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아이스큐브랩

확신을 내리기 - (1)

스타(star) 2013. 11. 7. 02:21

시작

원래는 오늘 융합전략연구원 모임이 있는날이지만, 불참을 했다. 와이케이아이디어스쿨 사업 추진 한달 째에 접어들고 있다.


그 동안 포스팅을 전혀 못했다. 이 사업도 언제 접힐지 모르고, 또 어떻게 고꾸라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그런지, 심사숙고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요새는 하두 빨리 망해서 뭐 글을 쓸 시간 조차 없었다. 최근에 내가 벌인 사업들은 전부다 접혔다. 이번 사업은 근데 상당히 구체화되어 가고 있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슬슬 그 동안의 이야기들을 좀 써두려고 한다.


잠시 눈을 감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작년부터였다. 몇 차례나 크고 작은 사업을 벌리고 망했는지 이젠 세기도 힘들었다. 그 중에서 살아 남은 것이 거의 없더라. 경험만 잔뜩 남았다. 그나마 겨우 남은 것이 출판사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마저도 충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휴면 상태에 빠져버렸다.


플라스틱팩토리

프로젝트 이순신

러브서포터

헬스다이어리

이모션스타

포토서치

한글사랑

망중한


시원하게 8개 프로젝트를 1년 조금 남짓한 기간 동안, 말아먹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역량 부족에 시달렸던 것 같다. 하나가 해결되면 하나가 망하고 계속 이런 식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는 시간이 필요했다. 과연 내가 가진 돈으로 사장 수업을 배우기에 충분한 돈일지는 모르겠지만, 한푼도 빠짐없이 나에게 투자했던 것은 맞다.


실패계획

시간이 없었다. 빠른 시간안에 최대한 빠르고 많이 망해야 겠다고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백수가 과로로 쓰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조금이라도 관심이 가거나 해보고 싶었던 일들은 전부 사업을 추진했다. 보통은 자본을 투입할 시점이 되면 알아서 물러나거나 팀이 와해되어 버렸다. 내가 어지간히 하고 싶어하는 일이 아니고서는 진행하다가 아마 알아서 하기 싫어지는 시점이 올거라 생각했다. 누군가 와서 이렇게 해야하고 저렇게 해야하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진행해본 일들이 주로 IT 직종에 국한해서 진행한 것이 못내 아쉽긴 했지만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서 그랬나 보다. 아예 요식업이니 유흥업이니 이런쪽은 젬병이지 않나. 특히나, 마지막 직장 퇴사 이후의 생존은 꽤나 어려웠던 걸로 기억한다. 7년 동안의 직장생활을 통해 모은 내 생활비와 자본금은 이미 몇 달 전에 다 날렸다. 아마 강한 긍정의 사고와 적절한 휴식. 적극적인 스트레스 대처를 안했다면 극복하기 어려웠을 거다

어느 정도 자본이 바닥을 보일 때쯤, 어떤 회사의 면접을 보게 되었다. 혹시나 1g이라도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나 마음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진짜 길거리에 나 앉게 되는 순간이 다가오는데도 취업하고 싶은 마음이 안들더라. 아직은 좀 더 내가 살만한가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다면 앞으로 더 가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무엇이 남았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 동안 버티면서 제일 어려웠던 것을 꼽아보니, 자본금이나 업무진행 뭐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 쉴틈도 없이 멘탈이 떨어지곤 했는데 그 때마다 강한 마인드 셋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던 것 같다.

한 다섯 번째였나 여섯 번째로 진행했던 포토서치와 한글사랑 즈음이었던 것 같다. 두 아이템이 결국 정책사업에 선정되지 못하고, 기획 단계에서 접히는 동안 그 동안 내가 벌려 놓은 일들에 대해서 중간 점검을 해봤다.

