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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당신은 왜 게임기획자가 되려고 하는가? - 입문하는 게임기획자지망생들에게

스타(star) 2015. 1. 15. 01:40

게임개발자를 선택하는 이유

당신은 왜 게임기획자가 되려고 하는가? IT업계에서도 수 많은 직업들이 있고, 게임개발 직군에서도 수 많은 전문 분야가 있다. 게임기획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게임기획자가 되고 싶은 지망생들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니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40~50대가 되어서도 할 수 있는 직업을 찾기 위해서 시작했다는 친구, 예전부터 생각한 시나리오를 게임에 옮기고 싶어서 시작한 친구, 창작에 대한 욕구를 게임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시작한 친구, 하고 싶은 게임이 없어서 스스로 만들어서 하겠다는 친구, 해외에 게임기획자로 취업하기 위하여 시작했다는 친구, 직접 프리서버를 운영하다가 이제는 자신의 만들고 싶어졌다는 친구, 예전부터 TRPG를 즐겨서 게임기획에 관심이 생긴 친구 등등 게임기획자가 되고 싶은 사연은 정말 다양했다. 어쩌면, 게임기획자 지망생들의 숫자만큼이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의 대답은 굉장히 순수한 편에 속한다.


게임기획지망생의 또다른 생각들

흥미롭게도, 게임기획을 배우겠다는 몇몇 학생들에게 숨은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현실적인 이유가 숨어있었다. 바로 취업 때문이다. 게임기획을 배우는 목표는 취미가 아니라 생계수단으로 생각하고 온 친구들이 많았다.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제일 충격적으로 들었던 질문은 “그래서 이거 배우면 돈 벌 수 있나요?” 라는 것이었다. 만약 네가 돈은 못 벌게 되더라도 인디 게임개발자로 활동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어봤을 때, 열에 아홉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거 왠지 출발부터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지망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록, 국내에서 아직은 게임개발이 취미의 영역 보다는 직업으로써의 목표가 더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북미에서는 게임개발자의 절반 이상이 자신을 인디 게임개발자라고 여기는 것과 굉장히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으로 출발한 나의 게임기획자 생활

모든 게임기획자들에게는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잠시 나의 데뷔 시절을 떠올려 보자. 적어도 나는 취업을 하기 이전까지 게임개발자라는 직업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순수한 게이머로써의 호기심으로 출발했던 직업이었다. 우연히 게임기획자에 대한 채용공고 글을 보았는데, 이 직업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출발했다. 오피스 사용능력과 그 동안 즐겨온 게임들 덕분인지 면접에 덜컥 합격해 버렸고, 그 후로 게임기획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막상 이렇게 실무를 진행하고, 게임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 당초 생각했던 것이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다. 개발자의 시각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해마다 경력이 쌓이다 보니, 자존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내가 그래도 몇 년을 게임개발을 했는데, 그저 이 직업을 즐기는 수준으로는 안되겠다. 이러다가는 업계에 내 발자취를 남기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에 대한 직업의 위기감을 불러왔다. 슬슬 타이틀 욕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과 함께 게임기획이라는 업무 자체에 관한 호기심이 커졌다. "아니, 그럼 과연 내가 하고 있는 일 말이야. 게임기획이란 일은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 일일까?" 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전문적으로 교육기관에서 게임개발이나 게임기획을 교육 받은 적이 없었다. 게다가, 무작정 게임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었으니, 실무에서 바로 필요한 공부를 그때 그때 공부해가면서 배울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가진 직업의 본질에 대한 궁금함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때문에라도 나는 게임개발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게임기획자로서의 데뷔한 다음 그 이후는?

당신이 게임기획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앞서 왜 게임기획자가 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던 지망생들에게 조금 더 깊이 파고드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만약, 게임기획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를 이루고 나면 과연 그 뒤는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니 그 다음부터는 더 흥미로운 대답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일해서 고용불안을 피하고 싶다,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유명해지고 싶다, 잘 팔리는 게임을 만들어서 돈을 많이 벌겠다. 등등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을 통해 자아실현과 꿈을 이루려고 하려고 하는데, 이는 게임기획자라는 직업도 마찬가지이다. 특히나 게임이라는 키워드는 내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부류니까 더욱 자신 있게 느껴졌을 것이다.


