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아이스큐브랩

수익은 벌어서도 얻지만 아껴서도 얻는다 - (8)

스타(star) 2013. 12. 4. 02:23

청소II

누군가 사장이 되고 나서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이 뭔가요?라고 물어보면 나는 두말없이 '청소'라고 말할 수 있다. 아니 실제로도 그렇다. 맨 처음에 사무실을 오픈 할 때의 느낌을 기억하도록 하자. 가장 희망차고 기쁜 시간이 될 것 같다. 비록 몸이 힘들고 고된 일들이기는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직접 일구어 갈 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동네 앞 철물점에 가서 세척제와 왁스를 사왔다. PB-1이라고 매우 강력한 세제가 있는데 유독물질이므로 조심히 다루어야 한다. 오늘 만큼은 각별히 조심하면서 움직여야 할 것 같다.



이벤트가 아닌 프로세스

간혹, 사업 초반에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이나 찍을 시간이 있을 정도로 대단히 여유롭게 일을 하나보다라고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라고 시간이 남고 여유로워서 이런 것들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기록을 남기고 취재하는 것은 평상시에 메모를 하는 것 만큼이나 내가 어렵게 들인 버릇 중에 하나이다. 나중에 이 모든 것들을 되돌아 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반드시 챙겨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예로 예전에 여행기 집필을 할 때가 생각났다. 어느 날 갑자기 오늘부터 집필 시작이라고 선언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이게 시간이 갈수록 분량이 늘어나니 점점 지쳐가더라. 평소에 글을 쓰고 잘 정리 해뒀으면 그것만 잘 모아도 책 한권이 나왔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 

비슷한 사례가 하나 더 생각났다. 최근, 학생들에게 이력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해주곤 한다. 많은 학생들이 어느 날 갑자기 책상에 앉아서 '오늘은 이력서를 써야지' 하면서 이력서를 쓰곤 한다. 그런데 도통 적을 것이 없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 당신이 쓰는 이력서는 이미 예전부터 쓰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력서는 글로 쓰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쓰는 것이다. 이력서에 학교와 자격증 몇개를 제외하면 그렇게 인상적인 활동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내가 평범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취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회사도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도록 하자. 사실, 나는 이 사진을 찍는 순간도 편하지 않다. 언제 또 어떻게 꼬꾸라져서 다른 프로젝트들 처럼 잊혀진 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 안에서 배울 것이고, 사진을 보면서 그 순간들을 다시금 떠올릴 것이다.


청소III

처음에는 PB-1을 조금씩 뿌리면서 작업을 했는데 도통 진척이 되지 않더라. 확실히 바닥이 깨끗해 지는 것 같긴 한데 우리가 사용법을 잘 몰랐다. 그냥 바닥에 뿌려놓으면 알아서 다 녹이겠지 하고 퇴근을 했다. 다음날 와보니 그 상태로 굳어져있더라. 그 다음에는 물걸레로 닦아 보았는데 거품이 너무 심하게 나더라. 이거 아무래도 뭔가 잘못 건드린 것 같다. 결국 물을 뿌려서 걷어내는 물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신발이 다 젖어버려서 초겨울에 맨발로 사무실을 걸어 다녔다. 얼어 죽을 뻔했다. 날씨가 조금이라도 더 추웠다면 절대 이렇게 청소하지 못했을 거다.

몇 시간을 물을 뿌리고 닦고 페인트가 묻은 부분은 집중해서 닦아내고 물을 걷어냈더니 이제야 조금 괜찮아 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노력한 만큼은 효과가 있었다. 사무실이 총 3개인데 전부 다 청소하기는 너무 힘들어서 잔디를 설치하기로 한 방은 물청소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방 두개와 거실만 하기로 했다. 그래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우리의 공간I

이제 청소가 대부분 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의 공간을 꾸미는 시간이 다가왔다. 처음에는 진짜 대충 지내다가 하나씩 갖추자라고 생각했는데, 욕심이 나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준비한 것 같았다. 우리 사업이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편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다보니 아예 신경을 안 쓸수가 없었다. 우리가 사무실을 차리기 전에 인조 잔디를 꼭 사무실에 설치해보고 싶었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이것 역시 4~5개 업체를 다리품을 팔아서 구입하니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과연 우리가 생각한 퀄리티가 나올지는 의문이긴 했다. 진짜 고민 많이 했는데 일단 투자한번 해보는셈 치고 가져오기로 결정했다. 너무 무거워서 우리가 가져오지도 못했다. 게다가 설치는 더더욱 어려웠다. 사무실 규격에 맞춰서 잘라내는 작업도 보통이 아니었다. 그리고 모서리에 조금씩 뜨는 부분은 바닥에 단단히 본드로 붙이고 작업도 필요했다. 



