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2016 블라디보스톡

[블라디보스톡 여행] 조용한 나만의 여행지를 찾아서 - (1)

스타(star) 2016. 7. 28. 02:02

꿈에 그리던 여행지

블라디보스톡 원 웨이

http://starmethod.tistory.com/799



살면서 몇 가지 의미 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았지만 최근에 떠오르는 기억들을 꼽아 보자면 금연과 독도 여행이었다. 둘다 공통점은 자신을 이겨내고 스스로 약속을 지켜내는 것에 성공한 경험들이었다. 


금연은 정말 나 스스로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기억이다. 스무살 이후로 8년간 나는 골초였다. 하루에 한갑하고 반을 더 피우던 사람이다. 그것도 군대 훈련소에서 끊어냈다. 그 뒤로도 수 많은 유혹을 이겨냈고, 어느새 금연한 기간이 흡연한 기간과 비슷해져간다. 


금연에 대한 원칙을 지금껏 지키고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스개 소리로 나는 다시 태어나면 그냥 담배를 피우고 말겠다는 소리를 하곤 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금연과 함께 절제와 금욕에 길들어진 인간성의 상실을 느꼈기 때문이다.


남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나는 해내고 나니 실패하는 사람들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생각을 잃어버렸던 것 같다. 그 전까지는 타인의 삶과 고생에 그 누구보다도 깊이 공감해주고 감싸주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사람이 담배를 끊고 나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던 것 같다. 금연에 성공하고 나니 사람들로부터 찬사가 쏟아지고 대단하다고 치켜세워주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나의 내면 속에서는 뭔가 친구 하나를 잃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몇 년 뒤에 독도 여행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직장생활에 얽매이면서 정말 자유의지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었다. 오후 두시에 카페에서 맞이하는 여유, 흐린날이면 신촌에 나가 창밖을 바라보는 여유같은 사치를 부리고 싶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독도를 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들렸다. 모두들 그곳이 어디인지도 알고 우리 땅이라는 것도 알지만 실제로 거기에 가보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도에 간다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언을 했다. 스스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이 퍼트려 두면 갈 수 있지 않을까.


그 동안 자유의지대로 살아본적이 없었기에 홀로 일어서는 것이 참 힘겨웠다. 울릉도에서는 원래 삼일을 있으려고 했지만 일부러 일정을 망가트렸다. 하루를 더 보내면서 내 인생의 주인임을 확인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블라디보스톡 여행은 그 연장선이다. 최근 나의 고민은 나는 과연 나를 바뀔 수 있는 사람일까?에 대한 것이다. 항상 나는 나 자신을 되돌아 보고 싶었다. 그 효과를 만들어 내려면 뭔가 내 안에서부터 작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 했던 것 같다.


위기가 올 때마다, 변화가 필요할 때 마다 나는 이런 생각들을 하곤 했다. 우선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에 집중하자. 오랜 만에 잊혀두었던 약속을 이제라도 지키고 나면 나는 홀가분해 질 것이고, 또 다른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런 긍정적인 기운이 나를 감싸기 시작하면 주변을 둘러보는 시선조차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한 여행, 함께 떠나는 여행이 아닌 온전히 나만 바라보는 여행이 될 것이다. 


이번 여행에는 많은 글을 쓸 것이고, 여유를 두고 둘러볼 것이다. 사는 모습을 볼 것이고, 가장 느리게 쳐다볼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해서 한 없이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자책도 하고, 슬퍼도 하고, 분노도 하고 다 파헤쳐볼 생각이다. 



훼리 예약

러시아로 가는 배편을 예약했다. 천천히 느리게 가고 싶었다. DBS크루즈 훼리에서만 예약이 가능하다.



예약은 전화로만 가능했다. 성수기이긴 하지만 출발 인원이 한명이라고 하니 생각보다 쉽게 예약이 가능했다. 가면 또 새로운 인연들이 있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은 하지 않는다. 여권 찍어둔 것을 팩스로 보내니 즉시 예약이 끝났다. 그냥 가야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예약까지 한시간만에 끝나버렸다. 여행이 사실은 별 거 아닌 것 같다.




일정

일정은 일요일 출발 목요일 도착이다. 배에서 2박, 현지에서 2박을 머물러야 하는 일정이다. 블라디보스톡 자체가 넓은 곳은 아니라서 2~3일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고 들었다. 아직 구체적인 여행 일정은 짜질 못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에 대한 정보도 얻고 예행 이라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해야할 것

- 여행 일정을 짜야한다. 사실 블라디보스톡에 뭐가 있는지 전혀 모른다.

- 환전을 해야한다. 정작 홍콩달러/바트화/엔화 같은 돈은 환전이 쉬웠는데 루블은 어떨지 모르겠다. 외환은행에 가서 해야겠다. 생각해보니 환율도 잘 모른다.

- 짐 싸기, 현지 와이파이 및 심카드 알아보기

- 선박 탑승하는 방법과 교통편 등등 알아보기


사실 이제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발 가는대로 가는 것이 제일 인 것 같다. 그리고 첫번 째 여행지는 무조건 혼자 돌아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격상 두번 째 이후로는 여유가 넘치는데 처음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주변을 잘 둘러보지 못해서 자주 싸움이 난다. 



변화에 대해 그다지 기대하지 않아도 좋다. 이번 여행은 시작을 만들어 낼 뿐이니까. 당연히 나는 달라질 것이고, 내 자리를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