있던 상대의 모습에 염증이 난 것이다. 적당히 서로 알아듣겠지 하던 것들, 그냥 무심코 넘어가던 것들이 이제는 예의를 차려야 할 순간이 온 거지 뭐. 끝까지 대화를 시도해보긴 했는데 박차고 일어난 A군에게는 실망이 큰데 뭐 어쩌랴. 쿨하지 못한 서로가 문제인 걸.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