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애틋함

스타(star) 2016. 8. 15. 02:36

1.

유난히 덥고, 긴 여름이다. 여행 내내, 이 여름동안 취해보고 싶었지만 그게 잘 안된다. 마셔도 마셔지지가 않고, 취하려해도 취해지지가 않는다. 사람은 본디 위기가 오면 무너지고 힘들어하고, 술로 달래고 그래야하는데, 나는 어느순간부터 그러질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점점 더 그럴수록 더욱 또렷하게 정신이 가다듬어 지고 술 한잔을 채울 시간에 땀 한방울을 흘린다. 젊은이여.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취해있으면 안된다네. 꿈 속에서, 취한 상태에서는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은 없어. 라는 말이 자꾸만 내 귓가에 맴돌아 버린다. 


2.

결국 로트바르트는 죽었다. 오데트와 지크프리트는 죽지 않고 살아서 영원한 사랑을 나눈다. 뻔한 결말이 못내 아쉽긴 했다. 지크프리트가 죽던지 저주가 영원하던지 했으면 더 흥미로웠을 텐데. 초조해진다. 생각보다 택시가 잡히질 않는다. 11시 반이라고 했나. 10시 반이라고 했나. 나 좀 늦을 것 같은데. 가기전에 얼굴은 봐야지. 아니 꼭 데려다 주고 싶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안녕이라는 말을 못했는지 모르겠어. 

생각도 못했어요. 너무 감사해서 뭐라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엄마도 오빠가 너무 고마운 사람이라고 하시네요. 아냐. 아냐. 난 너랑 같이 지낸 시간이 행복했어. 그게 제일 중요한거 아니겠어. 조금 우습게 들릴 수도 있는데. 이 무지막지한 다리가 아마 기억이 많이 날 것 같아. 

기회 되면 또 보면 되죠. 그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고, 지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이잖아.




3.

생각과는 또 다른 사람인 것 같아요. 내 이미지가 어떻길래. 계획적이고 철두철미한 사람인줄 알았어요. 그건 내가 굉장히 싫어하는 내 평소 모습인데. 굳이 오늘 그 친구가 필요한가. 걔 데려올까. 난 그냥 오늘은 이 모습이 좋은데. 자기가 보고 싶은 모습이 있는 거죠 뭐. 아참, 제발 부탁인데, 거기 있는 글은 보지마. 내 말도 듣지말고. 얘는 니가 아는 그 사람과는 조금 다른 사람일 수도 있어. 우린 글 속에 그려놓은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고 싶은 건지. 그 글을 쓰는 작가와 사랑에 빠지고 싶은 건지 명확히 해야되. 


4.

적어도 나 스스로에게 솔직해 지고 싶다. 입밖에 내 뱉을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감정의 하수종말처리시설이 필요했다. 시간이 지나니 가라앉는 것들은 가라 앉았다. 봄이 되면 되풀이 되는 것들이 있고, 여름이 되니 또 되풀이 되는 것들이 있더라. 나는 지금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나 지금 잘 살아가고 있나. 하며 드는 생각들이 있었다.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 역시 내 모습이고, 내 인생의 한 부분인데 어찌해야 할까. 그냥. 나는 지금처럼 살아가야 할 뿐이다. 존재는 위로받지 못한다는 것을 자꾸만 까먹곤 한다. 김인권씨. 자신을 되돌아 보세요. 그건 누가 했던 말이죠? 제가 한 말입니다. 지금 본인을 보면 정상이라고 생각할까요?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겠죠. 사람이 싫다는데 계속 행하면 그건 폭력일까요? 아닐까요? 폭력이죠. 다시 본인을 되돌아 보세요. 어떤가요.


5.

너무 달라요. 정말 제가 아는 사람들과는 좀 달라요. 뭔가 다른 것 같아요. 맞아. 그것들이 때문에 지난 세월 힘들었지. 물론,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 하지만 정말 쉽지 않았지. 굳이 표현을 하자면 총에 맞은 것 처럼. 숨을 쉬지 못할 것 같은 순간 들이었어. 하지만 조금 더 늦거나 조금 다르게 밟아나간 것 뿐이야. 니가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했던 것 뿐이야. 그리고 조금 더 설명충일 뿐이고. 참 안타깝네 골드코스트에 가보면 그게 참 좋다는 것을 아는데. 왜 우리 사람들은 정말 좋은 음식을 먹거나 장소에 가면 누군가를 데려가고 싶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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