게임개발자의 현실

좋다. 그렇다면, 게임기획을 하는 것, 그리고 게임을 개발하는 것에 정말로 당신이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여태까지 당신이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왔던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다양한 활동과 공부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왔다. 만약, 이제 만약 당신이 게임기획자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적어도 향 후 몇 년간은 게임기획과 개발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것이다. 적어도 당신이 게이머로써 즐겼던 삶과 이제 게임기획자로 개발을 해야 하는 삶은 달라지게 될 것이다. 아마, 여러분들이 그렇게 좋아했던 게임은 이제 재미가 없어질 것이고, 취미와 즐거움의 영역에 남아있던 소중한 것 중에 하나를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게임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것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품겠다는 것과 같다.


여러분들이 이루고 싶은 욕망이 무엇이었는지는 아마 여러분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이루고 싶은 욕망을 게임기획이라는 직업과 업무를 통해 이루기로 결심했다면 꽤나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유명해지고 싶다면, 평생 직업으로 삼고 싶다면, 앞으로 당신이 만들 게임을 재미있게 개발해 내면 된다. 슈퍼 마리오의 아버지인 미야모토 시게루는 1952년생이다. 이미 수 십 년이 넘도록 게임 프로듀서로 존재하면서 그의 삶 자체가 곧 게임의 역사가 되었다. 미야모토 시게루의 새로운 마리오 시리즈를 즐기기 위해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가 게임 발매를 기다리며 줄을 서는 광경을 보면 감회가 새로워진다. 이제는 게임이라는 산업이 더 이상 새로운 산업도 아니고, 더 이상 생소한 직업이 아니다. 여러분도 재미있는 게임을 잘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 받을 수도 있게 되었다. 


게임개발자로써 긍정적인 신호

또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 중에 하나인 게임 산업에 몸담고 있다는 것은 곧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게임은 세계 속에서도 엄청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디지털 파일로 제작되는 게임 패키지는 완성된 제품을 세계 각국에 쉽게 배포할 수 있다, 현지화 과정을 잘 거치고 나면 그 어떤 컨텐츠보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뿌리내릴 수 있다. 게임 컨텐츠는 도서나 음반, 책과 같은 전통적인 컨텐츠에 버금가는 파급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미 아시아의 한류의 주인공은 사실, 드라마, 영화, 음악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 엄청난 제품을 만들어 내는데 필요한 것은 단지 사무실과 컴퓨터, 그리고 능력있는 당신만 있으면 된다. 


반드시 알고가야할 부분

현업에 데뷔한 신입들에게는 한동안 계속해서 상담이 들어온다. 현업에 가서 이상과 현실에 대해 괴리를 느끼곤 한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그 동안의 상담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꼭 미리 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 번째로는 게임기획이라는 영역이 굉장히 창조적인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임개발회사라고 하면, 자유분방하고, 창조적인 업무를 주로 하는 회사 분위기들을 주로 떠올릴 것이다. 물론, 이것은 대부분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 제작을 하는 단계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창조력이 필요한 순간보다도 성실성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더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당분간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대로 게임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맡은 프로젝트를 놀라운 만큼 크게 성공시키지 않는 이상, 회사를 유지시킬 만큼의 자금을 벌어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이제 막 시작한 신입들에게 그렇게 많은 경험과 자유를 제공해 정도로 자원과 여유가 넘치는 회사는 흔치는 않다. 