투자자, 동업자, 개발자, 팀원들, 다른 회사 대표들, 조력자, 언론인 등등 어느새 내 핸드폰에는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저장되어 있었고, 50명이 넘는 사람들과 조인을 하고, 팀을 차려서 일을 진행해봤다. 5번의 창업 경진대회에 출품을 했고, 1번의 창업워크샵을 참여했다. 그 동안 작성한 사업계획서가 8개. 계획서대로 진행한다고 가정하고, 내가 생각한 만큼 수익을 발생시키는 시점까지 필요한 자본 규모를 합치면 전부 약 90억원. 예상 매출은 약 500억이다. 적어도 내 머리속에는 약 90억원 어치의 계획과 약 500억원 어치의 꿈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렇게 사업하겠다고 나돌아 다니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망하고 나니까, 솔직히 남아있는 사람이 몇 없더라. 이미 파산이나 다름 없어서 더 망하려고 해도 망할 것이 남아 있지 않은 시점에서 남아 있는 사람 정도라면 베스트 프렌드들과 같이 사업하려고 무진장 애를 쓰는 친구들 정도가 남았다. 대부분 돌이켜 보면 비슷한 부류들끼리 어울리게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관심사나 추구하는바가 비슷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살아 남았다

수 천만원을 까먹었는데 어짜피 다 날리려고 모은 돈이라서 아쉬움은 없었다. 오히려 빚을 더 못내는게 아쉬웠다. 3억 정도는 떠안을 자신 있었는데 더 이상은 불가능 했다. 당초 6개월 생존이 1차 목표였는데 이미 예상치는 훨씬 뛰어넘었고, 이 상태라면 나도 쉽게 굶어죽지 않는 다는 것이 증명된 것 같다. 롱런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배운 스킬이 하두 많은데, 전자책 정도는 혼자 만들 수 있고, 블로거가 되었으며, 어지간한 홈페이지 정도는 그냥 혼자 만들 수 있는 홈페이지 웹디자이너가 되었다.


새로운 사업

최근 들어 진행하는 일들이 점점 더 구체화 되가면서 쉽지 않은 사항들에 대해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시점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이제 구체화를 하면서 진짜로 진행을 할지 꿈으로만 둘지 결정해야 한다. 몇 번이고 되풀이 해가면서 우리의 선택들을 복기를 해보고 타당성을 검토해본다. 이미 이런 고민들을 일년 넘게 하다보니 이제는 익숙하긴하다. 지금 우리가 고른 사업이 수익성은 있는지. 사업성은 있는지. 가장 큰 문제는 과정 손익분기점BEP을 언제 넘길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최근에 사업하면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했다. 언제든 최소한 투자한 자본만큼은 회수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더라. 또, 홍보 방안은? 마케팅은? 고민해야 할 것이 천지이다.

골치가 아프지만 깊이 탐구해보도록 했다. 한달을 이렇게 고민하면서 상당한 체력을 소모했다. 여러 시간이 지나는 동안, 다시 한번 원점부터 생각해보기도 하고, 백지에서 다시 사업 계획서를 써보기도 했다. 설비에 관한 부분이 조금 빠져있었고, 의외로 운영비가 꽤 많이 나오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월세를 줄였으면 좋겠다. 이렇게 하나둘씩 계획서를 엎어가면서 보완해 보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 정도로는 확신이 어려웠다. 잠시 생각을 멈추고 우리는 고민에 잠겼다. 

"우선, 삼개월이 제일 고비야" "그렇죠. 겨울안에 쇼부 쳐야해요." 유난히 혹독하고 바쁜 겨울이 다가올 것 같다.



테라스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린다. 난 비오는 날을 좋아했다. 비가 오면 테라스가 있는 까페를 찾곤했다. 조금 추워도 창문을 열고 길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곤 한다. 오래된 습관이다. 이십대 초의 나는 매우 감성적이고, 로맨티스트였다고 생각한다. 비오는 날이면 옛여인을 떠올리며, 으례 추억에 잠기곤 했다. 기분에 따라서 신촌에 나가서 산책을 하면서 거닐거나, 하루종일 까페에 앉아 조용히 창밖에 비가 오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어떤 날은 울적한 마음에 혼자서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 항상 2층정도 되는 높이에서 거리를 내다보는 것을 좋아했다.

별 생각 없이 하루쯤은 감상에 젖은 하루를 보내는 거다. 어쩌면, 내가 직장생활을 하기 싫었던 이유중에 하나는 이 소중한 시간을 되찾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비가 오면 신촌에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내려다 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다. 장마철이 되면 그냥 한달 내내 우울함을 만끽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직장을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적은 없다. 다만 내 마음이 꽤나 병들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생각보다 긴 치유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내 시간과 내 아름다운 감정을 소유하는 것은 꽤나 비싼 행동이고, 취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장 아름답고 밝게 빛나는 30대를 맞이하겠다고 했다. 힘든 결정과 생존의 위협이 나날이 계속되지만, 분명 지금의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사업을 제대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