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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클럽] "마지막 할로윈 마케팅" - 엘루이(ELLUI) 20131102

스타(star) 2013. 11. 12. 03:36

19:00 - 주말

주말이다. 주말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청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H군과 오랜만에 엘루이에 가기로 했다. 서울의 클럽. 이날도 사실 감기기운이 조금 있는 상태라서 체력적으로는 원래 무리이긴 한데 워낙 진작에 약속해둔 일정이라서 캔슬할 수 없었다. 우리가 또 약속은 칼같이 지키는 사람들 아닌가.


사실상 할로윈 파티는 끝났다. 몇몇 가게들이 마지막 단물까지 우려내는 마케팅 중이다. 주말이 되자 수 많은 유흥업소 MD와 웨이터들에게 문자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스탠딩은 썩 내키지 않지만 이런날 테이블 잡는 것도 한편으로는 호구가 될 것같다. 수량이 충분한 날에는 굳이 비싼 떡밥을 쓰지 않고 아껴둔다.


할로윈 마지막 파티라고 하니까 괜히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어진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엘루이로 향한다.



22:00 - 출발

대중교통으로 오는 바람에 너무 일찍 오게 되었다. 사실 뭐 지금 들어가봐야 사람도 없을 것 같고 혼자 들어가봐야 스테이트 망가질 것 같았다. 이럴 때는 차라리 그냥 밖에서 조금 산책하면서 대기하는 편이 낫다. 다행히 H군이 생각보다는 일찍 왔기 때문에 무료한 시간을 오래 보내지는 않았다


날씨가 조금씩 추워지기 때문에 여성들의 패션이 많이 바뀌었다. 엘루이에 정말 오랜만에 가는데 몇 달 안다니다 보니 몇 가지 안보이던 특징이 생겼다. 이제 게스트 타임이 제한 없어 졌다는 것과, 게스트의 수질을 안가리고 다 받는 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강남쪽 클럽 경쟁이 심해서 그런 것 같다. 이미 서울의 클럽은 포화상태에 다다른 것 같다. 솔직히 클럽 한번 안가본 친구가 어디있나. 안가는 척 할 뿐이지. 그만큼, 클럽들도 소품종 다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뀌어가는 추세인 것 같다.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는 클럽들이 늘어나고 있다.




23:00 - 입장

사람도 많지 않네. 예전처럼 긴 줄 서면서 들어가던 분위기가 아니라서 어딘가 좀 어색하다. 게다가 엘루이에는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구조가 많이 바뀌었다. 특히 2층쪽이 많이 변했다. 예전에 레드존이 었던 곳이 스카이A존? 뭐 그런 것으로 바뀌었는데 밝은 분위기의 호프집이었다. 1층 내려가는 길에 있던 바를 다 치워버리고 스카이B존 인지 뭔지 또 만들어 놨다. 

점점 프라이빗한 공간이 늘어나는 분위기이다. 이제 재미 볼 수 있는 곳은 메인 스테이지랑 블랙존 정도일 것 같다. 하아. 



확실히 예전에 비하면 손님이 줄긴 했다. 하지만, 테이블 손님이 늘었다. 가격이 착해지다 보니 나름 생겨나는 메리트가 이런 부분인 것 같았다. 서울에서는 솔직히 여자들끼리 테이블 잡는 일이 드물지만, 가격이 점점 착해지면 여성 전용 테이블이 하나 둘 씩 보일 것 같다. 지방 클럽에 가보면 신기하게도 여자들끼리 테이블 잡고 생일 파티 하는 모습 보는 것도 어색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멋있기만 하다.


이건 그냥 내 생각인데, 이 정도면, 엘루이 룸도 가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클럽하면 정말 많이 다양히 다닌 편인데, 차라리 돈을 시원하게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돈쓰면 후회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접받고 싶어서라도 오히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12:00 - 블러드 칵테일 한잔

오늘은 그냥 무난하게 바쪽에서 재미있게 놀기로 했다. 친한 바텐더들이 오늘 만든 칵테일을 줬다. 블러드라고 써있어서 뭔가 했더니 오늘 할로윈데이라고 자기네들이 열심이 만든 칵테일이라고 했다. 알음알음 손님 없을 때 한 팩씩 주길래 게눈 감추듯이 마셨다. 근데 맛은 좀 애매했다. 이거 크렌베리 보드카네.



