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리

1.

월요일에는 교육청 공무원들이 뜬금없이 들이닥쳤다. 분명 전에 강의를 나갔던 학원에서 앙심을 품고 신고한 것이라고 생각들었다. 너무 뻔해서 웃음이 나왔다. 고소하네 뭐하네 하더니 겨우 이거였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어쨌든 이런 경험이 처음인 당황한 디자인 연구원들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시리 당황해서 공무원들에게 유도심문에 네네네한 것 같더라.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이리 쉽게 호구처럼 움직이는지 내가 다 걱정되더라. 마냥 초식 동물같이 죄지은 표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녀석들, 참 이 험한 세상에서 벌어먹고 살게 만들려면 갈길이 멀다. 어쨌든 내가 나서서 공무원들과 대화를 좀 나눠보았다. 사실 확인서랍시고 받아간 것도 그들이 쓴 종이쪼가리이고, 자기들 생각에 불과한 것들 아닌가. 우리조차 여기에서 뭐해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걱정하고 있는 판국에 뭐 먹고 떨어질 것들이 있다고 와서 조사해가는지 모르겠다. 창조경제니 뭐니 어쩌고 떠들어도 법령이 새로운 산업을 못따라가는 것 같고,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도 기존의 프레임으로 이해 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떨떠름할 뿐이다.

2.

애써 외면하고 싶고, 무시하고 말조차 나누고 싶지 않더라. 참 매력적이지 않은 방법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밀어내기라는 것이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어색하고, 미안했다. 너를 만나고자 하는 몇 번의 노력과 연락에도 불구하고, 너의 응답은 무미건조했지. 나에게 흥미가 떨어진건지, 더 큰 투자를 원하는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로써도 선택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지. 솔직히 내 관점에서 거기서 더 큰 투자는 호구인데, 내가 호구가 되야 널 만날 수 있는 거냐. 하지만, 너 역시도 호구를 원하는 것은 아니잖아. 더 많은 대화를 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어쩌면, 너에게 지금 당장은 누군가가 필요한 시간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 뭐 근데, 내가 받는다는 것 보다는 주고 싶은 것들을 더 떠올려 봤어. 누구에게나 이렇게 했을 수도 있겠지. 너 참 고독하겠다. 겁내지마. 해칠려는게 아냐.

3.

하아.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하더니. 그말이 딱 맞는 듯. 도움 필요할 때는 언제고, 그러다가 냉정하게 이야기 해주면 삐지는거 봐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