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개발자/Continent of the Ninth

블렌헤임 연대기 (The Chronicles of Blenheim) (1)

스타(star) 2012. 7. 24. 02:35

제 1부 – 신화의 시대 (Age of myth)

빛의 샘

하늘과 땅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을 때에는 걷잡을 수 없이 크고, 세차게 빛나 탁 트인 채, 아무런 모양조차도 갖추어 있지 않았다. 이러한 혼돈 상태를 모든 원인의 원인, 또는 고대의 나날들이라고 말한다. 더러는 무(無)라고 일컫는다. 이러한 혼돈의 가운데 바로 저 빛의 샘에서 최초의 존재들인 아케네와 라크단이 완전한 정적 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호흡을 하고 있었다.

제일 먼저 아케네가 완전한 정적 속에서 기지개를 폈다(absolute moment). 순간 아케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분리되고 갈라져 엄청난 에너지를 생성해 냈고, 그것들은 천상의 근원이 되었다. 아케네는 끝없이 긴 고대의 나날을 끝낸 장본인이었으며 선신이었다.

그 후로 라크단이 깨어났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어둠은 아케네가 만들어낸 물질보다 무거웠기 때문에 깊은 곳으로 가라앉게 되었다. 라크단은 한 순간의 차이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저 높은 천상을 올려다 보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그는 악신이 되었으며 아케네에 대한 도전을 결심하고 천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케네는 라크단이 도전해 올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하계에서 올라온 라크단의 도전을 받아 들였다. 단 한번의 싸움으로 라크단은 아케네가 태초에 가진 빛의 힘이 얼마나 강하고 아름다웠는지를 어마어마한 패배를 통해 알게 되었다. 라크단은 아케네의 주문에 의해 그 후로 삼천 년의 시간을 깊은 어둠 속에서 보내게 되었다.

태초의 전쟁을 승리한 아케네는 삼천 년이 지나면 라크단이 다시 힘을 얻어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아직 혼돈스러운 우주를 둘러보고는 자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빛에서 유(有)를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아케네는 무한한 공간인 하늘을 만들었다. 아케네는 다양한 창조의 파편들을 하늘로 올려 보내 밤하늘의 별을 만들었다. 그 후로 달이 만들어 졌고, 또한 태양이 만들어졌다. 태양에 자신의 힘을 불어 넣어 끝없는 빛을 발하게 만들자 비로소 혼돈스러운 세상이 환하게 밝혀졌다. 하늘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든 후 아케네는 100일의 휴식을 취한 후 물을 만들었다. 그 모양이 흡사 하늘과 비슷하지만 하늘보다 무거웠기 때문에 아래에 놓이게 되었고, 아케네는 구분하기 위해 바다라 이름 붙였다.

 그 다음은 대지였다. 아케네는 평평하고 둥근 대지를 바다 위에 자리하게 하고 생명을 대지 위에 살게 하였다. 최초로 그가 만든 것은 거대한 아름드리 나무였다. 나무는 바다에 뿌리를 내리고 풍성하게 자랐으며, 가지가 열리고 열매를 대지에 뿌릴 수 있었다. 수 많은 식물들이 이로부터 발생하게 되었고, 대지를 가득 덮었다.

그 후로 아케네는 흙을 빚어 대지를 밟을 최초의 동물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최초로 만든 동물은 하얀 색 빛을 발하는 유니콘이었다. 유니콘은 아케네가 만든 이 세계 속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대지를 뛰어다녔다.

   

탄생

창조의 기쁨이란 이런 것일까? 아케네는 그간 적막한 이 세계에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내었다. 아케네는 남은 힘을 모아 삼천 년 후에 돌아올 라크단에게 맞서 싸울 천상의 군대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정적의 시간을 고민 한 끝에 그는 오른손에서 나온 빛을 한 움큼 잡아 신성한 입김을 불어 넣었다. 순간 커다란 진동과 티끌이 모여들더니 점차 자신과 비슷한 형태를 갖추어 갔다. 아케네는 자신의 뜻에 따르는 이 존재를 천사라 명명해 주었다.

삼천칠백오십 명의 천사들이 아케네의 뜻에 따라 탄생했고, 그들은 모두 아케네가 준 권능의 힘을 소중히 여겼다. 이들 중에서도 최초로 만들어진 천사. 테르티스는 대천사의 역할을 받고 천상의 군대를 지휘하게 되었다.  

천사들은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니며 아케네가 미쳐 보지 못한 점을 살피며 세상의 모든 것을 보듬어 살폈다. 생물, 자연, 법칙, 환경 등등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에는 그들의 손길과 의지가 담겨 있었다.

