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커피

스타(star) 2016. 9. 15. 01:48

​1. 

버스에서 내렸는데. 그 날따라 필요도 없던 우산을 괜히 가지고 왔나 싶더라.

이상하게도 그 날은 멍 때리다가 한 정거장을 더 지나쳤지. 비가 그렇게도 많이 오는데 횡단보도에 서 있는 그녀에게 왜 우산이 없어요. 라고 묻자 운동하다 나오는 길이라고 하더라. 안경 사이로 비친 얼굴이 누군가를 닮아서 너무 놀라긴 했는데.

같이 쓰고 가요. 



아마도, 조금 더 친해지면 그 순간이 너무 기억이 날 것 같았지.


사실 그녀를 위해 준비해둔 커피 같은 것은 없었어. 그냥 한번 더 보고 싶어서 이야기 했던 것일 뿐. 정말로 올줄은 몰랐지만, 기쁜 마음 절반, 가슴 졸이면서 캐리어에 곱게 포장해놓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 지었지.

혼자 온거 맞아요? 왜이렇게 의자가 많지 라는 말에 살짝 찔리긴 했는데 참 어찌나 이리 예리할까. 나중에 이 글을 보면 얼마나 웃을지 모르겠네. 


오늘도 그 길을 또 걷고 뛰었는데, 갑자기 그 생각이 나더라. 그 신호등 앞에서 서서 잠시 기다려보곤 했지.

내일이면, 내일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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