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비가 와.

스타(star) 2015. 6. 18. 02:24

1.

오랜만에 재미있는 일이 하나 생겼다. 항상 뭔가 제안한다는 것은 설레임이 있다. 요새 드는 생각이 결국 떠안는 책임감과 이득은 비례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임만 있고, 이득이 적다면 불필요하고 책임이 적은데 이득이 크다면 그 수익은 가상의 수익일 수도 있다. 가상의 가치는 결국 조정을 받고 사라지거나 회수되기 마련이다. 

설계해야 할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딱, 여기까지만.



2.

우린 처음에 소설 속에 나오는 그런 사랑 했었지. 

근데 항상 잘되는 것 같을 때 왜 일들이 꼬이는지. 

점점 사소한일 가지고 따져 들어가. 

그리고, 더 자주 싸우고, 

매일 매일 싸우곤 했지. 

나도 모르게 널 밀어내. 

리고, 우리의 행복과 같이 떠나가





3.

모처럼 비가 왔다. 몇일 전부터 기다리던 비가 와서 원없이 맞았다. 생각이 좀 단순해질 필요가 있었다. 요새 쓰고 있는 에세이에 집중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살짝 우울해졌다. 그때 한창 깊이 우울해하고 실의에 빠져 있었어야 하는데 뭔가 애써 숨겨놨던 감정들이 이제서야 스며나오는 것 같다. 오히려 이런 감정들이 느껴본지 오래되서 이게 뭔가 싶었다

서른살 이후로 이성을 만나는게 너무 힘들어졌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너무 아플까봐 수술을 계속 미루고 있던 환자 같다. 난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수술보다는 재활을 선택했다. 움직이다보면 좀 괜찮아 지겠지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 

H와는 3년을 만났다. 헤어지면서 충격이 꽤나 컸다. 몇 번이나 극단적인 생각들을 애써 눌러담느라 힘들었다. 이성의 끈을 조금이라도 놓았다면 뉴스에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내 일부가 빠져나오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가을이 되면 이유없이 눈물이 나고 그랬다.

원래의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내 모습으로 돌아오는데는 꼬박 2년 가까이가 걸렸다. C와도 3년을 또 만났는데, 전에 겪은 일이 있어서 그런지 정말 잘해줬다. 결국 그 에너지가 고갈이 나버렸다. 결국 나 자신을 속이는 것은 그만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자존심을 세워주려고 모양새는 내가 차이는 걸로 했는데, C가 결국 그걸 못참았다. 끝이 안좋아졌다. 스키장과 야구장의 발길이 끊어졌다.

그때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괜찮은게 아니었던 것 같다. 애시당초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면 어떤 말을 해도 도저히 믿을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완전한 감정의 마무리가 잘 안됬다는 생각은 미약하게나마 들고 있었다. 마치 휴학해놓고 팽개쳐둔 대학과 같았다. 자퇴를 하던 졸업을 하던해야 새로운 대학에 입학을 할텐데, 마냥 방치해두고 말았다. 어떻게든 생활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 대학을 갈 수 없는 사람이 된 것과 같다. 이제 새로 입학해보려고 하니 제적처리된 학적을 정리해야 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단다.

예전에도 어느 새벽 갑자기 일어나서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적이 있다. 그렇게 나로 되돌아가고 싶었지만 이내 지쳐서 도로 잠들었다. 아무래도, 당시에는 그 감정들에 대해서 온전히 옮기지 못했던 것 같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인연들이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었나. 

다른 사람들이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될지라도, 이렇게 미화하고 내 안에 완전히 자리를 잡고 그 사랑은 어떤 의미였다를 각인시켜야 하나보다. 이게 나만의 이별 방법이고 사랑하는 방식인 것 같다. 적어도 난 그 당시에 난 헤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말로만 헤어졌다. 아직도 나는 과거에 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난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 안에 잉태한 그 어떤 표상을 사랑한 것이다. 이 얘기 내가 수십번 했는데, 뭔 소리인지 아무도 못알아 듣는다.

참 세상 어렵게 사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 스스로 납득이 안되는 것 같다. 


세상에나, 자기가 상처받을까봐 두려워 하고 있다는 말을 이렇게 어렵게 할 수도 있네.



4.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 그런 시선들은 나를 충분히 불편하게 만든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 겪었던 것 중에 제일 어려운 것이 그런 시선이었다. 내 개똥철학에 내가 질러놓은 문자들의 조합을 보고 사람들은 분노하고, 돌을 던지고, 날을 세운다. 하지만,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가.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밀어부칠수 있는가. 그 모든 시선들이 다 날 향하고 있지만, 그런 것들에 굴하고 자신을 잃어서는 글쟁이라 할 수 없다. 은연중에 그런 자신의 심리상태나 자신감과 자존감이 글로써 표현된다. 자신의 내면의 불안함을 들키면 안된다. 누군가에게 잘보이기 노력하면 안된다. 글은 철저히 나만을 위한 것이기어야 한다. 

돌이켜보니 확실히 요새는 남의 시선을 의식했던 것 같다. 그놈의 협찬 때문에, 누가 볼까봐, 소송 들어올까봐 등등. 곰곰히 생각해보니 역시 일년에 한번은 소송을 겪어야 제대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좌충우돌하지 않고 무난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니까.


5.

의정부의 길에서,

그녀는 나에게 총을 겨눴지. 그녀는 이별에 실패하고 방황하고 있었는데,

차에 태우고 그녀와 드라이브를 떠난다. 

밤새 꿈같은 이야기를 하고, 우리는 다음날 영화를 보기로 했어.

회룡 어디쯤에서인가 그녀는 술이 깨버려.

세차게 부는 비바람이 아직 그녀를 잡아둘 수 있네.

이미 이야기의 초점은 잃어버린지 오래.

어떻게든 이곳을 달아날 생각만 하고 있구나.

더 멀리 돌아서 가는 그녀의 집.

어색한 미소, 영혼없는 안부, 뭔가 놓친 것을 직감하지만 잡지 못해.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한 여름밤의 꿈인가.

조수석엔 그녀의 총이 어지럽게 나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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