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명동가서 느낀 점 - 명동에서 외국인같이 놀기 20140831

스타(star) 2014. 10. 6. 03:19

명동 롯데 백화점
홍콩​에 가는 길에 친구가 벨트 하나만 사자고 한다. 무슨 벨트인지 나도 잘 모르겠고, 그냥 면세점에 같이 가보자고 했다. 명동에 있는 롯데 면세점에 가보기로 했다.

롯데 백화점 가보면 불황이니 뭐니 이런 것 다 거짓말 같다. 엄청난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예전에 어디에서 봤는데, 그 나라가 버블 경제인지 아닌지를 보려면 트래픽 잼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내 생각에는 면세점이나 공항에 가보면 마찬가지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상적이라면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그에 상응하는 소비 문화가 생겨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길이 막히거나, 공항에 사람이 붐빈다는 것은 그 만큼이나 소비가 크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명동 시내로

백화점에서 쇼핑은 실패했다. 원하는 제품들이 없었다. 아무래도 좀 오래전에 판매되던 것들이라서 그런지 구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달랑 그것 하나 찾아보고 집에 돌아가는 것은 아무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친구는 오기가 발동해서 명동에 있는 브랜드 샵들을 전부 다 방문하겠다고 호언 장담했다. 그리고 그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명동에 있는 모든 남성복 매장은 전부 다 돌면서 벨트를 알아봤다. 

명동에 가보면 이제 여기는 외국 같은 느낌도 들었다. 국제도시가 되었지. 수 많은 인파들이 명동을 걸어 다니는데 외국인들이 절반 이상은 되는 것 같았다. 

어렸을 때 부모님들이랑 명동에 돌아다니던 것이 생각난다. 크리스마스 때 였나. 명동 성당에서 미사 보고 나오는데 엄마가 그 수 많은 인파를 헤치고 갑자기 어디론가 가는 것이었다. 구걸 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곤 했지. 어린 나이에도 그 장면이 계속 떠오르곤 한다. 명동은 그 때나 지금이나 참 사람이 많은 동네 였던 것 같다.

이제 휴식

아무리 돌아도 살만한 벨트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홍콩 가서 사와야 할 것 같더라. 이미 나는 반쯤 멘탈이 나가서 쇼핑이고 뭐고 그냥 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은 쇼핑에 불리하다. 필요한 것만 딱 사기 때문이다. 쉬던 도중에 저 멀리 아이스크림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한테 저거 하나 사달라고 떼를 썼다. 



길가다가 뭔가 재미있는 것들을 팔더라. 뭔가해서 가까이 가보니 셀카봉이었다. 

타이머로 하는 방식이랑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하는 방식 두가지를 팔았는데, 블루투스 방식이 조금 비싸긴 했는데 훨씬 쓸모 있어 보였다. 내친 김에 저것까지 구매해서 테스트를 해봤다.

생각보다 엄청 만족 스러웠다. 홍콩 가서 저걸 가지고 다니면서 찍으러 다닐 계획을 세웠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 녀석은 뒤늦게 멘탈이 반쯤 나갔다. 세시간은 돌아 다녔나. 피곤해서 정신을 못차리겠더라. 집에 어서 가서 쉬어야 겠다는 생각만 들더라.



서울의 관광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명동 참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부족함을 느낀다. 명소이긴 한데 여전히 주요 컨텐츠는 쇼핑으로만 그치는 것 같다. 도시들만 여행하는 내가 봤을 때,  우리나라는 관광에 대해서는 후진국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어디가서 영어가 잘 통하는 것도 아니고, 외국인들에게 바가지 씌우는 것은 여전하고, 길을 찾는데 용이하지도 않으며, 즐길 컨텐츠도 부족하다. 

서울은 넓긴 한데 3박 4일이면 더 이상 할 게 없다. 쇼핑과 유흥 위주의 관광에서 탈피를 해야 오래 간다. 쇼핑과 유흥으로는 동남아시아에게 상대가 안된다. 섹스 산업, 일명 성인 엔터테인먼트는 상대적으로 물가가 너무 비싸서 밀릴수밖에 없다. 쇼핑도 문제가 있다. 지금은 요우커들이 방문해주니까 잘 되는 것 같지만, 그것만 기대해서는 관광의 질적 향상이 일어날 수 없다. 도시 관광의 핵심은 다양한 추억을 팔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투자나 설계가 미흡한 것 같다. 항상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고, 뭔가 하나 잘된다 싶으면 죄다 프랜차이즈로 바뀌는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브랜딩이 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