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공사II
인테리어 공사 접어든지 닷새 정도가 지났다.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공사를 챙기면서 이것저것 세세한 것들을 배우고 있다. 사실, 우리가 이사 들어오려고 했던 공간이 사실은 인테리어 업체가 있던 자리였다. 여차저차 인테리어 업체 사장님과 이야기는 잘 풀렸다. 덕분에 해당 업체는 어제까지 자신이 쓰던 사무실의 공사를 맡게 되었다. 나름, 우리도 다리품 안팔아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사비에 대해서는 익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합의볼 수 있었다. 공사가 진행되고나서 페인트까지 칠하니까 어느정도 모양새를 갖춰나가기 시작하고 있다.
시작하는 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하나 생각났다. 만약, 인테리어 공사 계약을 하고 나면 최소한, 공사를 시작하는 날 아침에는 출근해서 챙기길 바란다. 특히 공사 초기에 뭔가 잘못 구획이 설정되거나 하는 것들이 있으면 즉시 시정하는 것이 좋다. 벽을 세우고 파티션을 나누는데 조금만 달라도 어? 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어도 자기가 쓸 사무실인데 사장이 얼굴도 비추고 해야 공사하는 업자와 인부들도 조금 더 신경써서 일을 진행해주는 것 같다.
더러는 사장은 사장이 해야할 일이 있고, 사업화에 더 신경쓰라고 이야기 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그래도, 규모가 작을 때 최대한 많이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것들 역시 사장이 해야하는 일이 맞는 것 같다. 암튼, 사소하지만 작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 시작인 것 같다. 나중에 퀄리티로 되돌아 올 것이란 생각이 든다. 디테일한 것 까지 신경쓰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결국에 마감이 다르다.
법인 설립 고민
초기에 법인을 설립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출자 지분에 따른 책임과 이익을 정확하게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각종 세제 혜택에 대해서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본 결과로는 당장 법인의 필요성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법인으로 전환하면 각기 장단점이 있다. 일장 장점이라면, 법인세의 세율은 소득세의 최고 세율보다 낮기 때문에 이익이 많이 발생하면 법인으로 하는 것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우리 소득이 아직 그 정도로 이득을 볼 만큼 나오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법인 전환은 조금 더 미루기로 했다. 개인사업자일지라도 동업의 형태라면 공동사업자등록을 통해서 지분 만큼 소득과 과세율을 바꿀 수 있다. 이 부분은 다음에 동업에 대한 고민을 다루면서 적어보도록 하겠다.
공동사업자등록
어쨌든 지금 점점 집행하는 금액이 커져가고 있는 만큼, 부가세 환급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사업자 등록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오게 되었다. 당장 매출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각종 공사 대금이며, 지출한 모든 것들을 비용처리 해야했기 때문이다. 관할 세무서인 남대문 세무서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공동사업자등록을 내기 위해서였다. 대부분의 과정은 사업자등록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동업자계약서 작성에 관한 부분을 첨부 해야 했다.
공동사업자와는 이전부터 동업을 하기로 이야기했지만, 막상 실제로 등록을 해야하니 기분이 조금 묘하긴 했다. 아무래도 그 이유는 주변에서 하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동업하면 틀어진다. 망한다. 안좋다 등등의 이야기들을 자주 들었다. 이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역시도 나만큼이나 많이 들었을 테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정확하게 50:50의 동업을 해본적이 있었는데 애매한 상황이 많았다. 만장일치 아니면 평행선이기 때문이다.
몇가지 개인적인 철학으로 동업에 관한 견해를 나름대로 정의해 보겠다. 아마 많은 분들이 동업을 앞두고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었으면 한다. 난 반드시 사업을 할 때 파트너를 끼고 해야한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는데 내 고민의 깊이가 얄팍하더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첫 째, 나 자신을 관리하기 위해서이다. 그 동안 내 자신을 되돌아 보자면 항상 무너지는 이유는 혼자 고독하게 싸웠기 때문이었다. 이익을 나누는 만큼 리스크를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동업자의 존재는 스스로를 나태하지 않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둘 째, 나는 완벽하지 않다. 아무리 내가 천재성을 발휘한다하더라도 수 많은 결정과 판단을 전부 내릴 수 없다.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상당히 많은 시간을 자문자답을 해야하는 것은 맞다. 스스로의 성장(progress)은 경영자들에게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대부분 훌륭한 질문은 본인 스스로가 아닌 객관적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는 남으로부터 나온다. 사실 나는 많은 지식을 동업자와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깨닫고 배우게 되었다.
