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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술집] "칵테일 무제한으로 마시기" - 리처드카피캣 20140704

스타(star) 2014. 8. 13. 02:20

K와 함께

부산에 사는 K가 서울에 놀러왔다. 참 묘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한번의 만남이 이렇게 가늘고 길게 이어진다는 것이 참. 6개월마다 K를 한 번씩 만난다. 우리 사이에 그렇다고 확 불이 붙은 적도 없고, 그렇다고 서로에 대해서 호감이 없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냥 아는 동생이라고 하기에는 더 가까워지고 싶고, 그렇다고 연인이 되기에는 아직은 멀어 보인다. 그냥 가스렌지로 치면 중간에 놓고 불을 붙인 것과 같은 만남이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반갑게 맞이하고 오래 알고 지낸 것 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요새 노래말 처럼 어쩔 때는 내 것 같고 어쩔 때는 내것이 아닌 것 같고 그렇하다. 어쩌다 보니 K의 친구들을 단체로 소개받았다. 아니 내가 찾아갔다고 하는 편이 더 맞는 것 같다. 부산이 아닌 서울의 이태원에서 함께 만났다.



위치와 인테리어

이태원의 경리단 길은 요즘 조금씩 자신의 색깔을 찾아 가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클러빙이 아니라 술 한잔 걸치기 위해서도 많이 다닌다. 이국적인 모습의 레스토랑과 까페, 그리고 술집들이 독특한 유흥가를 만들었다. 


그 어느 곳 보다도 테라스와 바가 잘 어울리는 동네라고 생각한다. 가끔 한잔씩 마시던 바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찾아왔다. K의 친구들이 이미 예약을 해두었다.


아마도 옥상같다. 시원하게 테라스에 천장은 천막을 쳐 놨다. 실내에는 열대 인조목을 가져다 놔서 훨씬 분위기가 좋은 편. 탁 트인 느낌의 인테리어라서 좋다.


 

 


무제한 칵테일

무제한 칵테일이라는 메뉴 덕분에 여길 찾는 것 같다. 남성은 35000원, 여성은 30000원을 내면 마시고 싶은 칵테일을 마음 껏 마실 수 있다. 물론, 조금 비싼 칵테일들은 약간의 추가비용을 더 내야한다. 이용하기전에 무제한 칵테일을 마실지, 그냥 한 두잔만 마시고 갈지 잘 생각하고 주문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최소한 두당 3~4잔 이상은 마셔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쉬운일은 아니거든. 칵테일 맛은 괜찮은 편.


안주류를 시켜봤는데, 흔한 안주들은 없고 뭔가 미국 스타일의 안주들이 있다. 치킨이랑 샐러드 뭐 이런 것들을 시켜봤는데 맛이 좋다. 


 

 


즐거운 시간

K와 K의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즐거운 기억과 맛있는 칵테일. 그래도 50만원 어치는 마신 것 같다. 생각보다 더 마실 수 있었는데 이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K는 내일 집으로 내려갈텐데 지나가는 시간들이 좀 아쉽긴 하더라. 


K와 다음날 신사동에서 얼굴이라도 잠깐 볼까 했었는데 술을 너무 마셔서 그랬는지 결국 통화만 겨우 하고 말았다. 생각없이, 내일 소개팅 있다고 말한 것이 좀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이번에 가면 이제 또 언제 볼지 모르겠다. 그래도 반년에 한번씩은 봤으니까 다음에 만날 때는 겨울이 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 이대로 가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보통 이런 사이는 흐지부지 되기 마련이지 않나.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꽤 오랜 기간 알고 지낸다는 것. 그리고 연락을 주고 받는 다는 것이 아직 미련이 남아 있어서가 아닐까나. 


조금 더 잘해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요즘의 나는 도통 연애에 흥미가 가질 않는 것 같다. 주변에 괜찮은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정작 나는 끝없이 동굴 안으로 안으로 향해 버린다. 누군가가 나좀 끄집어 내줬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다.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나보다. K와 나 둘 중에 누군가가 자신보다 더 좋은 사람을 과연 만날지 모르겠지만, 그 때까지 별일 없다면 뭔가 제대로 대쉬를 하던지 말던지 뭐든 해야할 것 같다.


대충 새벽 5시 정도에 나왔는데 영업시간도 그 정도 한다. 야외라서 아침에 해뜨면서 술마시는 것은 영 기분이 좋지 않다. 

 

 

 

다음에 또 이태원에서 술 한잔 할 일이 있으면 여기로 와야겠다. 칵테일도 좋고, 보드카 바틀도 좋고 뭐든 이런 분위기의 가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