사람들이 이게 뭔가요 하고 물어보지도 않는걸 보니 마시는 거라고 생각을 안하는 것 같다. 아니 그냥 인기가 없었다. 나 혼자 저거 3팩 정도는 얻어 마셨다.



즐기는 마인드

주말은 끔찍하다. 진짜 마음을 비우고 놀러 와야 할 것 같다. 특히 할로윈이니 뭐니 이런 행사라도 겹치는 날이면 정말 우리같은 사람들은 힘들어진다. 일년에 한 두번 클럽 가는 얘들이 어디서 들은건 많거든. 꼭 이런날 인터넷 검색해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런친구들이 기본적으로 클럽에 놀러 온 마인드를 가지고 함께 놀면 좋은데,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기들끼리 스크럼짜고 지들끼리 놀기 시작한다. 아니, 그럴바에는 집에서 음악 틀어놓고 친구들끼리 생일 파티나 하지.


오늘 특히 인상적인 것은 엘루이에서 나눠준 솜사탕이다. 뭐 이래저래 재미있게 놀고 왔다. 어프로치는 한 10번 정도 갔는데 뭐 성적은 그저 그렇다. 오랜만에 가서 그런 것도 있고, 스테이트가 생각보다 일찍 무너졌다. 요새는 강남권에 오면 그냥 의욕 자체가 떨어진다고 해야할까. 그래도 이날 이후로 조금씩 회복하는 기미가 보이긴 했다. 중간에 K형님이 와주는 바람에 조금 더 놀 수 있었다. 어쨌든 끝까지 할건 다 했다. 



01:00 - 오늘밤 사냥을 나선다

놀다보니 못보던 파티팀이 생겼다. 이거 부산에서도 처음 이런 파티팀들을 봤는데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하고 홍보도 하고 그런다. 솔직히 다른 클러버들과 잘 어울리는 팀들이라면 괜찮은 것 같다. 하지만, 어쩔때는 위화감이 드는 팀들도 있었다. 특히 자기들끼리만 신나게 놀자 분위기를 가진 팀들이면 좀 보기 안좋을 때도 있다.


요새 따라 클럽에서 중간에 공연 타임을 가지는 클럽들이 많은 것 같다. 공연 시간 때는 스테이지 전체 마법을 걸어버려서 남자들 입장에서는 불편한다. 특히 여성이랑 한창 이야기 하고 있는데 "어? 저기 공연하네." 이러면서 공연 보러 자리 뜨거나 하면 당황스럽다. 하긴, 옆에 앉은 사람보다 공연이 더 볼만했나 보지. 


H군과 함께 1시 부터 본격적으로 클럽을 돌아다녔다. 솔직히 나는 오랜만에 음악만 들었다. 메인 스테이지, 블랙존을 오고가며 두 시간 가까이 돌아다녔다. 워낙 우리가 튀는 편이고 공격적이라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H군은 클럽에서 결혼할 사람이라도 찾는 모양인지 열심이 뛰어 다니면서 여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대화에 잘 응하지 않는 것을 보니 오늘 내 스타일이 별로인가보다. 사실, 나도 그렇게 미련을 두지 않는다.



04:00

엘루이에서 오늘 할로윈이랍시고 나눠준 솜사탕을 가지고 응용했다. 그래도 막판이라 집중력을 많이 발휘했다. 말로는 원래는 번호 같은거 주려고 안했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쉽게 찍어주는 것 같았다. 사실, 별로 의미 없다. 어짜피 대부분의 번호는 다음날 거짓말 같이 사라진다. 기분 좋으라고 말걸어 준 것 뿐이다. 그래도, 그 정도로 화장하고 꾸미고 나왔는데 남자가 말도 안걸어주면 상처 받을까봐. 노력한 점에 대해서 칭찬이다.



05:00 - 집으로

K형님과 H군 데리고 새벽 5시에 파함. 오늘 H군이 시어머니 처럼 옆에서 계속 코치를 한다. 형은 이렇게 해야하고 저렇게 해야한다면서 꽤 많은 피드백을 해주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다지 아쉬운 것도 없는데 H는 그게 너무 안타까웠나 보다. 전투력이 어쩌고 하면서 분발을 자꾸 요구했다.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