셋 째, 당신이 동업을 하던 혼자서 사업을 하던 원래 사업이란 것은 누가 어떻게 하더라도 어렵고 힘든길이다. 애초에 불가능을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이 성공하던 실패하던 그것은 처음부터 정해져있지 않았던 것이다. 믿어야 할 대상은 오로지 본인뿐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동업이 가져다주는 장점은 위로감에 있다. 동업자가 되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저 망해줄 길동무가 생긴 것 뿐이다. 당신의 책임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일을 대신해주는 것도 아니다. 동업이 안전해 보인다는 망상을 일찌감치 깨야한다.
넷 째, 역할 분담을 구체화하고 명확하게 나누는 것이 좋다. 역할이 모호하면 일이 흐지부지해지기 때문이다.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업무 분담을 이루도록 한다. 친분은 감정의 영역이고 이해는 이성의 영역이다. 작동하는 원리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섯 째, 동업일 수록 더더욱 투명하게 운영한다. 사소한 불신이 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경영상황에 대한 정보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실적을 100% 공유하는 것 뿐만 아니라 회계 정보도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여의치 않으면 끊임 없는 대화를 통해 정보를 서로간에 공유해야한다.
여섯 째,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동업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긴장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순간 사람은 멘탈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게을러지고 초기의 마음가짐을 잃게 된다. 그럴 때일 수록 적당한 휴식과 멘탈 회복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는 동업이 유용할 때가 있다고 본다.
일곱 째, 장기적인 비전을 반드시 세운다. 한마음으로 가도 모자란데 같은 곳을 바라보고 목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난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서로 힘들어도 견뎌낼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동업자 계약서에 담을 내용들
사업내용, 출자의무, 지분 비율, 상호, 주소, 이익배당의 시기와 방법, 업무집행자 지정, 동업관계 존속기간, 동업관계 청산, 계약 불이행 조항 등등에 대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추가 투자시 투자금 규모와 수익분배 원칙, 업무 분담
어쩌면 내 생각들은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공동사업자 등록을 하면서 대표가 딱 하나 물어봤다. 너는 왜 나랑 동업하냐? 잠시 머뭇거리고 있는데 대표가 한 이야기가 지금도 와닿는다. "결정적인 순간에도 너라면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라는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어떤 대단한 논리와 이성과 통계적인 수치를 놓고 판단해야하나 말아야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이 시키는대로 결정했다. 나는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서 존중한다.
인테리어 공사III
인테리어 공사는 절정을 향해 가고 있는데 도무지 끝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을지로 일대를 다 돌아다니면서 쓸만한 부품들과 재료들을 사러 다녔다. 남은 것은 간판과 명함, 문패 같은 자잘한 것들이다. 지나가다가 조명가게에 들렸다. 난 인테리어는 조명이 50%라고 생각할만큼 조명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편이다. 예쁜 조명들이 이렇게 많은데 비용이 비싸서 섣불리 구매하기가 망설여졌다. 자본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하면서 아쉬운 것들이 있긴하지만 그런 것들 일일이 다 챙기고 가다가는 주객전도가 될 것 같았다.
그냥 형광등 달아놓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간판 견적이다. 몇 일 째 이것들이 쉽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간판회사만 5~6업체를 둘러봤다. 다양한 기술에 대해서도 들었고, 재질과 공법에 따른 설명들도 들었다. 확실히 많은 비용을 내면 퀄리티는 좋아진다. 하지만 우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그 안에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청소I
어느정도 외형적인 공사는 90% 정도 마무리가 된 것 같다. 하지만, 나머지 10%가 문제이다. 당분간 디테일을 다듬는 작업이 계속 될 것 같았다. 수 많은 공사 자제와 먼지들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또한 곳곳에 페인트가 떨어진 자국들도 보인다. 도저히 그냥 지켜볼 수가 없었다. 바닥 청소도 해야하고, 왁싱도 해야하고 장판도 마저 깔아야 겠다. 허드렛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직접 챙기기로 했다. 아직 젊으니까. 이 정도 고생은 할 수 있었다. 가야할길이 멀긴한데 우선은 좀 치우고 시작하도록 하자.
오늘만 해도 몇 박스의 재활용품들과 건축 자재들을 봉투에 담아서 내버리고 왔다. 그리고 나서 우리가 해야할일에 대해서도 정리해 보았다. 초반부터 무엇인가를 버리는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 전부다 가지고 갈 수는 없다. 로켓이 우주로 보내질 때와 비슷하다. 1단 연료탱크를 버리고, 그 다음에 2단 산화제 탱크를 버린다. 그리고 나서 최종적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목표물만 궤도로 보내는 것이다. 냉장고 크기의 인공위성 하나를 쏘아보내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와 기술을 요구한다. 나로호도 몇 번이나 페어링 분리 실패로 발사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나. 잘 버리는 것도 기술이다.
솔직히 요새 일이 너무 정신 없어서 블로그 포스팅이 뜸해지고 있다. 매일매일 기록하고 싶지만, 해야 할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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