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2011 태국 이별 여행

[태국 여행] "파타야의 PIC키친 저녁식사와 카드 분실 소동" - 이별 여행의 의미(5) 20110923

스타(star) 2015. 7. 15. 04:01

PIC키친

우리는 우선 너무 배가 고팠기 때문에 점심부터 해결하기로 하였다. 나름 책을 뒤지고 검색해서 찾아본 곳은 PIC키친이라는 식당이었다. 태국에 왔지만, 아직 제대로 된 태국 음식한번 먹어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호텔을 빠져나와 다시 썽태우를 잡고 PIC키친에 대해서 물어봤더니 자기가 아는 곳이라면서 흔쾌히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PIC 키친은 파타야에서도 살짝 외곽에 위치한 식당이었는데, 꽤나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정원도 잘 꾸며져 있고 건물도 다른 곳과 다르게 쾌적한 느낌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고급 갈비집 가든같은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이런 잘 꾸며진 곳이 서비스 만큼이나 가격도 비싸겠지만 뭐 얼마나 하겠어? 하는 생각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태국에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태국 요리 주문을 하게 된 셈이다. 주문은 참으로 어려웠다. 사진이 있었기 때문에 겨우 어떤 형태를 가진 음식인지 정도가 확인이 가능했다. 샐러드 1개와 요리 2개를 시켰는데 600바트 정도의 요금이 나왔다. 한국돈으로 2만원 정도 되는 셈이었다. 태국의 물가를 고려했을 때 첫 식사 치고는 상당히 호화롭게 먹는 편이었던 것 같다. 이리저리 식당 내부를 둘러 보면서 음식을 기다렸다. 여행 내내의 긴장과 고단함을 여기에서는 그나마 내려놓을 수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팟차이와 푸팟퐁커리를 즐겨먹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우스운 추억이다.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더 많은 음식들이 나왔다. 나는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태국 음식이 입에 잘 맞았다. 내 입맛이 꽤나 까다로운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예 새로운 음식에는 관대한 것 같다. 아직도 밥 먹고 나서 마신 콜라의 톡 쏘는 느낌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녀는 이런 이국적인 음식에 대해서 도저히 적응을 못했던 것 같다. 계속 내내 김치를 먹고 싶다는 등 라면이 그립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여행와서 처음으로 뭔가 제대로 먹고 나니 행복감을 생겨 났다. 기분도 조금 좋아지고 그러고 나서 보니 갈등도 어느정도 잊혀졌다. 역시 사람은 여유로워야하는 법인 것 같다. 역시 사람은 밥 먹으면서 친해지고, 정서가 교류하게 되는 것 같다. 누가 그랬는데, 사랑은 쌓이는 영수증과 비례한다고 했다.



위치
파타야에서  썽태우로 10분 거리



호텔 예약은 미리 해야한다는 교훈

식사를 마치고 나서 우리는 밖으로 빠져나왔다. 길을 걸으면서 인터넷카페를 찾기 시작했다. 사실. 대책없이 오긴 했는데, 다음날 방콕에서 묵을 숙소를 아직 구하질 못했다. 사실 민박같은 것으로 싸게 구하려고 했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언어소통의 장벽을 우리가 너무 간과한 모양이다. 그녀와 함께 걸으면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곳을 찾기로 하였다. 안그러면 우리는 태국땅에서 노숙을 해야 할지도 모를 판이었다. 한참을 걸어오는 동안 파타야 시내로 들어오고 있는데도 인터넷카페가 보이질 않았다. 


갑자기 그녀가 갑자기 멈추었다. 뒤돌아 보니 한 가게 앞에서 뭔가를 살피고 있었다. 난데없이 머리핀을 고르고 있었다. 화려한 꽃장식이 들어간 머리핀. 이 도시에 어울리는 느낌이다. 가격도 워낙 싸다. 악세사리 같은 경우에는 한국돈으로 몇 백원 수준에 불과했다. 그녀는 그 뒤로 삼일 내내 그 꽃 머리핀을 하고 달고 다녔다. 귀여웠고, 좋은 느낌이었다. 나름 이 여행을 즐기고 있다는 표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숙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로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팔자가 되었다. 어디서 자야할지 고민스러웠고, 시간이 촉박해지자 나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길가에 작은 인터넷카페를 발견하고 뛰어갔다. 일단 컴퓨터 성능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고, 인터넷도 느렸다. 우리나라에선 몇 년전에 사라진 ISDN을 쓰고 있었다. 인프라가 정말 열악했다. 이걸로는 채팅 정도 겨우 할 수 있겠다.


