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아이스큐브랩

인테리어 공사 계약 - (6)

스타(star) 2013. 11. 19. 18:43

인테리어I

사무실 열면서 골치 아픈 문제들이 여러가지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인테리어 공사였다. 그 전에 한창 무형의 제품만 만들던 IT일만 할 때는 공간의 중요성을 잘 떠올리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 점점 중요성을 깨달아 가는 것이 바로 공간과 판단이다. 

왜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풍수지리를 들먹이는지 알 것만 같다. 공간은 우리에게 결핍과 과잉을 가져다 주고, 생각의 틀을 제공한다. 이것들은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보면, 사장의 일이라는 것들이 8할이 판단이고 결정이기 때문에, 좋은 판단을 내리려면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할 것 같다. 

이제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고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만큼은 쉽게 다른이에게 맡길수가 없다. 우리의 선택과 판단,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소이기 때문에 대충 처리할 순 없을 것 같다. 아예 비용이 안들어갈 수는 없었다. 욕심내서 한없이 돈을 들이자면 끝이 없는 영역이다. 저번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주어진 시간을 생각해서 투자하기로 했다.

처음에 어떻게 키를 잡을지 고심하다가, 결국에는 인테리어 전반을 직접 다 챙기기로 했다. 아무래도 직접하는 것외에는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쉽게 전달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미 홈페이지 제작, CI제작 등등 수 많은 비용을 줄여 버렸다. 

자본은 부족해도 시간은 많았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동대문에서 을지로까지 수 많은 상가와 도소매 가게들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비용을 흥정하고 시세를 알아봤다. 아마, 컨설팅이나 업체에 그냥 맡곁으면 수 많은 비용을 지불했을 것이다. 

한달 넘게 동묘~충무로 까지 일대의 모든 도소매 상가들을 돌아다녔다. 그 동안 돌아 다닌 가게와 업종은 다음과 같다.

문구, 조명, 타일, 간판, 명함, 인쇄, 가구, 합판, 페인트, 벽지, 아크릴, 전자제품, 커텐 등등. 치열하게 가게들을 기록하고 기억하려고 했다. 가게들마다, 업종마다, 사장들마다 조금식 사람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그리고, 절대로 바쁜 가게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이게 내 원칙이다.



동대문 상가를 보며

동대문에는 정말 수 많은 가게들과 상점, 기술자들이 존재한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무슨 일을 하는지 조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 모든 가게들과 거래를 시작하고, 안면을 익히는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쏟아부은 것 같다.

어지간한 사무실 하나 정도는 이제 쉽게 낼 수 있을 것 같다. 근 한달간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청계천과 동대문을 중심으로 발달한 도소매 시장의 인프라는 정말 강력한 것 같았다. 모든 것들이 이 근처에서 시작하고 해결할 수 있었다. 시장의 상인들과 기술자들을 통해서 자신만의 분야에서 장인이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나는 가끔도 사는게 재미 없어지거나 무료해지면 동대문 야시장을 찾는다. 그렇게 바쁘고 부지런한 사람들 앞에서 무기력한 내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한 없이 부끄러워지기 때문이다.



자 이제, 건물의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었다. 일주일간 바빠질 것 같다. 들어가보니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전에 설치 되어 있던 것들을 철거하는 작업이더라. 이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것들을 배워보려고 한다. 사무실을 처음에 내고 하는 것은 정말 쉬운 것들이 아닌데, 

어려분들이 몇 번이나 못가게 해서 노트북 가지고 인테리어 사장님에게 이쪽으로 오시라고 했음. 



아직은 이 공간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다. 안에 하나둘씩 채워넣으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아직 오픈조차 하지 못했다. 빨리 마감을 치고 싶은데 그럴 때일 수록 사람들이 더 꼼꼼히 보라고 조언한다. 마무리를 치고 이제 본격적으로 영업하고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여전히 갈길이 멀다.



하프타임

모처럼 까페에 와서 우리의 전략들을 다시 점검해 본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점검해 본다. 특히나 창업초기, 항상 자신을 되돌아 보는 습관은 중요한 것 같다. 조금이라도 각도가 달라지면 앞으로의 경로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다. 궤도에 올리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사업 아이템을 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삼개월. 그리고 정해진 예산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이미 주사위는 던진 상태이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감조차 잡을 수가 없었다. 



오늘 최종 인테리어 견적서를 받았다. 

적지 않은 비용이다. 사업이 잘 안풀리면 이 돈은 절대 되찾을 수 없다. 견적서 내용을 받고 계약을 체결했다. 어짜피 집행할 예산이라면 쿨하고 확실하게 보낸다. 내가 또 배운 것 중에 하나. 일을 시켰으면 돈을 줘야지. 그리고 가격만큼 값어치 한다는 것.



홀가분하게 앉아 있는데 갑자기 눈이 내린다. 더 추워지기 전에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다. 점점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우리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갈길은 멀기만 하다.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 것인가. 꿈과 현실의 괴리에서 계속 고민하는 순간이다.



이 시간

어렵게 얻은 풍경이므로 잘 간직해야겠다. 작년 첫눈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을까. 분명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을 텐데 이미 다 까먹었나. 내년에 첫눈이 내릴 때면 난 무얼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