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도착
한 참을 달린 후 멀리 도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파타야 해변Pattaya Beach이 표지판에 나타났다. 당혹스러움과 놀라움에 부딪혔다. 어? 이런 곳이었나? 하는 그런 느낌이 먼저였다. 수 많은 상점, 무단횡단을 일삼는 주민들, 거리에 쏟아지는 수많은 오토바이, 그리고 엄청나게 낙후되어 있는 듯한 모습의 도시가 제일 먼저 들어왔다.
고운 모래사장이 깔린 푸른 바다에 대한 우리의 상상은 완전히 조각나 버렸다. 그 곳은 우리가 그리던 그런 환상적인 해변도시가 아니다. 파타야의 해변은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이제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실망감이 담담함으로 바뀌어 갈즈음에 파타야의 어느 길목에 미니 버스는 멈추었다.
트렁크 두개와 가방 하나 들고, 잘 알지도 못하는 해변 도시 한복판에 내려진 모습은 우스꽝스러웠다. 길 잃은 어린아이같았다.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던 것 같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우선 예약한 호텔부터 찾기로 하였다. 바론 비치 호텔Baron Beach Hotel을 찾느라 고생을 했다.
심지어 파타야에는 택시도 없었다. 썽태우라 불리우는 트럭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이 운전기사들이 영어를 잘 못했다. 아니면 발음을 잘 못알아 들었거나. 게다가 우리는 길도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슬슬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다. 게다가 파타야의 지리를 알수 있을 만한 지도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헤매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썽태우 운전자가 우리에게 어디 가냐고 물어보았는데, 일단 답답한 마음에 약도를 보여주었다니 다짜고짜 타라고 한다. 150바트를 달라고 했는데 도무지 비싼건지 싼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이 역시 바가지였다. 썽태우는 보통 한명이 30바트 정도면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현지 사정을 모르니까 계속 바가지 당할 수 밖에 없었고, 부르는 대로 줄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너무 짜증이 났다. 나는 극도로 예민해져있었다. 사실, 모르면 조금씩 수업료를 낸다고 생각하고 하나둘씩 차근차근 배워가면 되는데 정말 어지간히 성질이 급한 것 같다. 정말로, 여행이란 것은 나 자신을 많이 되돌아 보게 만드는 것 같다.
성태우 관광
어딘지 상당히 길을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 동네 도로들이 죄다 일방통행이기는 하지만, 아마도 요금만큼 꽤 먼거리라는 느낌을 주려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찌하나. 일단 호텔에는 잘 데려다 주었으니 다행이다. 기사가 혹시 농눅빌리지Nong Nooch Village에 갈 생각이 없냐고 물었는데, 이미 무슨말을 해도 전부 의심스럽게 느껴지는 상황이라서 들은체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시간 관계상 그날 그 기사가 물어봤을 때, 농눅빌리지에 한번 놀러 가보는 것도나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파타야라는 도시가 밤문화 외에는 낮에 즐길 거리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파타야의 산책
일단은 지친 멘탈을 위해서 호텔에서 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체크인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방을 미처 치우지 못했는지 20여 분을 라운지에서 기다렸다. 잠시동안의 짬을 이용해 그녀를 데리고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한번 해보기로 했다. 주변에 둘러져있던 시장길과 골목을 걸어다녀보았다. 그녀는 지나치게 겁이 많았다. 사람과 길목을 모두 경계했다.
파타야에 있는 내내 호텔밖을 나가려 하지 않았다. 내가 없으면 50미터도 나가질 못했다. 난 그 부분이 귀찮기도 하고, 매번 번거롭게 느껴졌다. 어짜피 겪을 일이라면 본인이 부딪혀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회피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테니 말이다. 고작 슈퍼마켓에 가는 일 조차도 내가 필요할 정도로 의존적이었다. 난 내심 그녀의 지나친 두려움에 대해 슬슬 짜증이 나고 있던 상황이었다.
슬슬 지쳐가고 있었다. 나만의 시간, 나만의 공간에서 휴식이 필요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남녀의 해결 방식은 다르다고 했다. 남자는 자신의 굴 속으로 들어가서 스스로의 논리를 검증하면서 정리를 시작한다. 반면, 여자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다고 한다. 나는 그녀와의 관계회복을 위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몇 번씩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연애를 책으로 해결하려는 행동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두 사람의 일은 그 누구도 훈수를 둘 수 없다. 둘이 겪고 둘이 해결해야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의 말에 행동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이 사랑의 주체를 잃어가고 있는 셈이다.
호텔 주변을 돌아다녔다. 우리가 지금까지 본 것 이외에 더 새로운 것은 그다지 없었다. 거대한 유흥가로 이루어진 도시가 전부였다. 거리에는 많은 여자들이 눈길을 보냈고, 그것들은 나를 당혹하게 했다. 그녀의 표정은 좀처럼 펴지지가 않았다. 그때서야, 이곳에 왜 이렇게 여자들이 많은지 나중에야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이곳은 남자들끼리 와야 즐거운 곳이다. 정말 커플이 함께올 여행지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 도시의 컨텐츠를 절반 밖에 즐기지 못한다. 혹시나 파타야에 커플로 여행을 오는 것이라면 다시한번 자세히 알아보고 오길 바란다.
관광지에서는 서비스업 이외에는 딱히 먹고 살 방법이 전무하기 때문에 대부분 여자들이 생계를 책임진다. 남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노점을 하거나, 운전을 하고, 짐을 나르는 일 뿐이다. 여자들은 웃음을 팔거나, 술을 팔았다. 원한다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적어도, 생산, 회사, 농업 따위는 이 동네와 거리가 멀었다. 뭐든지 방문해준 관광객들에게 팔아먹어야만 경제가 유지 되는 것이 이 곳의 운명이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드디어 체크인을 하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파타야에서의 일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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