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잘 견딜 수 있을까

스타(star) 2015. 5. 2. 04:51




1.

이젠 그냥 대놓고 인정해야 할것 같다. 외로움에 KO를 당해버렸어. 그런데도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는건지 모르겠다

지독한 외로움이 다시 찾아왔다. 하루 내내 방황을 한 끝에 새어나오는 감정의 문을 겨우 걸어 잠근다. 

동대문, 강남, 이태원, 홍대를 배회하면서 젊음과 연민을 찾아 헤멘다. 지금의 감정을 끝내버리고 싶은데 실체에 다가가다가 포기해버린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누군가의 손길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여전히 나는 내 안에서 사랑을 잉태하지 못하고 있다. 상처 받을 것 두려워 말고 마음껏 사랑하고 싶어도 자꾸만 제동이 걸린다. 

뭔가 단단히 걸려버렸다. 나도 모르게 밟아버리는 브레이크에 지쳐버린다. 자꾸만 냉정을 바라는 머리속 덕분에 몸이 지쳐간다.


2.

술을 잔뜩 마시고 돌아다니다가 H를 만난다. "지금갈게" 하지만, 위로가 안된다. 마음의 방향이 그쪽이 아닌가봐. 하루종일 냉정하게 있으려고 하다보니 끝내 집에 도착하고 감정이 와르르 무너져버린다. 

술이라도 한잔하고 싶었은데. H의 말대로, "지금 누구라도 너에게 고백하면 너 당장 넘어갈 것 같다"라는 말을 남겨놓고, 정작 그 녀석은 애인과 여행을 가버렸다.


3.

우연히 L을 찾아봤다. 정말, 어찌나 보는 눈이 없는지. 하아. 그 동안,  감히 쳐다도 못볼 어마어마한 사람이 되어있어야 했는데 부지런히 살기만 했지, 뭔가 부족했나보다. 

내 장점중에 하나가 기억력이 좋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장점 중에 하나는 복수는 철저하다는 것이다. 또하나, 계획적이라는 점이다. 단점은 정에 약하다는 것이다. 이 유치한 경쟁을 십 년째 하고 있다. 그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나도 정말 대단하다. 


4.

약해보이면 안되기 때문에 강한척한다. 그게 익숙해져있다. 내 감정을 표현하고 내비치는 것이 너무 어려워졌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어 있다. 넌 강한 것 같아. 에너지가 있어라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뭔가 들켜버린 느낌이었다. 나 스스로부터 속이다보니 나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도 자꾸 어지럽힌다. 그 탁류 속에서 진짜 내 마음을 읽기란 쉽지 않다.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새 눈치를 채버렸구나. 그럼 또 한편으로는 관심있는척하는 나의 무관심도 읽었겠네. 

좋으면 좋다고 하고, 싫으면 싫다고 해야하는데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자꾸만 하고 싶은 말의 반대로 말하고 반대로 읽는다. 답답할 따름이다. 내가 내자신을 극복해내야 하는데, 그게 참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스스로 그렇게 갇혀가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데 자존심 때문에 구해달라 꺼내달라 말을 못하고 있네.


5.

그래 솔직히 좋아하는 것 맞다. 그냥 인정해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