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2011 태국 이별 여행

[태국 여행] "방콕에서 파타야로" - 이별 여행의 의미(3) 20110923

스타(star) 2015. 7. 6. 02:08
카우산로드의 아침

23일 오전. 오늘도 매우 맑았다. 

본격적으로 태국이다. 매 시간, 매 순간마다 우리가 겪는 모든 것들이 당혹스러움과 계속 마주하지만, 지금의 어려움이 모두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주기를 바랬다. 이별여행이라고 여태까지의 여행과 특별히 다르지는 않았다. 관광지에서도 여전히 아침은 밝아올 것이다. 누구나 하는 것 처럼 관광을 시작한다. 식사 시간이 되면 같이 식사를 하고, 쇼핑도 다니고, 관광지를 둘러보고 사진도 찍는다. 

조금 다른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생각이 자꾸 든다는 것, 한창 즐겁다가도 이따금씩 복잡한 감정이 든다는 것, 함께 사진찍고 웃으면서도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사진이 될 것이란 생각이 마음 한켠에 있다는 것이다.



아침부터 목이 너무 칼칼했다. 밤새 에어컨을 틀고 잤기 때문인 것 같았다. 밤에 워낙 더워서 에어컨이 없는 숙소는 도저히 상상이 안된다. 우선 면세품 가방을 두고  그녀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밖을 나섰다. 사실, 조식을 그냥 주문할걸 그랬다. 뭐라도 먹어야 하는데, 관광객이 그런걸 쉽게 찾을리가 만무했다. 밤늦게 도착해서인지 아침 풍경이 너무 낯설었다. 어색한 아침이다. 배고픈 우리는 작은 노점에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했다. 


많은 사람들이 간단하게 음식을 시켜먹는다. 주스라든지 토스트 같은 것들을 팔고, 샐러드도 파는 것 같다. 가격은 굉장히 저렴한 편에 속했다. 토스트와 계란, 그리고 샐러드와 베이컨을 주문하고 음료를 마셨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양한 사람이 있었다. 온지 한달은 족히 되어보이는 베테랑 여행자부터, 우리같이 초보 여행자들, 그리고 몇몇 커플들과 혼자 커피를 마시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들 등등.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제각각의 이유로 온 여행객들이었다.


우리가 떠나온 이번 여행이 어떻게 그려질지 잘 모르겠다. 나중에 이 여행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들지도 잘 모르겠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지,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 될지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복잡한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아침 식사를 먹었다. 갑자기 의자밑에서 고양이가 튀어나왔다. 노점들의 위생 상태 좋지 않은 덕분인지 떨어진 음식을 주워먹으러 다니는 동물들에 손님들이 기겁을 하곤 했다. 그래도 나는 개의치 않고 먹었지만 그녀는 반도 못먹었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관광을 온 것이 아니라, 여행을 왔다. 편안한 것들을 애써 버려놓고 고생길을 선택했다. 그녀는 너무 쉽게 생각했었고, 나는 너무 어렵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내게는 평범하고 사소한 일들이 그녀에게는 감당하기 버거운 것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여행사 통해서 파타야 가기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가까운 여행사에 들렀다. 파타야로 향하는 작은 미니버스를 예약했다. 560바트. 얼마나 비싼건지 싼건지 아직 감이 안온다. 나중에야 알아보니 꽤나 비싼 요금이었다. 보통 방콕에서 터미널을 이용해서 에어컨 버스로 파타야에 가게 되면 1인당 130바트 정도면 충분하다. 둘이 합해봐야 300바트를 넘지 않는다. 그래도 나름 빠르고 편하게 왔으니 불만은 없다. 




어쨌든 새로운 장소로 간다는 생각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제 짐을 챙기러 출발했다. 그래. 여기까진 좋다. 계획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기뻐했다. 짐을 지고 내려온 후 여행사 앞에 갔더니 잠시 후 작은 차가 와서 우리를 태웠다. 바로 파타야로 가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다른 여행객들을 모아서 갈 생각인가 보다. 우리는 왕궁 근처에다가 기다렸다가 작는 미니버스(사실은 스타렉스 같은데)를 타고 출발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새침한 외국인 여성 관광객과 프랑스에서 온 청년, 모두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장 안쪽 자리에 앉아서 불편했지만, 그래도 파타야에 갈 생각에 두근 거린다. 차는 곧 출발했다. 그런데 정말 피곤했는지 어쨌는지, 잠에 골아 떨어졌다. 



파타야로 가는 길

꿈을 계속 꾸었다. 기억 나는 것은 덜컹거리는 소리와, 거지같은 도로가 기억나곤 했다. 간간히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눈을 떠보면, 고속도로에서 차를 타고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사람들이 탄 차들을 보게 된다. 일종의 우리나라로 치면 관광버스 춤인것 같은데 대단히 위험해 보였다. 위태롭게 매달려 술과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면서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우리 앞자리에 앉은 프랑스 청년은 연신 오스트리아에서 왔다는 여성 관광객에게 흥미가 있는지 말을 걸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재미있기도 했다. 저 둘은 어느새부터인가 동행을 하고 있었다. 참 재미있는 모습이다. 누구는 여기서 끝장 보려고 왔는데, 누군가는 여기에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이 작은 차에 열 두명이 탔다. 다들 파타야가 초행길인 것 같았다. 


달린다. 잔다. 달린다. 다시 잔다. 옆에 앉은 그녀도 눈을 감고 있다. 여행이 가져다 주는 긴장감. 그리고 설레임이 공존했다. 눈을 감은 그녀는 자고 있었다. 하지만, 살짝 손을 떨었다. 


파타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도로에 차들은 별로 없었지만, 길이 좋지 않았다. 기껏해야 거리는 150키로 정도 되는 거리였지만, 군데군데 도로가 패여있었고, 모래와 자갈이 많았따. 이따금씩 크고 작은 진동에 잠이 깨곤 했다. 이렇게 운전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여전히 방향이 잡히지 않는다. 두 시간 정도의 거리였지만, 생각보다 더 길게 느껴졌던 것 같다.