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광복절 단상.

스타(star) 2013. 8. 16. 03:45

1. 

몇 가지 프로젝트 들이 머리속에 떠오른다. 올 봄쯤에 한번 시행한적 있었던 힐링 프로세스 만남을 군입대를 앞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다. 그 때도 꽤나 괜찮은 반응이었는데, 요새 같은 시대 동네형 하나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 역시, 어렸을 때 뭔가 편한 동네 형 같은 사람 있어서 이래저래 내 인생의 조언도 해주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해봤다. 물론, 워낙 일찌감치 자기 길을 걸어가서 그런지 조언을 구할 곳도 받을 사람도 없었는데, 이제 보니 이렇게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 가는 방법 자체를 일찍 깨달은 것 같다.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에어컨 나오는 회사에서 근무했던 것들이 마음에 걸렸나? 물론, 나름 고생하면서 군복무를 마치긴 했는데, 왠지 못내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있었다. 오히려 제대로 군대 다녀온 녀석들은 그거 뭐 얼마나 힘들다고, 다 똑같다고 그렇게 말하곤 하는데 물론 그런 말은 누구나 해줄 수 있지. 내가 말하고 싶은 본질은 그런 것이 아니다. 

군입대. 그걸 계기로 이 친구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마인드 셋을 갖추고 가길 바라는 심정이다. 군대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나를 성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그냥 떠밀려서 가는 것이 아닌, 자신을 돌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의연하게 자기 인생을 찾을 수 있도록 인생 목표를 잡아주는 일을 해야겠다. 횟수는 군대 복무 기간과 동일한  22회를 기획하려 한다. 



2.

아침에 일어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낮에는 영 분위기가 글 쓸 분위기가 아니긴 한데 적응해 나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낮에 사람이 움직이니 훨씬 많은 시간을 쓰는 것 같고, 남들과 같은 동선으로 움직이니 기분도 다르다. 다음부터는 밤에는 무조건 잠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방금도 12시에 잠들었는데 다시 깨버려서 마음이 불편하네.



3. 

더테러라이브를 보고 왔다. 오랜만에 내 스타일의 영화.



4.

페북에 소개팅좀 해달라고 글을 올렸다. 진짜 연애가 하고 싶은걸까? 사실, 자력으로도 충분히 만남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저 뜻은 고독하다. 외롭다는 표현인 것 같다. 내일 아는 형님들이랑 좋은 모임 나가기로 했는데, 글쎄. 내 마음이 지금 누군가를 들여 놓을 만한 공간이 있기나 한건지. 

아니다. 어쩌면, 이런 지쳐있는 사람을 반겨줄 좋은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사람은 자고로 힘들 때 함께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렵고 지칠 때. 누구도 옆에서 함께 해주지 않더라. 무엇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감정투자를 했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냥, 그러려니 한다. 이제는.



5. 

W군에게 전화가 왔다. 내 소중한 동기이면서, 내가 아끼는 동생. 고생하지 말고 어서 빨리 멋있게 웃는 모습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남자는 뭐 원래 다 그렇다. 



6.

올여름에 잠깐이나마 호감 가진 친구가 있었다. 내 주위 사람들은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하면, 일단 다들 그 대상에 놀라고, 쌍수들고 걱정부터 한다. 중요한 것은 내 감정인데, 자신의 감정에 이입시켜서 부정적인 이야기부터 늘어 놓는다. 물론, 나도 친구들이 내 걱정을 해주는 이유를 안다. 

힘든 연애를 하지 말라는 이유도 알겠다. 하지만, 내 감정을 투영시켜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을 찾은 것은 일단 축하해줘야 할 일이 아닌가. 어짜피 나는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도 빠져나오는 사람이고, 어렵게 사랑에 빠지고 어렵게도 빠져나오는 사람이다. 어떤 형태의 연애의 모습이든지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솔직히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호감을 느끼고 내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놀랐다. 솔직히, 그 동안 내가 보여준 모습이나 태도가 어쨌는지 몰라도, 주변인들에게는 사랑에 빠져있는 나의 모습이 굉장히 보기 드물고 어색했나 보다. 

사람들은 내 기준이 매우 높을 거라 생각하고, 항상 고자세와 고프레임의 연애를 하는 걸로 착각한다. 솔직히 중이 제머리 못 깍는 것 처럼. 정말로, 나도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 나타나면 어쩔줄을 모른다. 어려워하고, 고민이 깊어지고, 편지를 쓰고, 커지는 내 감정을 애써 절제시키려고 노력한다. 

Y군의 말로는 아무리 그래도 생채기가 안날 수 없지 않냐라고 말하는데. 글쎄다. 그것은 내가 어떻게 감정을 투자했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다소 철학적이지만, 나는 나에게만 사랑을 보낸다. 내가 사랑하는 대상은 내가 꿈꾸던 어떤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을 갖춘 투영된 대상이다. 

내가 나에 대한 사랑이 넘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덜어주고 나누어 주는 것 뿐. 어떤 댓가를 바라고 사랑을 취하지 않는다. 그러한 투자가 아쉽거나 하지 않는다. 당분간 허전함에 목마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원한 이별인데 아쉬워할 이유가 없다. 모든 사랑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고, 그 사랑을 유지하는 것도 자신, 그만 두는 것도 자신이다. 사람이 사랑하는 모습은 제각각이고 나는 그러한 사랑의 형태들를 존중한다.

매력이라는 것은 우리가 이성적으로 판별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7.

블로그 방문자가 700명을 돌파함. 진짜 시간이 지날 수록 성장세가 두드러 진다. 평균 300~400명 하던 방문객이 이제 하루에 500~600까지 치고 올라왔다. 공식적으로 시작한지 반 년만에 8배 성장한 것이다. 

그것도 네이버의 노출을 기대할 수 없는 티스토리에서의 성장이라는 것이 더욱 놀랍다. 또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아직 전문성이 확보되지 못했다고 생각한 것에 비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독자를 확보한 셈이다.

오늘 L군과 이야기 하다가, 독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좋은 글쓴이는 곧 독자를 거느린 글쓴이라고 생각한다. 내 말과 글이 사람들에게 널리 전달될 수록 영향력은 커진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게 했는지, 어떤 것을 세상에 남길지는 그 뒤에 생각해 볼 문제이다. 

블로그 방문객 2000명에 이르면 성장기를 강연자료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시계가 더욱 빨라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