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개발자/Continent of the Ninth

C9 소설 - 그렌도르 캠프(1)

스타(star) 2013. 7. 26. 20:54

울창한 나무들로 인해 빛조차 잘 들지 않는 숲 속. 적막하기 그지 없는 고요는 세 사람이 목소리가 들리면서 깨어졌다. 그들이 걸어가는 길은 누군가를 위해서 닦아놓은 길이라기 보다는 사람들이 주로 다니던 것이 그대로 길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그나마도 한동안 사람들의 통행이 뜸했는지 풀들이 많이 자라나서 겨우 흔적만 알아 볼 정도였다.

 

"워터포드 까지는 아직 멀었나?"

 

카일은 뒤따라 오는 동료에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카일의 왼팔 소매는 팔꿈치 부근에서 묶여 있었다. 한쪽 팔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익숙한 걸로 보아 그는 이미 팔을 잃은 지 오래된 모양이었다. 팔이 하나 없어도 빗어 넘긴 머리와 거친 수염이 잘 어울리는 사내였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나무 밑동에 털썩 앉았다. 그는 가죽으로 된 물통을 꺼낸 뒤 벌컥벌컥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어이. 카일, 잠깐만. 물 한 모금만 줘. 이제 거의 다 오지 않았을까? 이 숲도 이젠 지겹군."

 

키가 작은 사내는 카일 옆에 앉으며 수통을 건네 받았다. 이제 보니 방금 카일에게 물통을 받은 루니라는 남자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는 이런 여행에 익숙하지 않아 보였다.

 

"무슨 소리야. 아직 멀었다. 지금 지체할 시간이 없어. 조금 있으면 어두워진다. 아마 오늘까지는 이 숲에서 머물러야 할 것 같다."

 

맨 뒤에서 따라오던 건장한 체격의 브렉이 걸어오며 말했다. 그는 숲에는 밤이 빨리 찾아온다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카일과 루니, 두 명에 비한다면 훨씬 여유 있는 표정과 체력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 따뜻한 곳에서 잘 구운 베이컨과 맥주가 너무 마시고 싶군. 델파스트에 들어 온지도 벌써 사흘은 된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숲을 헤치고 가는건 영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말이야. 딱히 해안 마을을 이런 식으로 숲을 통해 가야 한다니! 난 선원이지 사냥꾼이 아니야."

 

루니는 불평하듯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지. 그나마 지금은 이게 제일 안전한 길이라네. 어차피 이렇게 됐으니 조금만 참아. 검은 바다도 건넜다는 사람이 뭔 엄살이 그리 심한가? 뒤에서 자넬 챙기는 브렉의 반이라도 닮아보라고."

 

카일이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지만 루니는 못들은 척 하면서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마도 둘의 관계는 항상 이런식인 것 같았다. 반면 브렉은 둘이 티격대는 것과 상관 없이 진지하고 무뚝뚝해보였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밤을 보낼 장소를 찾아야 해. 조금만 더 가면 적당한 곳이 있을 것 같아."

 

브렉이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이제 맨 앞에 나서서 앞장 서서 카일과 루니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카일이나 루니 모두 남루한 옷차림에 성격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브렉은 그들을 신뢰할 것이다. 이미 한번 두스카르 전투에서 패한 이후 셋은 서로 믿고 따르면서 생사의 고비를 여러 번 넘었다. 이미 이들에게 이런 티격태격 하는 말싸움은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 길로 가는건 확실해? 브렉! 알고 가는거야?"

 

루니가 물었다. 앞서 가던 브렉은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뒤를 돌아 보았다.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이봐. 지금 나를 못 믿는거야?"

 

"아니 그런게 아니라 초행길인데 이렇게 길을 잘 찾아 다닐 수 있나 해서 말이지. 솔직히 우린 삼 일째 이 숲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어. 어제는 고블린 녀석들의 흔적도 발견했고......아니 어쨌든 불안하니까 묻는 거지"

 

"그래서 고블린 녀석들이 무섭기라도 하다는 말이야?"

 

브렉은 시큰둥한 말을 쏘아 붙이고는 오른쪽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고쳐 메었다.

 

"아니 내 말은......"

 

카일이 갑자기 그들의 대화를 가로 막았다.

 

"잠깐. 방금 저쪽에서 뭔가 보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