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MF가 터지고 어려운 전국민이 생존 경쟁으로 휘말려들었을때부터였던 것 같다. 아버지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 보다는 샐러리맨으로 인정받고 버티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제 막 15살이 되었던 나는 오히려, 이럴 때일 수록 투자를 하고, 마침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보자고 주장 했었다. 이것은 최초로 아버지와 나와의 경제관의 대립이었던 같다. 생각해보면, 아버지와 자식간의 패러다임의 충돌이었다. 아버지의 경제관과 비전에 대해서 실망했고, 나는 그런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매를 맞았다.
IMF의 정리해고의 바람이 커질수록 아버지의 출근시간은 점점 더 짧아지고, 더 늦어졌다. 물론, 가정을 지키겠다는 의미에서 뛰어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정말 아버지는 열심이 일했다. 하지만, 결국 과로로 회사에서 쓰러졌고, 그 후로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생각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 계기를 찾자면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2.
회사에 얽매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장 생활을 가급적 빨리 끝내고 싶었다. 내 목표는 절대로 회사 생활을 하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서른살 이전에 직장생활을 마감하기로 했다. 이미 십대 시절부터 탄탄한 조직과 회사라는 울타리는 나의 버팀막이 되지 못할 거란 생각을 일찍부터 했던 것 같다. 능력과 실력을 키우고, 돈이란 것에서 빨리 초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안정된 생활과 직장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회사 생활을 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느낌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당장은 꼬박 월급 나오니 그렇게 보이긴 하지만, 회사라는 시스템 없이 과연 백만원이라도 벌어들일 수 있을까하는 고민들었다. 아무래도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자생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정글에서 생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자란 농작물 보다는 어디서나 살아남을 수 있는 잡초가 되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가급적이면 먹이사슬 위로 올라가서 더욱 더 스스로를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4.
나는 내가 고용된 회사에 충성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사람이 쓰러져나가고 실려서 병원에 가게 되는 모습을 보고나면 회사를 100% 신뢰할 수가 없다. 결국 회사에서 업무를 보다가 겪은 일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그 어떤 일도 가족을 내팽겨칠만큼 중요한 일은 있을수가 없다. 그것은 내가 생각한 직장의 모습이 아니다. 하지만, 우습게도 난 그런 철야와 야근을 6년을 꼬박했다. 회사에서 가장 많이 야근비를 타가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모습이 보이자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을 했다. 가장 닮기 싫은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이었다. 다음날 사표를 냈다. 그리고, 사람을 점점 말라 죽여가는는 회사라 아니라, 죽어가는 사람도 점점 살아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일하는 자는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우린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
남은 인생을 더욱 즐기기로 한다고 여겼다. 또한,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손해에 과감해지기로 했다. 그래야 돈에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과감히 잃어도 보고, 과감히 투자하고 작게 여러번을 망하고 크게도 여러번을 망했다. 결국 아버지가 쓰러진 것은 그놈의 돈이라는 녀석과의 한판 승부에서 결국 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돈과의 밀당은 절대 지기 싫었다.
4.
큰 문제는 자신을 관리하지 않은 탓이다. 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건강을 무엇보다도 더 신써야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잘살아도 아프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특히나 내 몸을 관리한다. 내가 운동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가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버지의 모습을 하나씩 제거하고, 그 모습을 뛰어넘으려고 할 때마다 나는 성장하는 것 같다. 아들은 아버지를 죽여야지 성장한다고 한다. 나는 이제 점점 내가 어린시절 봐왔던 그의 나이가 되어가고 있고, 여전히 뛰어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초상적인 아버지의 상을 만들어 놓고, 그 상징적인 의미를 자꾸 넘어서려 했던 것 같다. 내면화된 아버지의 모습을 자꾸 들여다보면서, 그와 닮는 것이 싫어지고,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진다. 아버지처럼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를 더 찬미하게 되는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아니 점점 더 달라질 것이다. 나의 박약함을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미안함도 든다. 나의 불완정함을 보완해내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자꾸 등장시킨다. 그가 너무 많은 퀴즈와 의문을 남긴채 너무 일찍 가버렸음이 안타깝다. 나는 그런 역사를 기록하지는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아버지와 함께16년을 살았었고 또, 혼자서 16년을 살았다.
앞으로는 혼자만의 추억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 사실들이 슬프기 그지없다.
이제 곧 16번째 기일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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