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를 시작한다면
갑자기 네이버 실시간 검색에서 방송통신대학이 1위로 올라왔길래 이게 뭔가 해서 봤더니 다큐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 3일 "뚝섬대학의 공부벌레들 - 한국방송통신대"
http://youtu.be/z0s10ESb-Hc?list=PLXdIWSVVF2C5SHbCVQ9g__98lpgBztV7e
요즘 대학들이 학교 아닌 학원으로 전락하는 가운데서 방송대의 취지는 정말 훌륭한 것같습니다. 졸업율이 20%대라는 지표는 정말 어중간한 마음가짐으로는 졸업할 수 없는 환경임을 말해줍니다.
방송대는 누구나 다닐 수 있는 대학으로 쉽게 생각하지만, 극악의 졸업률을 가진 대학으로도 유명합니다. 정설에 따르면 정규학기내 졸업률은 10%미만입니다. 학생 대부분은 대부분 유급을 경험합니다. 4년안에 졸업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소리입니다. 저 또한 5학기에 걸쳐서 겨우 졸업을 했습니다.
보통 첫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40%가 떨어져 나갑니다. 한학기도 제대로 못 버틴다는 소리입니다.
같이 편입한 학생들이 140명이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은 꾸준히 다니는 학생이 20명 남짓 되려나? 15% 정도 남아 있었습니다. 4학년 출석수업에 참석하러 성남 원격수업에 갔더니, 수업을 듣는 학생이 저 포함 3명이었죠.
방송대를 통해 얻은 것
확실히 방송대를 다닌 다는 것은 많은 유혹들과의 싸움의 시작이 됩니다.
주말에 놀러나가고 싶은 유혹을 이겨야 하고, 매 학기마다 살인적인 레포트 일정을 맞추고, 회사일에 방해가 되지 않는 날짜 체크하면서 출석강의도 나가야 합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가면서 중간/기말고사를 봐야합니다. 방송대를 다니다 보니, 같이 다닌 학생 그 어느 누구하나도 공부만 풀타임으로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막상 겪어보니 얻은게 많았습니다. 어찌보면 의미 없이 흘러 갔을 수도 있는 시간들이었는데 그런 시간들을 모아보니 어느새 전공하나가 늘었습니다.
학교 다니다 보니 한가지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학교 보다도 사람을, 사람들 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봐야합니다.
여기 꾸준히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사람들과 한 강의실에 모여있다는 것 만으로도 내 생각이 많이 달라집니다. 뭔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어디에서 느낄 수 있습니까? 저는 동대문 야시장과 방송대 강의실에 가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수성가한 사업가나 정책연구에 바쁜 정치인들, 나이가 많은 고학생들을 보다보면 방탕한 내 삶을 되돌아 보게 만듭니다.
예전에는 알게 모르게 방송대라는 단어만 봐도 부끄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했던 내 자신이 오히려 부끄럽습니다.
좋은 학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게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것이 기쁩니다. 적어도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 수 많은 주말의 술약속들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시험보기 위해서 토요일에도 아침 8시에 일어나야 했습니다. 레포트 쓴다고, 강의 본다는 핑계로 게임도 덜 했고, 책도 한권 더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누가 알아주는 졸업장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주는 인생의 동력이기 때문에 한번은 도전해보라고 권해보고 싶습니다.
내년에는 1월10일까지 신입생, 편입생을 모집합니다. 한번 도전해 보세요.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우리가 공부해야 할 것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까짓거 시작이 반인데, 일단 해보는 겁니다.
다음 연재글에서 편입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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