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to. TG

스타(star) 2019. 7. 20. 01:27

잘 지내냐. 

벌써 한달이 지났지만 도무지 소식을 들을 수가 없네.

우린 모두 잘 지낸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니가 없다는게 여전히 실감나지 않네.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보고 문자를 보내도 응답이 없더라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디 있을까, 도무지 무슨 상황이 있었는지 우린 도저히 알 수가 없어. 

너 우리한테 너무 많은 물음표만 남기고 너무 허망하게 사라졌어.

너와 함께 했던 많은 시간들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라는 걸 알았다면 조금 더 신경쓸걸 그랬다. 

다들 먹고 살기 급급해서 니가 없다는 것도 모르고 살아간다.

 

얼마전에 용현이에게 연락이 왔네. 너랑 오키나와에 갔던게 그렇게 기억에 남나봐. 그게 벌써 십년전인거 같은데.

차도 그 때 너랑 타고 다녔던 i30를 샀데. 지금도 가끔 그 추억이 떠올라서 오키나와에 종종 혼자 간데.

네 소식을 어떻게 전해줘야 할지 잠깐 고민되더라. 잠깐 어디 멀리 갔다고 말할까?

네가 사라지고 나서 거짓말 처럼 용현이가 나타나서 나도 놀랐어.

 

삼양동 달동네에서 부터 대학로, 일산, 신촌, 홍대 까지 서울 어디에도 너랑 추억 없는 곳이 없더라.

너도 어디에 있던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있어.

언젠가 다시 만나면 그 동안 못했던 이야기 많이 하도록 하자. 여행이야기도 좋고, 사는 이야기도 좋다. 같이 낚시 떠나도 좋고, 피씨방에 가는 것도 좋겠지. 

 

우리도 열심히 살아 볼게. 가끔씩 오늘처럼 시간 나면 그리워 할게.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린 친구로 꼭 다시 만나자.

그 땐 더 좋은 곳에서, 더 좋은 환경에서 우리 이제 고생 많이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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