세 번째로는 더 우울한 이야기이다. 게임기획자에 대한 연봉이다. 얼마 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프로그래밍, 그래픽, QA, 게임기획, 프로듀서, 법무와 사업부 중에서 게임기획자의 평균연봉은 당당하게 뒤에서 2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꼴지는 QA가 차지했는데, 계약직과 아웃소싱을 많이 활용하는 QA 직군의 환경을 이해한다면, 게임기획자의 연봉은 사실상 개발팀 내에서 꼴지나 다름없는 것이다. 게임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고 재미를 만들어 내며, 많은 팀들 간의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게임기획이라는 직군이 개발팀 내 연봉 서열로 최하위에 위치해 있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게임기획 지망생들과 상담을 꾸준히 해보니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목표가 흐릿한 친구들, 특히나 어쩌다 게임개발이란 것을 알게 되어 흘러 들어온 친구들 중에는 게임기획을 선택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 이유를 들여다 보면, 아무래도 프로그램적인 지식도 부족하고, 그림은 도저히 취미가 없고, 글이나 문서 작업은 해봤으니 아무래도 기획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다. 쉽게 말해 가장 만만하게 생각하고 들어오는 것이 게임기획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게임기획의 경우에는 잘하는 친구와 못하는 친구들의 실력의 격차가 참 크게 갈리는 것 같다. 많은 친구들이 게임기획을 할 수는 있지만, 정말 잘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운 것 같았다. 또 한가지 함정이 있다면, 프로그래밍이나, 그래픽과 같은 직종의 경우에는 당장 눈으로 보이는 실력을 가늠할 수 있지만, 기획은 당장 눈으로 보이는 부분을 평가하고 측정하기가 쉽지는 않기 때문에 일단,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편이다.


게임의 재미는 정작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고, 그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게임기획자의 실력은 프로젝트의 성공여부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게임기획자는 자신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대해 항상 책임의식을 가지면서 일해야 한다. 프로그램, 그래픽, 사업부와, 유저들 모두 검증되지 않은 당신의 재미에 대해서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만약, 수 개월 동안의 개발 기간을 거쳐 뚜껑을 열어본 게임이 재미가 없다면, 시장에서 외면당한다면, 그 동안의 노력에 대한 허탈감이 매우 클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재미를 설계했던 게임기획자를 먼저 탓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게임기획자의 멘탈과 자신감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재미를 부정 당하는 기획자는 앞으로도 더 즐거운 게임을 만들어 내기 더욱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재미는 주관의 영역이고 수치화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실패를 맛본 게임기획자는 자신의 재미에 대한 철학에 대해 자신감을 잃게 되고, 차기 작에서 자신의 재미를 다시 한번 검증해내기 위해서는 더 큰 용기를 내야 한다. 그만큼 강한 정신력이 필요한 직업이기도 하다. 과연 여러분들은 이러한 난관들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잠깐, 개발자들의 창의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사실, 모든 인간은 예술가로 태어난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제도에 가로막혀 창의성을 점점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말은 곧 게임기획을 하게 될 여러분이나, 프로그래머나, 아티스트들 모두 여러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뭔가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라면 제일먼저 게임기획자를 찾곤 한다. 사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개발팀 전체가 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단지 게임기획자들이 해야 하는 일처럼 여기곤 한다. 


앞으로의 신입 게임 개발자가 추구해야할 방향

좋다. 그렇다면, 우리의 게임기획자들은 과연 창의적인가? 아쉽게도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수 많은 카피캣 게임들을 마주하다 보면 기대감보다도 착잡함이 먼저 앞선다. 


이건 좀 심하게 똑같네 싶은 게임들도 나타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한다. 개발 직군 중에서 가장 실험적인 시도와 연구를 해 야할 게임기획자들이 언젠가부터 연구와 취재보다는 카피할 게임을 찾는다. 구글링에 의존하고 서로 같은 자료를 보고 만든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컨셉이 넘쳐난다. 개발기간의 부족, 예산의 부족이라는 핑계로 깊이 없는 게임기획이 생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세상을 놀래 킬 만큼의 신선한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환경에 처해있는 상황 속에서 미래의 게임기획자 지망생들은 게임 회사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고, 게임개발에 대한 환상을 서둘러 깨는 한편, 자신이 정말로 게임기획자라는 직업에 대한 자신만의 기획력과 연구를 시작하기를 바란다.



"게임기획, 그 이상" - YK아이디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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