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연구소/나의 엘오엘 승급기 시즌3

나의 엘오엘 승급기(1) - 강등 위기 그리고 시작

스타(star) 2013. 10. 2. 22:31

브론즈1이다.

골드에 올라간 동생이 대리를 뛰었으나 브론즈는 호락호락한 세계가 아니다. 동생도 내 승급을 위해 간간히 대리를 뛰어주기도 했지만 번번히 캐리를 못하고 진흙탕에 휩쓸리곤 했다. 현재 승급 점수는 0점. 다시한번 강등 위기를 맞이했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게임시작을 누른다.

 

1경기

이럴 수가. 내가 1픽이다. 나보다도 못하는 인간들이라니. 침착해야 한다. 이블린, 제드 말파이트를 밴했다. 상대는 쉔, 카사딘, 자크를 밴했다. 

나는 헤카림으로 플레이. 그런데 이럴수가. 

미드에 간 트위치가 한동안 접속을 안함. 초반부터 멘붕하기 시작. 다행히 라인전 시작하고 나서 트위치가 돌아오긴 했다. 상대 미드는 이미 3레벨.

"헤헤 님들아 미안, 똥싸고 오느라"

"트위치 이즈랑 라인 바꿔요"

트위치를 봇라인으로 내리고 이즈리얼을 미드로 보냈음.

상대 정글은 내가 제일 약한 리신. 카정의 공포가 계속되었다. 하지만, 여긴 브론즈다. 리신이 플레이가 어설펐다. 내가 아는 리신의 플레이가 아니다. 시작하자마자 상대 정글이 알아서 쌍버프 배달을 해주고 있었다. 근데, 우리편 탑 잭스가 탑슬아치로 변신. 갱 안온다고 삐지기 시작함. 어르고 달래서 겨우겨우 진행을 함. 마지막에 한타를 이기고 잭스가 트리플킬 먹음.

"봤냐 이게 탑잭스임"

 

2경기 골드 동생이 미드 르블랑으로 대리랭 뛰어 주었다. 안정적인 실력을 가진 동생 덕분에 편안한 승리를 예감했지만, 방심했다. 여긴 브론즈라는 곳이다.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리그였던 것이다. 

"님들 저 한번만 믿어보셈"

갑자기 우리편 1픽이 탑베인이라는 패기를 보여줌. 탑베인이라니, 불안은 현실로 이어졌다. 상대 팀 탑 리븐은 13킬을 먹고, 우리편을 털어주었다. 결국 50분에 걸친 혈투 끝에 패배.


3경기 

시작 1초만에 패배 위기에 몰림. 이유는 1픽 베인과 3픽이 리신이 스왑하기로 했는데, 스왑 못하고 게임이 시작하는 대 참사 발생. 우리편은 베인과 리신 둘이 강타 들고 시작하는 진흙탕 게임이 될뻔 했으나 베인이 거듭 사과하면서 진정. 당초 우리가 매우 불리할거라는 예상을 깨고, 상대 팀들이 던져주기 시작함. 역시 여기는 브론즈다. 모든 상황에 대해서 대비해야 한다.

 

4경기

처음부터 계속 팽팽한 경기였다. 계속 대치 상황에서 신의 한수로 우리편이 바론을 먹음. 그 순간, 적군 에이스 케이틀린이 트롤이 되었나 봄. 멘붕빠져서 우리쪽으로 그물쏘고 날아온다. 이것을 놓치지 않고 킬딸. 

"케이틀린 리폿좀요"

한 3분간 진흙탕 전체 채팅 욕설이 오고가다가 그대로 상대 본진 밀고 승리.

 

5경기

시작하자마자 인베를 당했다. 선레드라고 분명히 외쳤는데 왜 블루에서 얼쩡거리다가 죽는 건지 모르겠다. 곧 이어 탑 라이너 티모가 죽었다. 그 다음에 봇라인 더블킬 당함. 처음부터 전라인 다 패망. 게임 끝날 때까지 타워 디펜스 모드. 전적 검색해보니 탑 티모 랭겜 천판인데 상대 말파한테 탈탈탈 털림. 아니 천판을 발로 했나.

 

6경기

2픽이 탑슬아치인것 같다. 픽 할때부터 트롤끼가 보여서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탑 갱 안온다고 탑슬아치 모드 시작. 그래도 어떻게든 끌고가려고 어부바 해주는데, 결국 트롤로 변신.

"아 나ㅅㅂ 백도어만 할거임"

우리는 계속 한타를 말아먹었다. 

결국, 탑슬아치에 전 팀원이 빡치고 원딜 이즈리얼의 접속종료라는 대 참사를 겪고 패배.

 

7경기

"님들 잘 부탁드려요. 승급전이거든요"

3픽이 망언을 했다. 엘오엘에서는 승급전이라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반드시 남 잘되는 꼴을 못보는 우리나라 정서를 잊었나. 제일 좋은 것은 조용히 있는 것이다.

 

8경기

"한판 이기면 승급전이네요."

우리편 이즈리얼이 픽하면서 했던 말이다. 그래 놓고 시작하자마자 5데스라는 대 참사를 저지름. 미드에 잇던 우리편 제드는 킬 다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중반 이후로 피즈한테 솔킬 계속 내줌. 결국 미드와 원딜러의 폭풍같은 경기력으로 경기를 패배.


9경기

이미 3연패로 멘탈이 거의 나가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경기를 시작함. 우리편 미드가 르블랑이었음. 상대 미드를 완전 쳐발라주고 캐리함. 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경기 중반부터 졸려서 기억이 안남. 눈 떠보니 게임 승리해 있었음. 


가끔 그런 생각해본다. 아무리 다이아몬드리그이건 첼린저 리그이건, 확실한 것은 여기는 브론즈다. 모든 실력과 물리적 법칙이 무시되는 그런 곳인 것 같다. 박지성도 QPR 가면 강등을 막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몸서리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