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웹혁명을 읽고
김재연 IT칼럼리스트가 2010년 집필한 소셜웹혁명(http://starmethod.tistory.com/392)이 얼마 전에 전문이 공개되었다. 글을 읽다가 '서바이벌 게임이 한국 IT의 미래일 수는 없다'라는 요지의 글을 읽고 나서 하루 내내 소화불량에 걸렸다. 도저히 펜을 안 잡을 수가 없었다. 속된말로 깊은 빡침이 올라왔던 것이다.
하나도 안변했다?
각종 창투사나 기관들의 창업경연대회,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창업리그 등으로 진행되고 있는 근래의 창업 경진대회 상황을 바라보면 2013년에도 역시 김재연씨가 소셜웹혁명을 썼던 2010년과 비교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3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나, 이러한 현상이 창조경제라는 캐치프라이즈를 걸고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새 정부 아래에서의 움직임이기 때문에 더더욱 충격스럽다. 이 대한민국의 스타트업 열기가 으레 그래왔듯이 내용보다도 겉모양새를 갖추는 것에만 급급해하고 있는 것일까. 젊은 시절의 잡스가 되돌아 온다하더라도 만일 지금과 같은 대한민국 상황이라면 절대로 창업 대회에는 나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서바이벌 게임으로 잡스가 탄생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대한민국뿐인 것 같다.
오디션 방식의 창업 대회의 우려
이런 현상 속에서 중요한 것은 창업자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심상치 않은 소식을 들었다. 조만간, 한국에서 공중파를 통해서도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아니, 가요계에서도 그 부작용 때문에 100분 토론까지 벌였던 그 시스템을 차용하겠다니.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한국의 서바이벌 형태의 창업 지원문화도 심히 걱정스러운 것도 모자라 오디션이라는 표현을 쓰다니. 게다가 그것이 시청률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방송 프로그램까지 기획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장 떠오르는 문제만 생각해도 방송의 시청률과 광고의 연관관계 아닌가. 더 높은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극적으로 편집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창업 팀들의 개인사, 가정사를 들먹이지 않을 리가 없다. 또한, 더욱 극적인 우승자를 만들기 위해 탈락자들을 더 극적으로 부각시키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섰다. 또한, 그보다 더 큰 걱정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창업을 바라보는 인식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하는 걱정이다.
창업대회의 허와 실
올 초부터 본인도 다양한 창업 대회에 참여해보도 창투사들과 미팅을 가져봤지만, 정말 정책 사업이라는 것이 득과 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시점부터는 당초 내가 생각한 사업이 본업인지, 정책자금을 받아 내는 것이 사업이 본업인지 목적이 전도되기 시작했다. 그들의 심사 기준대로 가다가는 내가 생각한 서비스와 사업이 표류할 가능성도 있었다. 지원 받을 수 있는 문도 좁았고, 각종 대출이나 창업자들을 위한 정책은 복잡하지만 하고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었다. 여전히 창의성을 제도의 아래에 두려는 무리한 시도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창조경제 정책 발표 이후, 대한한국에는 짧은 시간동안 수많은 창업 팀이 생겨났다. 다양한 방식으로 각자의 서비스를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어느 시점에서 망가져버린 창업자들의 갱생이나 회생에 대한 정책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이제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리스타트업에 더 신경을 쓸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수많은 스타트업의 경험을 가진 CEO들이 실패에 대한 대가로 도로 취업 전선이나 SI업체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실패라고 말하지 않고, 쉬어가는 중이다고 이야기 하지만, 이러한 휴면상태가 길어지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다. 창업은 안 되는 것이다라는 공포감을 가진 창업자 한 명이 주변에 전달하는 심리와 메시지는 전반적으로 제2, 3의 창업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일부 청년들게에서는 스타트업 경험이 회사 취업을 위한 스펙 정도로 여겨지는 가벼움을 목격하기도 하면서 이것이 창조경제의 방향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식의 전환
TV프로그램이든, 각종 창업리그든 하루빨리 우리도 페이스북의 주커버그나 애플의 잡스와 같은 부와 명성을 거머쥔 성공적인 청년 창업 스타를 만들어 내는 것은 중요하다. CEO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유명세를 이용하여 홍보와 투자가 더 쉬워질 것이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총알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으로 되돌아가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연구와 소비자와의 대화가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사회의 조급함이 자칫 소중한 창업가들의 비전과 목표라는 큰 그림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창업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커지고 그들을 응원하는 사회적인 현상은 분명히 긍정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창업에 대한 기반의 개선은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가? 이제는 더 빨리, 더 쉽게, 더 많이 실패 할 수 있게 해주는 환경 조성에 더 신경을 써야하지 않나 생각된다. 전 세계적으로 몰아닥친 오디션 포맷을 굳이 현재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는 대한민국의 창업의 영역에 적용할 필요가 있을까. 이들의 열정이나 취지를 잘 포장해서 감동을 줄 수도 있지만, TV프로그램은 시청률에서 자유롭지 않다. 조급함이 제일 먼저 드러나는 곳이 방송 매체 아닌가.
청년들이 도전과 혁신으로 일관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그런 복잡한 히스토리를 가지면서 살아도 괜찮도록 제도와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모험에 도전하는 인식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제도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창업 지원금은 획일화된 창업경진대회의 상금 형태 또는, 턱 높은 정부의 투자금으로 이루어져 있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내가 그나마 서로 상생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모습은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과 방송을 통해 제도가 개선되어가고, 대국민의 인식이 개선되어 가고 오디션 프로가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모습보다도 협력과 상생을 통해 이 사회에 스타트업들이 적응해 가는 모습을 더욱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
여전히 창의성을 제도권 안에 컨트롤하려는 정책들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그러한 정부의 정책 지원금에 자유롭지 못한 일부 VC들과 투자사들도 걱정 된다. 정말 이렇게 하면 되는지.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해 나가면 우리가 생각한 산업선도국가가 될 수 있는가. 튀는 히스토리와 복잡한 이력을 의심하는 이 문화에서 과연 얼마나 패러다임을 뒤집을 정도의 생각 가진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여전히 수년이 지나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며, 그리고 창업 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소 글이 길어졌다. 여전히 낙천적으로 생각하고 있나.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창조와 혁신을 위한 생태계와 사회적인 기반을 얼마나 갖출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니다. 잡스와 같은 혁신적인 창업가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다면 그들의 창조성을 소중하게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정말 틀을 깨는 새로운 도전과 혁신을 일으킨다면, 이제는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김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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