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어제 버스 잘못타서 길을 잘못 들었는데

스타(star) 2014. 11. 14. 03:11

​1.

요새 솔직히 너무 바빴다. 나 자신을 되돌아 보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솔직하게 나와 대면할 시간이 없었음에 참 미안함이 앞선다. 도대체 왜 바쁜 것인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빴던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런 움직임이 지금의 경제적인 회복을 위한 것인지, 일의 성공을 위한 것인지 자세히 모르겠다. 확실히 요새는 내가 나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내가 나 스스로와 대화를 단절하고 있다는 것 같다.


2.

요즘 돈 받고 글쓰는 정도는 아닌데, 몇 번의 혜택들을 얻었었다. 솔직히, 돈벌려고 글쓰기는 싫지만, 그걸 또 영리하게 이용하는 모습을 보니까 스스로의 이중성을 본다. 


3. 

어제는 늦게까지 회사에서 홈페이지 개발을 하다가 갔다. 솔직히 이미지 디자인과 코딩을 손에 놓은지가 언제인데 나 아니면 누군가 대신할 사람도 없으므로 야근을 했다. Y에게 말한대로, 오랜만에 스스로가 만족할만큼 일을 했던 것 같다. 요 몇일 동안 완전히 웹디자이너로 빙의해서 엄청난 작업들을 했었는데 이제 그 결실들을 보는 것 같다.


4. 

늦게까지 일한 덕분인지 버스를 잘못 탑승했다. 한참을 가다 보니 미아삼거리로 향하고 있더라. Y와 이런저런 통화하다보니 어디로 가는지 더더욱 눈치를 못챈것 같다. 

참 재미있게도, 내려준 곳이 어디냐면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앞이었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와 지금 사는 집까지는 거리가 좀 멀긴하다. 어렸을 때 다니던 학교를 지나쳐보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날 괴롭히던 여자 짝꿍도 기억나고, 여자친구도 기억나고, 지금은 연락 잘 안되는 친구들을 비롯해서, 학교 앞에 있던 오락실, 문방구 등등 모든 것이 다 추억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Y가 계속 역사성, 역사성 운운하는데 생각해보니 내 어린 시절 기억의 가장 많은 역사성을 차지하는 곳이 이곳이다. 여기에서 겪은 에피소드와 추억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요새 조금 정신 없는 와중에 다니던 학교에 와보니 오랜만에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들더라.



5.

솔직히 어떤 것이, 무엇이 기분을 좌지우지하는지 잘 모를 때가 있다. 요즘 내가 그랬다. 뭔가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부정적인 생각, 나쁜 감정들이 문득 떠오르고 그에 대항해 높은 톤의 목소리가 내뱉어지곤 했다. 아마도, 내 마음의 심층에 있는 어떤 부정적인 기억이 건드려진 것이 아닐까 싶은데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아마도, 조만간 나 자신과 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라도 여행을 다녀와야 하지 않나 싶다.


6.

내년엔 블라디보스톡에 가야겠다. 어쩐지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