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이제

스타(star) 2016. 8. 18. 04:11

1.

오늘 우연히 길을 잃었다. 어지간하면 길을 잘 잃지 않는 사람인데 생각에 골몰해 있다보니 깜빡하고 만 것이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항해일지를 전부 읽어봤다. 정말이지 내 자신이 이렇게 불안함을 감추려고 했나 싶더라. 얼마나 우중충한 것들을 다 포장지에 싸서 버리려고 했을까. 깊게 들어가면 의외로 심리는 단순하다.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그 이유를 알고 나니 한결 편해졌다. 

원래 사람은 스스로를 다스리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스스로를 믿을 필요가 있다. 객관화가 제일 어려운 것이 자기 자신이지만, 그래서 쌩 난리를 쳤던 것 같다. 갑자기 내 자신이 너무 어린아이 같아 보여서 부끄러워졌다.


1-2. 

엄마. 큰일이야. 이제 맞는 옷이 하나도 없어. 이게 허리가 제일 작은 건데 주먹이 하나가 들어가네. 

살이 빠지니 이제 좀 볼만해진다. 운동으로 빠진 살이다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스스로를 믿을 수 있게 된다. 담배 끊은 사람이랑 다이어트 성공한 사람은 상종도 하지 말라던데. 둘다 한 사람은 정말 친해지지도 말아야 된다.


2.

이제 좀 회복되는 것 같다. 열심히 살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모든 안좋은 것들은 여기에 활자로 버려두고, 억울하고 힘든 것들은 사진으로 찍어서 하소연 해버린다. 그러는 만큼 작용-반작용으로 현실의 나는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3.

나를 짓누르던 것들과 열심이 싸워나갈 생각이다. 내면의 지독한 상처들. 인정받고 싶은 욕구. 누군가가 나를 비판한다는 생각. 나를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분노.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내가 상처 받기 싫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 피해의식. 열등감. 지나친 자기애. 이기적인 판단과 발언. 문제를 충격으로 극복 하려는 성격. 너무 성급한 결론. 끝도 없는 갈망. 완벽주의. 도덕적 무결성. 사람에 대한 강박, 자기합리화 등등. 그런 모습은 여기 몇 바이트의 글자와 역사로만 기록될 것이다. 그땐 그렇게 어려운 시절이 있었지. 하면서 추억할 수 있게끔.

난 그 누구에게도 이제 나의 약한 내면의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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