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울릉도, 독도

내가 만난 울릉도,독도 - 스토리텔링 여행(3) 아쉬운 작별. 나홀로 트래킹, 히치하이킹. 귀여운 여고생.

스타(star) 2013. 9. 6. 22:25

올해 다닌 여행 이야기들을 책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 내용들은 책에는 없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입니다. 

만남, 인연, 대화 속에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진 컨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3~4월에 타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내리고 블로그에 옮겨왔습니다.


요즘 글써야 할일이 많네요. 오늘은 울릉도에서의 세번 째 날이 되겠습니다. 


오늘은 느즈막히 일어났습니다. 굳이 공식적인 일정이 끝난 만큼 무리하기 싫었던 것 같네요. 오늘은 짐을 다 들고 나가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어제 여행 중 만난 여자 친구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오늘 전달하고 싶었는데 우리 모두 일정이 안 맞아서 쉽지 않았습니다. 



짐을 챙겨서 항구 쪽에 있는 커피샵에 갔는데 친구들에게 연락이 옵니다. 마침 우연히도 제가 까페에 들어 가는 모습을 봤다고 하네요. 바로 연락해서 커피 한잔 하게 잠깐 나오라고 연락했어요. 

그리고 간단히 여행에 대해 이야기 하는 캐주얼 토크 시간을 가졌습니다. 독도에 다녀온 이야기, 울릉도에서 먹어본 음식들. 그리고 되돌아 가면 쌓여있는 각자의 일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 오랜만에 만난 친구 처럼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야기 합니다. 

이제, 인사를 하고 이제 떠나는데, 줄 것이 하나 있다고 하면서 어제 쓴 편지 전달해 줬습니다. 제가 너무 담담하게 줘서 첨엔 이게 뭔지도 모르는 것 같았어요. 뭐 쓰레기나 껌 같은걸 주나보나 생각했나봐요. 그게 편지라는 것을 알고 놀랍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왜? 라는 거죠. 이제서야 친구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 합니다. 저는 아직도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 표정을 기억합니다.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여행에서 우리가 서로를 기억할 시간도 이제 얼마 안남았고,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도 알기 때문이죠. 앞으로 영원히 못 볼 수도 있을 테니깐요.



작별 인사를 하고 전 이제 울릉도의 북면쪽 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북면까지 트래킹 코스를 따라 걷는데 장장 5시간을 걸었네요. 그 시간 동안, 자신과의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나에 대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많은 것들을 위로하고,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네요.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데 저는 아직 산을 벗어나질 못했습니다. 사실 해가 꺼지면 상당히 울릉도의 산속에서 조난을 당할 수도 있는 그런 위험한 순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혼자. 오후에 산에 오른다는 것이 아찔한 경험이네요. 



일단 조금 서둘러 하산을 했고, 울릉도에서는 오지마을로 치는 북면 쪽에 마을로 겨우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이미 읍내 나가는 버스는 오래전에 끊겼고, 가장 가까운 큰 도로까지 나가는 것만도 족히 한시간을 걸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행히 걷다 보니 시골에서 내려오는 운전자들이 보이면 무조건 히치하이킹을 했습니다. 이것도 꽤나 편한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자신있게 목적지와 상황을 밝히고 정중하게 부탁했습니다. 두 번의 히치하이킹을 통해서 다행히 버스가 다니는 읍내까지 빠르게 내려올 수 있었네요.



버스를 타고 이제 숙소로 되돌아와야 하는데. 이게 왠걸. 도동에서 버스가 멈추네요. 저는 15분은 더 가서 저동까지 가야하는데. 할 수 없이 택시를 타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왠 귀여운 여성과 단 둘이 남게 되었네요. 워낙 시골이고 낯선 사람이 어색할 법도 한데 일단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봤습니다. 다행히 저와 목적지가 같네요. 


스타:저기 어디까지 가시나요?

여성:저동까지 가는데요

스타:저도 거기까지 가는데 택시 같이 타요!

여성:네.


여성은 어딘가 계속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타:저기 계속 통화하시는데 누구에요?

여성:남자친구요.

스타:남친은 어디사는데요

여성:육지 살아요. 근데 저 어려요.

스타:네. 학생이에요?

여성:고1이요. 남친은 대학생이요

스타: 그래요. 좋을 때네요. 아니 그럼 육지 살면 어떻게 만나요?

여고생:그래서 석달에 한번 볼까말까해요.


계속 남친과 통화 하느라 많은 대화는 안했는데 그냥 별 다른 대화는 없고 섬이랑 육지랑 연애하니까 꽤 힘들다 뭐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네요. 택시에서 내리는데 여고생이 지역 주민이라서 그냥 미터 요금으로 받네요. 아마 제가 혼자 탔으면 2만원 나왔을 거에요. 이게 참. 육지에서 왔다고 어떻게든 바가지 씌우는건 어쩔 수 없나봐요. 숙소로 돌아가는데 여고생이 잘가세요라고 손도 흔들어 주고 가는걸 보니 참 착한 친구라고 생각 들었어요. 여기가 울릉도니까 가능한 거죠. 울릉도는 범죄 없는 마을이거든요. 각박한 도시에서 상상도 못할 대화와 상황이죠.


자. 오늘은 마지막 날이니만큼 혼자 통닭에 맥주 마시면서 류현진 등판한거 하이라이트 보고 자야겠네요. 

내일 일찍 일어나서 성인봉 등산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저도 이제 서울로 갈거 같네요. 아직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