   

테르티스와 헬베리스의 전투

암흑의 세계에 묶여 있던 라크단은 삼천 년이 지나자 아케네가 걸어 놓았던 주문을 풀고 사악한 몸을 박차고 일어났다. 라크단은 어둠 속에서 만들어낸 악마들과 함께 지상으로 나와 아케네와 힘을 겨루고자 했다. 대지는 악마들을 떨어트리기 위해 심하게 몸을 흔들어 지진을 일으켰다. 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솟아 오른 헤론그리드 산맥은 땅 속에서부터 손을 꽉 잡아 대지는 딱딱하고 무거운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악마들은 집요하게 천사들과 대결하며 대지를 더럽히기 시작했다. 질병과 악취 등의 수 많은 해악을 가져왔으며 뱀, 전갈, 박쥐 등의 해로운 동물을 풀어 지상에 아케네가 만든 동물들을 해치기 시작했다. 아케네는 테르티스에게 이 모든 악들을 물리치라는 명을 내렸다. 테르티스는 모든 힘을 들여 강렬한 빛을 삼십 일간 발하였고, 지상의 수 많은 악마들이 절멸되었다.

 수 많은 악마들이 사라졌지만, 라크단의 명을 받들었던 악마의 군단장인 헬베리스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테르티스를 공격했다. 테르티스는 천상에 있는 아케네의 빛의 힘을 받으며 헬베리스와 싸웠으나 앞선 전투로 인해 힘이 모자랐다. 헬베리스에게 마지막 일격을 허용하는 순간, 태초의 유니콘이 뛰어들어 테르티스를 구해냈다. 테르티스는 바로 반격을 가하여 헬베리스를 쫓아내는데 성공했으나 태고의 동물인 유니콘은 헬베리스의 일격을 대신 받아내 죽고 말았다. 테르티스는 아케네가 각별히 여기던 유니콘의 죽음을 크게 슬퍼하였다. 그는 죽은 유니콘을 안고 천상에 올라 달빛을 받게 하였다. 그 후 유니콘은 삼천 년에 한번씩 온전한 형체를 갖춰 자신의 형제와도 같은 존인 인간들을 수호 할 수 있게 되었다.

   

아홉 개의 대륙

테르티스가 유니콘을 안고 천상으로 올라가는 동안 대지를 적시는 비가 내렸다. 빗물은 땅을 뒤덮었던 물과 함께 강을 이루어 대지의 경계를 구분하고 바다로 흘러가 더욱 커다란 바다의 일부가 되었다. 고대의 사람들이 모든 바다의 바깥쪽에 있다고 생각했던 나그리아 바다가 이것이다.

동, 서, 남, 북, 북동, 북서, 남동, 남서에 위치한 여덟 개의 땅, 그리고 그것들에 둘러싸여 있는 가장 광대하고 비옥한 땅인 마그릿사가 있다. 아홉 대륙의 바깥쪽에는 헤론그리드 산맥이 우뚝 솟아 있으며 대륙을 감싸고 있다. 그 바깥 편에는 대홍수가 물러나며 생긴 나그리아 바다가 장관을 이루며 이 세계를 둘러싸고 있다.

 

새로운 세대, 그리고 블렌헤임

악마들의 재앙에 의해 거의 모든 초목들이 말라 비틀어졌지만, 최초의 아케네가 만들었던 거대한 아름드리 나무는 굳건하게 남아 있었다. 테르티스는 아케네의 명을 받아 정성스럽게 나무에게 양분을 주고 가꾸어 곧 풍성한 열매를 다시금 맺게 만들었다. 나무에 열린 열매는 1만 종이 넘는 약초와 풀, 꽃과 나무의 싹을 흩뿌렸고 악마들이 몰고 왔던 1만 종의 병마와 사우게 되었다.

 또 한번 아케네에게 패한 라크단은 나그리아 바다가 맞닿은 곳에 하계로 통하는 거대한 차원의 문을 만들어 두었다. 워낙 강력한 주문이었기 때문에 아케네 조차 그 문을 부수어 버릴 수는 없었다. 대신, 아케네는 테르티스를 시켜 '나우렌'이라 불리우는 큰 칼을 땅에 꽂아 거대한 결계를 쳐두었다. 이로써 하계로 통하는 차원의 문은 지상과 단절될 수 있었다.

 헬베리스 역시 하계로 도망치게 되었다. 하계로 돌아가기전 그는 은밀하게 라크단의 명령을 수행했다. 헬베리스는 자신의 머리에 있던 뿔을 부러뜨린 후 잘게 부수어 자신의 마력이 깃든 이 조각들을 지상의 여기저기에 뿌려버렸다. 이 조각들은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대지의 깊은 곳으로 스며들어갔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훗날 마력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헬베리스의 뿔 조각들은 '아토모스의 돌'이라는 명칭으로 지상 어딘가에 흩어져 남겨지게 되었다. 이 조각들이야 말로 '나우렌'이 가진 신성한 결계의 힘을 계속 해서 약화 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아케네는 죽은 유니콘을 대신하여 남은 흙으로 인간과 엘프, 오크와 같은 종족들을 창조해 내었다. 그들은 지상에 살며, 아케네가 만들어 두었던 수 많은 동식물들을 이용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그들은 천사들과 같이 영민하지 못하며 또한 육체적으로도 강하지 않지만, 모두 아케네가 선택한 피조물이었다. 천상의 축복과 함께 이제 지상에는 종족들에 의해 개척되는 시대가 열렸다.

 세계의 시작, 즉 태고의 땅인 블렌헤임은 이렇게 해서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