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우리는 왜 샤넬에 유혹되는가. - 명품의 이유

스타(star) 2014. 10. 29. 04:49

샤넬2.55

누구는 그것을 사치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그것이 허영심이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래도 갖고싶은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찌질하게 얼마인지 물어보긴 그렇고 슬쩍 탭을 보긴했지만 사실, 이거 산다고 인생이 토막날 정도는 아니긴하다. 하지만, 분명 서민에게 이것은 묵직한 금액이다. 이것을 얻는 대신 뭔가 하나 내줘야 할 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당신은 명품 살 자격이 없다. 일단 사두었다가 되팔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당신도 엄밀히 따지면 자격이 없다. 이 제품은 그렇게 쪼들리면서 사야할 물건이 아니다. 그냥 일반적으로 가방을 사듯이 자연스러워야하는 것인데, 부담을 느낀다면 당신은 무리한 것이 맞다. 


하지만 그래도 어쩌나. 갖고 싶은 것은 사실이고 내 욕망이다. 사람은 반드시 가져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내가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남자도, 갖고 싶었던 차도, 먹고 싶었던 음식도, 결국 다 경험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실, 이런 물질 따위가 우리에게 주는 행복이란 것이 길어봐야 얼마나 가겠나.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이것을 구입하는 일 때문에 내 삶이 불행해져서는 안되는 것이다. 


당신이 무엇인가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아름답기까지 하다. 남자들은 성공하면 보통 롤렉스 시계를 떠올린다. 스스로 여기까지 도달한 자신에 대한 보상이다. 그 동안 고생한 나 자신을 위해서 손목에 이 정도는 채워줄 수 있다는 자기 보상 심리가 작용한다. 그 과정과 지위에 대한 일종의 깃발 같은 것이다. 일단 여기까진 도달했다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다닐 때 돈을 좀 모으더니 차를 샀다. 그 후로 몇년간 차는 변화가 없었다. 내 삶도 거의 제자리였다는 소리다. 그러다가 직장을 그만두니 차부터 팔렸다. 생활이 어려워졌다는 소리다. 생활이 어려워지면 사치재의 소비부터 줄인다. 돈이 나갈 구멍들을 다 막는 것이다. 글쎄, 얼마나 도약하려고 힘을 모으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차를 산다면 전보다 나은 것을 사고 싶다. 앞으로 내 삶의 지표를 차로 떠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여자는 핸드백으로 표현되나 보다. 스스로 감정을 속이면서 일한 댓가. 남들에게 싫은 표정과 화내고 싶은 마음 참으며 모은 것이 이런 것으로 표현 되는 것인가 보다.


가치

명품이란 그런 상징을 가져야 한다. 누구나 가지고 싶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어야 한다. 그럴려면 그 정도의 가치를 받아야 한다. 어떤 순간에도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항상 도도하게 서 있어야 한다. 눈 앞에 이익이 당장 그리워도 세일을 하는 순간 이미 명품이 아니다. 코코 샤넬의 100년 정신을 사는 것이다. 그런 정신을 무너트리면 안되는 것이다.

 

 

 

좋은 검은 주인이 있다.

문득 계속 보다 보니까 나도 갖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 가방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은 참 부럽다. 여자는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가치를 빛내줄 악세서리가 많은 것 같아서.


이게 과연 이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 많은 가치 평가들이 오고가겠지. 적어도 내 생각은 이렇다.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 가방을 두르고 있다 해서 당신의 가치가 올라가지 않는다. 당신의 가치에 이 가방이 어울리는 것이다. 내가 명품이 되야하고 주연을 해야 한다. 내 악세사리가 내 삶의 주인공이 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