날은 덥고 목이 너무 말라서 음료수를 하나 주문했다. 생각보다 방콕의 호텔을 찾기는 힘들었다. 이 여행에서 얻은 교훈이라면, 가급적이면 호텔이나 숙박업소들은 미리 해결하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 좋다. 너무 싸게 해결하려다가는 오히려 안좋은 기억을 가질 수도 있다. 주거가 불안하면 여행에 집중이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지 않으면 민박 등은 고생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이 정말 느리다.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하는 속도 정도가 나온다. 호텔은 찾긴했는데 보안 모듈이 설치가 안되서 문제였다. 게다가 실시간예약도 아니었다. 결재까진 다 했는데도 불구하고 언제쯤 예약이 성공했는지 못했는지를 알아볼 길이 없었다. 한국에서라면 한 10분 정도면 끝날 일이었는데 인터넷도 느리고 결제 모듈도 설치가 잘 안돼서 30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또한, 호텔도 가격대 성능을 좋은 곳을 찾으려고 하다 보니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참,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호텔 홈페이지를 통해 방을 구하는 것 보다도, 호텔 중계사이트 등에서 프로모션으로 제공하는 호텔들을 찾는 것이 훨씬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알게되었다. 급하니까 이것저것 따질 형편은 아니었다. 


나는 결국 방콕의 센츄리 파크 호텔Century Park Hotel을 예약하는 것에 성공했다. 방콕에서 위치도 좋고, 나쁘지 않은 선택을 한 것 같아서 내심 기뻤다. 한시름 놓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녀의 의견이나 생각은 완전히 배제되었다. 그녀가 호텔을 고르는데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마련해 줄 필요도 있었다. 그 동안 우리의 만남을 생각해 보면 손이 빠른 내가 대부분을 다 기획부터 진행을 해왔다. 그녀가 생각할 시간과 타이밍을 주고 기다림을 가져보는 것도 좋았을 텐데 그러질 못했다. 못 미더웠기 때문이다. 오로지 효율과 시간에 대해서만 집착해온 내 모습에 그녀 역시 지쳐갔다.




카드 분실과 수습

정작 호텔 예약까지 완료했는데 이제는 너무 애매한 시간인 4시가 되어있었다. 무엇인가 색다른 스케쥴을 진행하기에도 너무 늦었고 하루를 마감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어짜피 시내까지는 쭉 걸어오고 있었으므로 남은 거리도 조금 더 걸으면서 들어오기로 하였다.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복잡하고 부실해 보이는 관광마을의 분위기는 쉽게 적응하기 어려운 공간이었다. 


잠시 산책을 하다가, 마트를 발견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기로 하였다. 그녀는 바디타올을 구매하기로 하고 나는 화장실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전화를 쓰기가 어렵기 때문에 만날 장소를 정했다. 화장실엔 휴지가 없었다. 나는 다시 마트로 내려와서 마트에서 쇼핑중인 그녀를 찾았다. 일단 구입한 물건들을 계산을 먼저 하고 나왔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무엇인가 놓친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PIC키친을 가기전에 은행에 들려서 돈을 인출했는데 그 뒤로 카드가 보이지 않았다. 주머니도 뒤져보고 아무리 살펴도 없었다. 주의한다고 주의한 것이 오히려 더 독이 됐다. 솔직히 해외에서 카드를 잃어버린 것은 처음이라 당황했다. 어째서 카드를 잃어버렸을까? 사실 그 정도로 우리가 주변 환경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느라 집중을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녀는 너무 놀라서 손을 떨었다. 그 놀란 모습을 보고 나는 더 당황했던 것 같다. 현지의 공중전화를 이용해서 카드 사용을 정지하려고 했는데 사용법을 알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국제 전화를 걸어 정지를 하게 되었다. 카드 사용내역을 물어봤는데 다행이 없는 것 같았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어짜피 내가 체크카드 뿐만아니라 현금카드도 가져왔기 때문에 사실 별 큰 문제는 없었다. 다행이었다. 적어도 카드 결재는 안되더라도 현금으로 돈을 뽑아서 쓸수는 있었다. 여행은 정말 만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