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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 주어지는 특수임무와 조기퇴소 꿀팁 - 호원예비군훈련장 20141124~26

스타(star) 2014. 12. 4. 15:18

예비군

지난주에 갑자기 아침부터 전화가 오더니 동대원들이 전화가 왔다. 


"선배님. 몇 시에 집에 계십니까?"

"지금 있는데요?"


동대원들이 주고간 종이는 아무나 보여주면 안되는 탑 시크릿 미션이 들어있었다. 이번 미션은 유사시에 대비해 전투력을 유지하라는 긴밀한 지령이었다. 일상 속에 주어지는 특수임무라니. 나라를 지키는 임무는 끝난 줄 알았는데 역시 믿을 것은 고도의 훈련 요원들 뿐인가.


올해 몇 번이나 동미참 훈련 받으라고 연락이 왔는데 일이 바빠서 계속 참여 못하고 있다가 올해 마지막 보충 훈련일정이 잡혔다. 모든 일정 다 제끼고 다녀오기로 했다. 



첫날

동생이 따블백에다가 군복을 잘 챙겨둔 덕택에 군복 빌리러 다닐 일은 없었다. 사실 어제 늦게까지 친구와 놀다가 밤을 새고야 말았다. 한시간 겨우 잔거 같은데 부랴부랴 준비해서 출발했다.


지하철을 타보니 이미 예비군들이 몰려서 거의 병영열차가 되어있었다. 출근하는 시민들의 당황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희안하게도 군복만 입으면 돌아다니는 여자들이 다 예뻐보이는 마법이 있는 것 같다.


번호가 1번이라서 조장까지 맡았다. 

나름 분대원들 재미있게 해줄려고 별의 별 드립 치면서 재미있게 시간 보냈다.

도시락 6000원인데 한번 먹어봤다. 나름 괜찮은 편인데 좀 비싼 거 같다.


오전 교육 받고 점심 먹은 뒤 휴식시간. 

날씨가 슬슬 추워지는 시기라서 누워있으면 얼어죽을지도 모릅니다.

예비군은 민간인입니다.




둘째날

둘째날에도 훈련은 별일은 없었다. 점심먹고 커피와 셀카 놀이를 했다.



둘째날 훈련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열차가 플랫폼에 반쯤 들어가다 멈춰섰다.

제자랑 통화하고 있었는데 밖에 사람들이 다 나에게 몰려오는 것이었다. 어? 무슨 일이지 하는데 사람들이 내 주위에서 웅성웅성 거리고 있었다.

조금 뒤에 갑자기 119가 오고 열차가 난리가 났다. 사진 찍고 신고하고 제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열차문은 열어주지 않길래, 쫄아서 자리를 피했다.


다음날 뉴스를 보니 다행히 인명 사고가 아니었다. 

하루 종일 걱정 했는데 다행이었다.


열차 밑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70대 할머니

http://www.ytn.co.kr/_ln/0103_201411260403225253


70대 노인, 도봉산역 철로 떨어졌다가 철로와 열차 사이에서 구사일생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4/11/25/20141125005245.html?OutUrl=naver







셋째날

마지막날은 대망의 하이라이트인 사격 연습이 있었다.

외국 친구들이랑 여행하다 보면 실탄 사격 연습장 같은 곳 있으면 가자고 난리다. 총 한번 쏴보고 싶다고 난리 친다.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똥폼은 실컷 잡는데 자세히 보면 어깨 견착도 할줄 몰라서 자세가 다 엉망이더라. 군대에서 배운 제일 쓸모 있는 기술은 사격술 같다.

오랜만에 사격 했는데 사격 정말 잘했다. 탄착군이 예술이었다. 5발 쐈는데 만발이었다. 교관님도 다른 분대원들도 전부다 칭찬했다. 

사진을 찍어올걸 그랬다. 뭐든 인증샷이 반드시 필요한데 아쉬웠다. 



어쨌든 이렇게 3일간의 예비군은 마무리!



조기퇴소 꿀팁

올해부터 성과제 조기퇴소제가 도입이 되면서 하루 일과 중에서 먼저 마무리 지으면 일찍 퇴소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구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대통령이 와도 지휘 못한다는 예비군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내가 첫날 부터 조장을 해본 결과로는 조기퇴소제는 조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팀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1. 일찍 간다.

첫날 부터 나는 무조건 일찍 도착했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부지런한 사람은 뭐든지 미리 준비하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가면 일찍 온 순서대로 조가 배정 되는데 이런 아저씨들이 보통 뭐든 적극적이다. 


2. 집결지를 정한다.

점심먹고 보통 흩어지면 찾기가 힘들다. 몇시까지 어디서 볼지 항상 정할 것.


3. 동선을 잘 설계한다.

보통 사람들 몰리고 로딩이 긴 훈련들이 있는데 그런 훈련들을 제일 먼저 빠르게 돌파한다.


4. 사격을 잘하면 됨.

사격하는 날은 사격이 메인 코스인데 사격만 잘해도 된다.


5. 험담 하지 않기

가끔 조금만 머 시켜도 불평불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주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예비군 훈련장에서 이런 사람들은 다른 팀원들의 사기를 급격히 저하 시킨다. 훈련이나 불이익에 불만이 있으면 긍정적으로 대한다. 그게 조기 퇴소 지름길이다.


6. 휴대폰을 반납한다.

몇몇 동미참 훈련은 폰을 반납하면 조기퇴소 조건을 걸기도 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할 것이다. 나도 한번 폰 반납 해봤는데 점심시간에 심심해서 죽을뻔 했다. 그래서 다음 날 부터는 집에 있는 구형 장롱폰을 하나씩 들고 간다. 장롱폰은 맡기고 내 폰은 가지고 간다. 


7. 조교와 교관을 자극하지 않는다.

조교와 교관들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다. 괜히 시비 걸어봐야 FM대로 나가기 시작하면 정말 정시퇴근까지 붙잡아둘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복장은 최소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 좋음. 괜히 찍혀봐야 골치 아파진다.



그외 팁들

1. 부대 안에 시설물은 사진 찍지 마세요. 

2. 차가 있으면 가지고 간다. 도시락 싸서 차에 보관하면 좋음. 저번에는 주차장에서 물 끓여서 점심에 라면 먹는 사람도 봤다.

3. 점심 피엑스 가면 냉동식품은 전자렌지 대기 줄이 매우 길기 때문에 줄을 잘서야한다. 사람이 적어보인다고 거기 서면 안되고, 사람들이 들고있는 냉동식품 갯수를 세는 것이 더 좋음.



위치

호원예비군훈련장에 가는 방법은 회룡역 또는 망월사역에서 내리면 된다. 

위치도 회룡역과 망월사역 사이에 있으므로 한참 걸어가면 나온다.

예비군훈련장 중에서는 유일하게 지하철로 연결된 곳이라고 알고 있다.


호원예비군훈련장

031-878-7055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1동

주차가능/PX카드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