그 다음에는 책상과 의자의 차례였다. 프리젠테이션 공간을 만들다 보니까 상당히 많은 의자와 책상을 주문했다. 이것도 10군데가 넘는 가구점과 목공소를 돌아다니면서 주문제작한 것들이다. 의자와 가구에 정말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나는 퀄리티가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에 속했는데 동업하는 사업자는 시트지 프린팅 품질이 아쉽다고 했다. 사실, 이 것보다 더 많이 필요한데 욕심을 버리고 하나씩 세팅해나가기로 했다. 오늘 절친 Y군이 도와주러 왔다. 가구 들어오는 날 도와달라고 미리 연락했다. 이렇게 어렵거나 힘들 때 기꺼이 도와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 행운이다. 바빠서 많이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알아서 척척해내는 모습을 보니 고맙더라. Y도 사업하는데 우리 사무실의 일부 공간을 쉐어링 하기로 했다. 



우리의 공간II

한 차례 폭풍같은 세팅 작업이 끝났다. 잠시 쉬면서 사무를 보기 시작했다. 거실에 때고 있는 난로를 전에 인테리어 사무실 사장님이 기증하고 갔는데 정말 유용하게 쓰고 있다. 전기를 이용하는 전열기구보다 에너지도 적게 들고 20평형 공간에 충분히 사용할 수 있더라. 책상을 세팅하고 화이트 보드 몇개를 세팅하고 나니 제법 그럴싸한 공간이 만들어 졌다. 사실 이것 보다 더 아기자기하게 꾸미려고 했는데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원래는 쇼파도 있고, 테이블이나 의자도 훨씬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예산 부족으로 인해 포기했다.



프리젠테이션 공간을 신경 많이 썼다. 선반도 정말 싸게 제작했고, TV는 기대 이상의 퀄리티였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제품이지만 정말 잘 만든 제품인 것 같다. 잔디가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는 다소 퀄리티가 낮다. 한가지 걱정인 부분은 비가 오면 굉장히 더러워 질 것 같아서 고민이 들었다. 또한 잔디 자체가 플라스틱 비닐이라서 열에 상당히 약하고 변형이 잘 될 것 같았다. 확실히 벽에 액자 하나 정도만 걸려 있더라도 공간이 확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집에 소장하고 있는 도서가 약 1000여권이 조금 넘는 것 같은데 이 책들을 도서관처럼 꾸며보고 싶기도 했다. 다음에 조금 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가고 개인 공간이 조금 더 넓어지면 시도해보고 싶다.



잔잔한 음악이 나오는 사무실을 만들고 싶었다. 재즈음악이나 R&B, 힙합이 흘러나오는 사무실이면 더 좋지 않을까? 내가 다닌 회사들은 음악을 듣기 위해서 헤드폰을 사용하곤 했다. 시끄러우면 다른 직원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글쎄.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창의적인 사무실은 공간조차 메마른 느낌이 들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고른 인테리어들은 그래서 더욱 아날로그적이고 감성을 자극하고 싶었다. 그 곳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작은 공간이지만, 앞으로 더욱 키워나가고 싶다.



다른 내용은 둘째치더라도 우선 이렇게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을 만들어 낸 것에 대해서 기뻐했다. 우리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성공했다. 이제 그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야 한다. 지금 이 글을 적는 순간도 벌써 일주일 전이다. 잠시 글을 적지 못한 일주일간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지만, 조금 뒤에 와야 할 것 같다. 바빠질 것 같은 겨울이다. 피곤함이 몰려오는데 난로를 켜고 음악을 틀고 잠시 우리의 사무실에서 쉬고 있다. 타닥타닥 난로가 타들어 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더욱 험난해 질 것이다. 더욱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한동안 바빠질 것 같다. 생각해보니 사업하는 사람이 바쁘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곧 다시 돌아와서 근황을 전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