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솔직

스타(star) 2015. 7. 13. 01:58

1.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생각과 사는 모습을 쉽게 잘 바꿀 수 있는 것 같다. 어짜피 극과 극은 통한다고들 하지 않나? 내 삶에서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중심과 원칙을 몇가지 빼놓고나면 그 외의 잡다한 것들은 통째로 도려낸다 해도 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바뀐다고 해서 내 삶이 근원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을거란 생각 때문이다. 





2. 

적어도 나는 내 자신에게 만큼은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주변에 대해서, 남들에 대해서 엄격하게 구는 만큼 스스로에게도 엄격하게 굴어야하는데 가끔은 그런 것들을 모질게 밀어부치지 못할 때가 있다. 자꾸 클라스를 따지다 보니 뭐하나를 하더라도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작게라도 시작을 안하는 것 같다. 그런 시도들이 모여서 대단한 것들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인데.


3.

요 얼마간 몽롱한 상태로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스스로의 낭만적인 시간을 못가지고 있는 것 같다. 공부를 게을리 하고 있고, 삶이 나태해졌다. 풍요는 게으름을 가져다준다.


4.

일년에 최소 두번 씩은 나에게 여행을 선물해 주겠다던 약속을 올해도 과연 지킬 수 있을까. 해외에 나가고 싶다. 세계일주를 하고 싶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 이런 작은 소망들은 이제 점점 나에게서 멀어져가는 꿈이 되어갈 것인가. 


5.

미련 없을 거라고 확신이 들었을까. 만약 그게 아니라도,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애초에 흘러가는 마음의 물길을 애써 막아보려 했었고. 다행히 그 때는 성공했었지. 넘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지는 않았지.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 참으로 간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의 긴 만남. 지지부진했던 우리, 나 역시 이제는 더 이상 당신을 보아도 설레이지가 않았고, 처음 만났을 때의 마음의 반의 반도 남지 않았네. 너는 남자친구의 존재를 알림으로써 우리의 인연을 드디어 정리해버렸다. 그 누구도 묻지 않았던, 추측만 무성했던 기나긴 시간이 끝났을 뿐. 

내 예상대로 그 여름이었다. 이제서야 퍼즐이 완성 되는 것 같다. 

점점 옛사람들이 이제는 추억조차도 되지 못하는 것 같다. 내 삶속에서 어지럽히던 인연이 문자 하나면 끝이라니. 가까이에서 서로 잡아 당기던 끈이 약해진 것일 뿐. 시간 문제였을 뿐.


6.

L과 밤늦은 시간에 만났다. 숨 고를 시간도 없이 맥주 두캔을 연속으로 마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가 이어졌다. 참으로 깊은 마음의 불신감과 생각을 치유하는데 우린 얼마나 오래 걸릴까.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나치게 깔끔한 매너를 가진 남자는 다 이유가 있다. 독한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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