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자신을 속인다

스타(star) 2014. 7. 19. 13:06
"진실을 마주하기가 두려워 자신을 속인다."



몇 일간 계속 진실과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싸우다가 지쳐버리더라.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그래왔다. 이제는 그런 거짓말이 눈에 티가 날 정도로 보이나 보다.

연기력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아주 표정을 속일 수가 없는 것 같다.




요 몇일 사이에 계속해서 누굴만나도 자꾸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젠 나도 의문점이 들었다.

대체 나는 왜 나를 속이려고 하는거지?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스스로에게 몰핀을 처방하고 있는것이 아닐까. 고통을 잊게 해주었기 때문에 이제는 조금만 힘들어도 감정에 대해서 부정해 버린다. 이제는 습관같이 사용하는 것 같다. 일시적으로 고통을 멎게 해준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좋지 않다.



또 하나는 내 안에 다양한 가치관들끼리 우열을 다투고 있는거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를때가 낫더라. 너무 많은 생각들을 하다보니 일단은 현상을 그냥 두자가 되어 버린다. 사람이 보수적으로 변해간다는 소리다. 그래서, 내 감정안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나 스스로 무척이나 애쓰는 것 같다.



사실, 감당할 수 있는 어떤 허용치를 넘어서 그런것 같기도 하다. 표정은 평온해 보여도, 실제로는 안에서는 끓어 넘치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게 사실 굉장히 안좋은 건데, 작은 일이 빨리 수습 될 수 있었는데 일을 더 키운 셈이 되어 버린다. 자존심이 강하고 빈틈이 없으니 그렇지. 왜이리 세보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자존심이 강한가 보다.



이쯤되다보니, 내가 여러모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들기도 한다. 예전에 비해 많이 겸손해졌다. 젊은 창업가로 가지는 자부심과 패기, 그리고 작은 성공에 기뻐하면서 자만에 떨다가도, 문득 이렇게 한번씩 숙연해지게 만드는 일들이 있다. 사장이란 참 좋은 직업인 것 같다. 자주 자주 자신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모르긴 모르지.

문득, 갑자기 이 모든 이런 사색과 행위가 사치스럽고, 이기적이란 생각도 들었다.

결국, 그냥 나는 단지 요즘 글이 쓰고 싶어서 이렇게 코스프레 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거잖냐?지구에 인간이 태어난 진짜 이유는 겨우 플라스틱과 비닐을 만들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는 것처럼.



자신을 속인 자신이 자신을 속이고, 또 다시 속이고 속인 것을 까먹고, 속고 있다고 생각했다가, 그 생각마저 속이다 보니 이제는 거짓말이 뻔한데도 불구하고, 그것조차 내 진실이 되어버렸다. 재밍이라고 해야하나? 이젠 어떤 신호도 다 진실같고 다 거짓같다. 내가 어떤 무슨 정신으로 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더라. 혼미하네.



그러니까 여자들이 하는 얘기 있잖냐.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 이런 말이 가능해지는거다. 이걸 쉽게 지금 좋은가 나쁜가 하는 감정으로만 판단하면 되는데, 남자들은 그런 DNA자체가 없다보니까 논리를 끌어다 쓴다. 근데 그게 판단이 안된다. DB에 그런게 있을리가 없잖아. 게다가 그나마 있던 경험들도 부정적인 데이터들이었다면 더 혼란스러울 거고, 자기가 힘들다는 것도 힘들었는지도 모르고, 한참뒤에야 힘들다라고 겨우 입 떼는 사람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