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나섰다. 곰곰히 생각을 해본다. 정말로 너를 좋아하는지.
결론은 이미 나있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이 맞긴한데, 넌 나에게 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너라는 독을 마실수록 정신을 못차릴거다.
미묘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예상되는 우리의 미래 때문에 쉽게 너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인정하기 싫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나에게 악독하게 구는 것들에 대해서 독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아파했으면서고 학습효과가 없는 내 자신이 싫었다.
너는 매력적이지만 철없는 행동들로 인해 망설이게 만든다.
네가 나를 좋아한다면 내눈에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서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을텐데, 너는 전혀 그런 것이 신경 쓰지 않는것 같다. 날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니 설령 좋아한다해도 누구라도 견디지 못할거다. 너의 그런 가벼운 행동들은 집착을 부른다.
여전히 사람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쉽게 스킨쉽을 하곤 한다. 이런 사람은 도저히 신뢰할 수 없더라. 그런데, 그 함정에 나도 걸려들었다. 그리고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일상을 살아간다.
너같은 사람은 그냥 가볍게 만나고 가볍게 잊혀져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 덕분에 너무 난처해져 버렸다.
생각해보면 내 연애는 항상 그랬다. 이런 가벼움으로 시작했다. 호기심에 그녀들의 늪에 발을 담궜다가 빠져버리곤 했다.
그녀의 매력에 탈출하지 못하고 더 깊이 빠져버렸다. 그녀가 가진 매력의 늪이 깊고 다양할수록 헤어나오질 못했다. 나중에는 너무 필요 이상으로 빠져버려서 고통받곤 했었다.
후회는 안하더라도 트라우마를 남기기에는 충분했다. 약간의 즐거우 대신에 너무 길고 큰 고통이 싫었다.
그래서 이젠 탁탁 두드려보고 건넌다. 지금의 나는 마치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고 작정한 사람 같다.
이렇게 탄탄한 방어막을 갖춘 내가 흔들릴 정도로 네가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내 모든 상식들이 파괴되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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